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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식 "선거는 생사 문제…인간 욕망 보여주려 했다"

등록 2017.04.23 09:5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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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식, 배우

【서울=뉴시스】손정빈 기자 = "정치인에게 선거는, 중요하다고만 표현할 수 없는, 생사(生死) 갈림길에 서는 이벤트잖아요. 인간의 욕망이 폭발하는 겁니다. 이 줄타기는 어떤 것보다 드라마틱해요."

 배우 최민식(55)의 말처럼 '특별시민'(감독 박인제)은 욕망의 영화다. 그가 연기한 '변종구'는 권력 정점을 향해 돌진한다. '헌정 사상 최초 3선 서울시장'이라는 타이틀은 대권 도전에 꼭 필요한 발판이다. 변종구는 어떤 난관이라도 뚫고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에 물불 가리지 않는다. 거짓말이 대수가 아니다. 그는 결국 인간으로서 마지막 양심까지 버리고 전진한다. 누구보다 뜨거운 배우 최민식이 이런 인간에 관심을 두지 않을 리 없다.

 최민식은 "두 편 연속('명량' '대호') 상투 틀고 수염 붙이고 연기했으니까, 이제 머리도 짧게 깎고 넥타이 매고 싶었다"고 농담하면서도 "정통 정치드라마에 대한 욕구가 있었고, 그 안에 인간의 욕망이 흥미로웠다"고 했다.

최민식, 배우

 정치인 변종구의 욕망이 가장 잘 드러나는 순간은 그가 대놓고 야욕을 드러내는 서울시장 출마 선언 연설 장면이다. 그는 이 연설에서 교활한 공약으로 경쟁자를 견제하는 한편, 감성적인 언사로 유권자를 교묘히 기만한다. '역시 최민식'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이 장면이다. 그는 '연기하는 변종구'를 연기한다. 다만 이 연설은 변종구가 얼마나 비열한 인간인지 잠시 잊게할 만큼 설득력 있다. 최민식은 "변종구를 가장 정확하게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최민식은 연설문을 직접 썼다. "대본이 있긴 했죠. 그런데 연설은 제가 제 입으로 해야 하는 거잖아요. 변종구를 체화하려면 직접 해야 할 것 같았어요." 촬영 전날까지 고민했고, 연설문을 쓰다가 밤을 새웠다. "완벽하게 외워야 했어요. 물론 못 보고 읽더라도 편집 기술로 티 안 나게 할 수는 있어요. 그런데 그건 제가 못 견디겠더라고요. 촘촘하게 준비해서 완제품으로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특별시민, 영화

 그가 정치인을 연기한 건 두 번째다. 1995년 MBC TV에서 방송한 '제4공화국'에서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을 연기했던 게 첫 번째고, 이번이 두 번째다. 최민식은 "같은 정치인이라고 해도 완전히 다른 연기"라고 했다. "실존 인물을 맡는 것과 가상의 캐릭터를 연기하는 건 연기의 출발점이 다르다"는 것이다.

 "실존 인물을 연기할 때는 그 사람처럼 보여야 하는 게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었는지 공부해야 하고, 어떤 부분은 따라 하기도 해야 하죠. 하지만 변종구는 그렇지 않았어요. 특정인을 비난하고, 특정 집단을 비판하기 위해 만든 작품이 아니잖아요. 제 상상력으로 저만의 캐릭터를 만드는 거죠. 흉내 내고 싶지 않아요. 물론 제가 살면서 정치인들에게 가졌던 단상들이 종합적으로 변종구에게 투영됐을 수는 있어요."

특별시민, 영화

 '특별시민'은 이른바 '장미 대선'과 맞물려 주목받고 있기도 하다. 최민식과 박인제 감독은 앞서 열린 제작보고회·언론 시사회 때 현실 정치에 관한 직접적인 언급을 피하지 않았다. 한목소리로 "반드시 투표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 영화가 중앙선관위 홍보 영화는 아니다. 이 작품이 담은 메시지가 전부인 것도 아니다"라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건 이 영화가 '정치는 지겨운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시민'이 올바른 사람을 뽑아야 한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게 한다면, 이 영화에 참여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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