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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L]'투자 없이, 투지로는 한계'…몰락하는 K리그

등록 2017.04.27 17: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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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뉴시스】이정선 기자 = 25일 오후 경기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AFC 챔피언스리그 수원삼성 블루윙즈와 가와사키 프론탈레의 경기, 조원희가 상대선수와 볼다툼하고 있다. 2017.04.25.  ppljs@newsis.com

【서울=뉴시스】권혁진 기자 = 아시아 최고를 자부하는 K리그가 챔피언스리그에서 주춤하고 있다.

 2017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 나선 K리그팀은 FC서울, 제주 유나이티드, 울산 현대, 수원 삼성 등 총 4개다. 이중 서울과 울산은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이미 짐을 쌌다.

 K리그 클래식 챔피언 자격으로 아시아 정벌에 나선 서울은 지난 26일 상하이 상강(중국)과의 대회 F조 조별리그 원정경기에서 2-4로 패했다.

 3연패로 대회를 시작한 서울은 웨스턴 시드니(호주)를 제압하고 16강행의 불씨를 살렸지만 기적은 없었다. 현재 3위를 달리고 있는 서울과 2위 상하이(4승1패)의 승점차는 무려 9점이나 된다.

 E조의 울산 역시 1승1무3패(승점 4)로 최종전이 무의미해졌다. 울산은 최약체 브리즈번 로어(호주)만 6-0으로 대파했을 뿐 나머지 경기에서는 졸전에 그쳤다.

 제주와 수원의 상황도 좋지 않다.

 FA컵 우승팀인 수원(2승2무1패·승점 8)은 일본 J리그 클럽인 가와사키 프론탈레(1승4무·승점 7)에 근소하게 앞선 G조 2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중국 원정으로 치러질 선두 광저우 에버그란데(중국·2승3무·승점 8)전에서 승리하지 못할 경우 탈락은 피하기 어렵다. 가와사키가 약체 이스턴(홍콩)전에서 승점 3점을 챙기지 못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

 H조의 제주(2승1무2패·승점 7)는 감바 오사카(1승1무3패·승점 4)를 잡으면 16강행이 확정되지만 비기거나 패할 경우 복잡한 경우의 수에 놓인다.

 그야말로 K리그의 수난이다.  

 K리그는 그동안 아시아 무대에서 힘 꽤나 쓴다는 소리를 들었다. 라이벌 리그들의 공격적인 투자와 빡빡한 자국리그 일정 속에서도 꾸준히 8강 이상의 성적을 냈다. 2009년 지금의 16강 체제로 재편된 이후에는 늘 한 팀 이상을 토너먼트에 올렸다.

 위태롭게 버티던 K리그는 올해 한계를 드러냈다.

 K리그가 전례를 찾기 힘든 부진에 빠진 배경에는 다른 리그의 성장이 한 몫 했다.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세계 유명 선수들을 쓸어 담은 중국은 올해 그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이미 상하이 상강(F조)과 짱쑤 쑤닝(H조)이 16강 진출을 확정했고, 광저우도 통과가 유력하다.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AFC 챔피언스리그 FC서울과 상하이 상강의 경기, 상하이 상강에 1:0으로 패배한 FC서울 선수들이 아쉬운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나서고 있다. 2017.02.21.  mangusta@newsis.com

 반면 K리그팀들은 제주를 제외하고는 겨우내 제대로 된 영입을 하지 못했다.

 서울은 아드리아노라는 걸출한 골잡이를 내보내면서 50억원에 가까운 이적료를 챙겼지만, 재투자로 이어지지 못했다.

 수원은 김민우, 최성근, 매튜, 신화용, 다미르 등을 뽑았지만 권창훈(디종), 이상호(FC서울), 홍철(상주)의 빈자리를 완전히 채웠다고 보기 어렵다. 삼성전자에서 제일기획으로 모기업이 이관된 뒤 근근이 체면만 유지하는 모습이다.

 기형적인 중국의 영입 정책으로 외국인 선수 몸값이 폭등한 것은 전력 수급의 어려움으로 이어졌다.

 일본은 중국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선수단 질적 성장을 위한 투자를 줄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 일본축구협회와 연맹의 전폭적인 지원까지 받고 있다.

 2008년 감바의 성공 이후 우승팀을 배출하지 못하고 있는 J리그는 지난해부터 이른바 '챔피언스리그 지원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챔피언스리그에 나서는 팀들의 자국리그 일정을 배려해주고, 토너먼트 성적에 따라 별도의 보너스까지 책정했다.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오르는 J리그팀은 일본축구협회로부터 8000만엔(약 8억1000만원)을 받는다.

 맘 놓고 스쿼드를 살찌울 수도 없는데다 프로축구연맹의 스케줄 배려까지 받지 못하는 K리그팀들에게 호성적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올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지금의 챔피언스리그는 투자 없이 투지만으로 어느 수준까지 오를 수 있는 무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문제점은 팬들도 잘 알고 있다. 투자가 위축되면서 전력이 떨어졌다는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면서 "예전에는 경기가 풀리지 않을 경우 한 방으로 흐름을 바꿔 줄 용병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팀을 찾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한 위원은 "선수 한 명에 몇 백억씩 투자하는 중국처럼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저비용으로 고효율을 얻기 위한 용병 선발에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제주 외에는 그런 면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환 JTBC 해설위원은 "제주를 빼면 4명(아시아쿼터 포함)의 외국인 선수를 잘 활용하는 팀이 없다. 한 팀의 2명 정도만 괜찮은 수준"이라면서 "중국 자국 선수들의 실력이 좋아진 영향도 분명히 있다. 그동안 투자를 한 것이 비로소 효과를 보는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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