•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경산 총기강도 ‘농협·경찰’ 모두 허점

등록 2017.04.21 15:11:05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경산=뉴시스】김덕용 기자 = 21일 오후 경북 경산경찰서가 자인농협 하남지점 총기강도사건의 용의자를 검거하기 위해 의경 대원들을 수색작업에 투입했다. 2017. 04. 21.  kimdy@newsis.com

【경산=뉴시스】김덕용 기자 = 21일 오후 경북 경산경찰서가 자인농협 하남지점 총기강도사건의 용의자를 검거하기 위해 의경 대원들을 수색작업에 투입했다. 2017. 04. 21.  [email protected]

【경산=뉴시스】김덕용 이통원 민경석 기자 = 지난 20일 경북 경산에서 발생한 농협 총기 강도사건은 보기 드물게 치밀하고 대담한 범행 수법으로 세간을 놀라게 했다.  

 이번 범행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전문적인 수법과 대담성 외에도 농협의 너무도 허술한 보안 의식과 경비 체계, 경찰 치안 공백이 빌미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 상식 뒤엎은 범행 수법

 이번 사건이 충격적인 이유는 인적이 드문 농촌 지역에 있는 은행에서 단 한 명의 범인이 대담무쌍한 강도 행각을 벌인 뒤 유유히 자전거를 타고 달아났다는 점이다.

 경찰 관계자는 21일 “보통 은행강도는 최소 2∼3명이 공모해 차량을 이용, 범행을 저지르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번 사건처럼 범인이 도주 수단으로 자전거를 이용한 것은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대다수 은행 강도사건처럼 범인 검거를 위해 불심검문과 CC(폐쇄회로)TV 를 분석하는 경찰을 노려 허를 찌른 것이다.

 도심이 아닌 변두리 지역 자전거 전용도로에는 CCTV가 설치되어 있지 않다는 점도 이용한 것이다.  

 범인은 ▲ 손님이 적은 점심시간을 택한 점 ▲ 남자직원 1명, 여자직원 2명만 근무하고 있는 것을 노렸다는 점 등으로 미뤄 농협의 사정을 꿰뚫고 있거나 철저히 사전 답사했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 농협 민간경비 홀대 ‘화불러’

 사건이 발생한 자인농협 하남지점 측은 예산 문제 때문에 자체 방범을 위한 청원경찰을 현장에 배치하지 않았다. 은행 자체 방범에 한계를 드러낸 셈이다.

 농협 등 은행권은 경영 합리화 정책에 따라 인건비 절감 등 수익성 향상을 위해 민간경비인 청원경찰을 두지 않아 이 같은 화를 불렀다.

 2006년 경산 하양읍과 옥곡동 농협지점 총기강도 사건과 2007년 1월 대구 옥포농협 지점 총기강도 사건도 모두 경비인력 없이 직원만 근무하고 있었다.

 박상철 한국범죄심리연구원 객원연구원은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는 피해가 막대하다. 제1금융권보다 열악한 단위농협, 새마을금고, 신협 등 제2금융권의 철저한 방범체계는 어느 곳보다 필요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 치안도 ‘구멍’

 농협의 대응이 워낙 늦었지만 경찰의 치안력 부재도 도마에 올랐다.

 경찰은 직원의 신고를 받고 7분여만에 현장에 도착했지만 이미 범인은 돈을 털어서 달아나 초동 조치에 아쉬움을 남겼다.

 총기강도 발생 사실이 즉시 신고됐음에도 범인을 곧바로 체포했을 가능성이 낮아진 셈이다.

 하남지점 인근에는 남산치안센터와 자인파출소가 있지만 별 다른 대처를 하지 못했다.

 자인파출소에는 4명의 경찰이 3교대로 근무를 한다. 당시 치안센터에 근무 중인 경찰은 외근을 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자인농협 하남지점과 경찰은 범죄 예방과 관련한 협력체계도 전혀 갖춰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범인이 농협의 사정뿐 아니라 경찰의 이런 관행까지 속속들이 아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경찰 관계자는 “순찰차 도착시간은 교통여건 변화 등 다양한 변수들이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단발 사건으로 경찰의 범죄 대응 태세가 느슨해졌다고 예단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했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