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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의 풍경들, 청구영언 한글 노랫말 이야기’…가곡원류· 해동가요 함께

등록 2017.04.26 12:5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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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천택의 발문, 청구영언

【서울=뉴시스】김천택의 발문, 청구영언

【서울=뉴시스】신동립 기자 = ‘순간의 풍경들, 청구영언 한글 노랫말 이야기’가 28일 오후 4시 국립한글박물관 3층 특별전시실에서 개막한다. 가장 오래된 가곡 노랫말 책인 ‘청구영언’ 등 한글 가집과 악보 61건 61점을 선보이는 국립한글박물관 기획특별전이다.

 ‘청구영언(靑丘永言)’은 1728년 김천택이 악곡을 중심으로 시대와 인물별로 엮었다. 개인 문집에 실려 있거나 구전되는 가곡의 노랫말 580수를 한 데 모았다. 고려 말부터 1728년 편찬 당시까지 임금, 사대부, 기녀, 중인, 무명씨 등을 아우르는 다양한 가곡의 가사를 한글로 실었다. ‘청구’는 ‘우리나라’, ‘영언’은 ‘노래’라는 뜻이다.

 ‘청구영언’ 편찬을 계기로 우리말 노래를 쉽게 익히고 전할 수 있었다. 한글 노랫말의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는 전환점이기도 하다. 우리 노랫말의 원형을 담고 있는 책이 바로 ‘청구영언’인 셈이다.  

 ‘청구영언’ 원본은 몇몇 연구자에게 말고는 공개된 적이 없다. 1948년 조선진서간행회 활자본 ‘김천택 편 청구영언’으로 내용을 알 따름이었다. ‘청구영언 진본(珍本)’이라고 불려온 책이다. 원본을 볼 수 없던 학계에서 원본을 대신하는 연구 자료로 활용됐다.  

【서울=뉴시스】오늘이소서. 청구영언의 서문

【서울=뉴시스】오늘이소서. 청구영언의 서문

 이번 전시에서는 김천택이 필사한 ‘청구영언’ 원본을 70년 만에 공개한다. 그동안 ‘청구영언’으로 통한 다른 책 10권도 함께 나왔다. 한국교원대학교 권순회 교수는 “전공자들이 ‘청구영언’ 원본을 직접 확인할 수 있게 되면서 보다 정확하고 엄밀한 연구가 가능해졌다. ‘청구영언’을 ‘진본 청구영언’이라 부르는 관행을 지양하고 ‘김천택 편 청구영언’이라는 공식적인 학술 용어를 쓸 것”을 제안했다.

 우리나라 대표 3대 가집을 한 자리에 모은 첫 전시이기도 하다. 조선 후기는 가곡의 전성기다. 상류층을 위한 성악곡인 가곡이 중인 계층으로까지 확대되면서 더 많은 이들이 즐기게 됐다. 이 시기에 김천택(?~?)의 ‘청구영언’(1728)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 가집으로 손꼽히는 김수장(1690~?)의 ‘해동가요’(海東歌謠·1755), 박효관(?~?)·안민영(1863~1907)의 ‘가곡원류’(歌曲源流·1876)가 제작됐다.

 전시장에 놓인 국립국악원 소장 ‘가곡원류’는 박효관과 안민영이 필사한 원본이다. 계명대학교 동산도서관 소장 ‘해동가요 박씨본’은 현전 ‘해동가요’계 중 가장 원본에 가까운 것이다. 3대 가집의 영향을 받은 다양한 가집들도 볼 수 있다.

【서울=뉴시스】청구영언들. 김천택 편 청구영언의 영향을 받아 편찬됐다

【서울=뉴시스】청구영언들. 김천택 편 청구영언의 영향을 받아 편찬됐다

 조선시대 가집을 주제로 한 최초의 전시다. 성호(星湖) 이익(1681~1763)의 셋째 형인 옥동(玉洞) 이서(1662~1723)가 연주한 ‘옥동금’(국가민속문화재 제283호) 거문고, 조선 후기 거문고 악보 ‘어은보’(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314호)와 ‘삼죽금보’(국립국악원 소장)’ 등 노랫말의 실제 가창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유물들이 다수 포함됐다. 전시품의 3분의 2에 달하는 유물 45점은 연구 자료로 조사된 적은 있지만, 전시장에 나오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청구영언 시조’(성균관대학교 존경각 소장), ‘졸장만록’(대전시립연정국악원 소장) 등이 대표적이다.

 전시장 ‘삶의 순간을 노래하다’ 코너는 현대적인 서울의 도심 공간을 배경으로 옛 노랫말의 정서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매혹적인 도시 한양의 시정과 일상을 생생하게 담고 있는 노랫말, 사랑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한 다양한 노랫말, 노래를 짓고 부른 풍류방 속 주인공인 여항인(閭巷人)의 노랫말을 영상과 공간 연출 등을 통해 소개한다.

 ‘세상 노래를 모으고 전하니’에서는 ‘청구영언’ 원본과 함께 편찬 배경과 과정, 책의 구성과 노랫말 등을 소개한다. 조선 후기의 다양한 가집들과 연행 때 사용한 악기와 악보, 교과서 등에 실린 ‘청구영언’ 노랫말의 변화상, 현대로 이어지는 가곡창의 연행과 시조창의 차이점을 알 수 있다.  

【서울=뉴시스】가곡원류 국악원본

【서울=뉴시스】가곡원류 국악원본

 ‘청구영언’의 노랫말 580수는 18세기 옛 한글로 기록돼 있다. 옛 노랫말의 맛을 살리면서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현대어로 푼 이유다. 권순회 교수, 신경숙 교수(한성대학교), 이상원 교수(조선대학교)가 했다. 원문의 이해에 충실한 직역, 일반인을 위한 쉬운 현대어 풀이를 따로했다.  

 ‘청구영언’ 420번 노랫말인 ‘푸른 산도 절로절로’는 현대 감각의 새로운 음악으로 재탄생했다. 영화 ‘부산행’ 등의 음악담당 장영규씨가 작곡하고, 여창가객 박민희씨가 노래했다. 이를 장 줄리앙 푸스 교수(국민대학교)가 영상으로 연출했다. 미디어테이블도 설치해 ‘청구영언’ 노랫말 580수 전체를 주제와 작가별로 검색하고 읽어볼 수 있도록 했다. 원문 검색도 가능하다.

 ‘청구영언’의 ‘만횡청류’에 담긴 조선 후기 한양 사람들의 일상을 묘사한 노랫말은 현대인의 일상과 매우 닮아 있다. 짝사랑, 불안한 사랑의 시작, 이별, 불륜 등을 다룬 ‘사랑의 노랫말’은 도시 뒷골목 벽면에 낙서하듯 연출했다. 노랫말의 맛과 느낌을 살리려고 손으로 써서 적었다. 노골적이고 뜨거운 사랑과 욕정의 노랫말 17수는 작가 이진경씨가 글씨와 그림으로 표현했다.

【서울=뉴시스】해동가요 박씨본

【서울=뉴시스】해동가요 박씨본

 김철민 국립한글박물관장은 “우리 전통 가곡의 노랫말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를 통해 옛 노랫말의 감정을 느껴보기를 바란다. 아울러 앞으로 18세기 가곡 노랫말의 전문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순간의 풍경들, 청구영언 한글 노랫말 이야기’는 9월3일까지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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