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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첫 100일]③경제공약 '용두사미'…정책 혼선에 기대감 후퇴

등록 2017.04.26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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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 19일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말하고 있다. 미국은 28일까지 임시 예산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트럼프 취임 100일째인 29일부터 연방 정부 셧다운에 들어간다. 2017. 4. 24.   

【서울=뉴시스】강덕우 기자 = '미국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외치며 미국 중심적 경제정책을 외쳐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100일(29일)을 앞두고 그의 경제적 성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 입성하기 전부터 '어메리카 퍼스트'뿐만 아니라 '위대한 미국 재건' 등을 약속하며 미국 노동자 보호와 제조업 부활을 통한 일자리 창출, 대대적인 인프라(사회간접자본) 투자, 세제개혁, 규제철폐 등을 약속했다.

 그의 미국 우선 경제정책의 가장 큰 부분은 보호무역주의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온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 지역의 저학력 블루칼라 백인 유권자들에게 한 약속이다.

 시장도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약속에 기대어 상승세를 보였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트럼프가 취임한 뒤 지난 20일까지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3.65%포인트 올랐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도 3.59% 뛰었다.

 하지만 막상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앞두고 실제로 이룩한 경제공약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심혈을 기울여 추진해 왔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폐기 외에는 찾아볼 수 없다. 그의 대부분 경제공약은 아직도 말 뿐인 현재진행형이거나, 검토를 하라는 행정명령, 혹은 말 바꾸기로 공약뒤집기로 사라졌다.

 트럼프가 대선 기간 약속해온 반(反) 중국 경제·무역 정책이 대표적인 경제 말 바꾸기 사례다.  

 그는 자신이 백악관에 입성하면 취임 첫날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고 큰 소리를 쳤다. 또한 이를 위해 세계무역기구(WTO) 탈퇴마저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더 이상 환율 조작국이 아니다”라면서 기존의 말을 뒤집었다. 그는 중국이 최근 몇 개월간 환율을 조작하지 않았으며, 환율조작국 지정은 북한의 위협에 맞서 중국과 협력하려는 노력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트럼프는 반중 태세를 바꾸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새로운 '베프'(베스트 프렌드)로 대우하고 있다. 그는 미중 정상회담 뒤 "시 주석에 대해 "매우 좋은 유대를 형성했다. 우리가 매우 잘 통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트럼프가 미국의 노동자들과 기업들에게 훨씬 좋은 협상을 위해  "취임식 첫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을 선언하겠다"고 말한 것도 말 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22일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백악관 참모진 시무식에서 "NAFTA와 이민 문제, 국경에서의 치안 문제에 대해 재협상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후 NAFTA와 관련된 진척은 하나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밖에도 트럼프가 대선 기간 중 비난해온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의 저금리 정책과 수출입은행 폐지 정책도 모두 번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난데없이 "솔직히 나는 저금리 정책을 선호한다"고 말했는가 하면 "(수출입은행을 통해) 많은 중소기업들이 정말로 도움을 받는 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번복했다.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워싱턴 아이젠하워 행정동에서 열린 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의 모임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왼쪽 여성은 일레인 차오 교통장관, 오른쪽은 블랙스톤 그룹의 회장 겸 CEO인 스티븐 슈워츠먼이다. 2017.04.12

 트럼프 대통령이 각종 경제공약을 번복하면서 국민들의 평가도 박해졌다.

 트럼프는 스스로 무역부문에서 큰 성과를 냈다고 자평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정치전문 매체인 폴리티코가 지난 20일 여론조사 기관인 모닝컨설팅과 공동으로 조사하고 발표한 '트럼프 100일 성적표'에 따르면 무역 부문에서 A와 B 평가를 내린 이들은 각각 13%와 21%로 나타났다. 나머지 C와 D를 준 이들은 각각 20%, 12%로 집계됐으며, F 평가를 내린 이들도 19%에 달했다. 트럼프가 가장 중시하고 있는 경제 분야에서도 A와 B 평가를 내린 응답자는 각각 17%와 22%로 집계됐다.

 시장 역시 최근 다소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마켓워치는 트럼프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면서 그 상승 추진력이 줄어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렇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 한 것은 아니다. 100일을 앞두고 세제개혁안과 2017년 추가 지출예산안이 트럼프의 평가기준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오는 28일까지 의회를 통과해야하는 예산안이 관건이다. 통과되지 못할 경우 경찰과 소방 등 일부 필수적인 정부기능을 제외한 연방정부 업무가 잠정 중단되는 '셧다운(Shutdown)'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24일 CNN은 예산안 갈등을 얼마나 잘 해결하느냐가 트럼프 행정부의 취임 100일 평가를 뒤집을 수 있는 기회라고 분석했다. 트럼프는 멕시코 국경장벽을 예산안에 포함하는 것을 고집하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과 공화당 양측에서 이를 반대하고 있어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 소식통은 NBC뉴스를 통해 트럼프가 셧다운을 모면하기 위해 장벽 계획을 하반기로 미루겠다고 전했지만, 실제로 의회에서 어떻게 진행될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가득하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100일 성과내기를 위해 세제개편을 26일 발표하겠다고 강조했다. WSJ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 35%인 법인세율을 15%로 내리도록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 역시 현 시점에서는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상최대 수준의 세금 인하를 추진하겠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믹 멀버니 백악관 예산관리국장은 23일 이에 상반되는 말을 했다. 그는 폭스뉴스에 출연해 백악관이 아직 세제개혁의 규모나 그 과정이 단기적일지 장기적일지에 대해 결정하지 않았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발표 시점에 대해서도 멀바니 국장은 23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완성된 세제개혁안은 오는 6월까지는 제출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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