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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분에 가로막힌 보행로'…장애인이 둘러본 '서울로 7017'

등록 2017.04.2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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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분에 가로막힌 보행로'…장애인이 둘러본 '서울로 7017'

【서울=뉴시스】강지은 기자 = "화분이 너무 크고 촘촘하게 배치돼 있어서 휠체어를 타고는 경관을 볼 수가 없네요."

 지난 28일 오전 서울역 고가 보행길 '서울로 7017'을 찾은 장애인과 관련단체 20여명은 현장을 둘러보며 이같은 아쉬움을 내비쳤다.

 서울시는 다음달 20일 서울로 7017 정식 개장에 앞서 보행약자의 이용시설물 불편사항을 개선하기 위해 이날 장애인들을 초청, 사전점검을 실시했다.

 대부분 전동 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참석자들은 출발 장소인 고가 종점부(만리동 인근)에 모여 안전모를 쓰고 현장 관계자의 설명을 들을 수 있는 무선 수신기와 이어폰을 챙겼다.

 이충열 서울역일대종합발전기획단장은 "공정률이 95%이지만 아직은 많이 어수선하다"며 "완성된 상태를 보여드리는 것도 좋지만 부족한 점이 있는지 의견을 듣고자 자리를 마련한 만큼 보완해서 완성도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휠체어 이용자를 위해 보행로 폭을 휠체어 2대가 동시에 지나갈 수 있는 2.5~3.5m로 확보했다. 화장실 출입구 경사는 설치기준(1/18)보다 더 완만한 1/50로 낮췄다.

 그러나 이날 휠체어를 타고 점검에 나선 김동희 마포장애인자립생활센터장은 "화분이 너무 커서 보행로가 상대적으로 좁은 것 같다"며 "특히 화분이 촘촘하게 있어서 경관을 보고 싶어도 난간 쪽으로 갈 수 없다"고 지적했다.

'화분에 가로막힌 보행로'…장애인이 둘러본 '서울로 7017'

 실제로 고가 보행길 양쪽에는 지름 1.7~4.8m의 원형 화분 총 645개가 설치돼 있다. 일반인들은 안전난간(강화유리)이 있는 화분 뒤쪽 공간으로 가서 탁 트인 경관을 볼 수 있지만 휠체어 이용자들은 진입할 공간이 없어 보행로만 따라 이동할 수 밖에 없다.

 보행로 바닥에 점자블럭이 설치되지 않은 점도 문제점으로 제기됐다.

 홍순호 지체장애인편의시설 서초구센터장은 "시각장애인의 경우 점자블럭이 없어 위험할 것 같다"며 "요즘은 아파트나 지하철에도 점자블럭이 잘 돼 있는데 (서울로 7017은) 그렇지 않아 아쉽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권완택 서울역일대종합발전기획단 반장은 "고가 시점부와 종점부에는 점자블록이 설치돼 있다"며 "법적으로 모든 바닥에 점자블럭을 반드시 설치해야 하는 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자원봉사자가 1대 1로 시각장애인을 안내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운영 시스템을 보완하겠다"고 덧붙였다.

 그 밖에 의견으로는 지체장애인 김동수씨가 "엘리베이터와 엘리베이터간 간격(200m)이 넓어 만약 한 대가 고장나면 다른 엘리베이터까지 이동하기 힘들 것 같다"며 건의했다.

'화분에 가로막힌 보행로'…장애인이 둘러본 '서울로 7017'

 몸이 불편해 휠체어를 이용하는 우창윤 서울시의회 시의원은 "가로등, 폐쇄회로(CC)TV, 비상벨, 스피커 등의 기능을 갖춘 통합폴 111대가 곳곳에 설치돼 있는데 시각장애인들이 부딪힐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불편사항에 대한 지적이 많았지만 긍정적인 의견도 있었다. 참석자들은 17개 전체 진입로에 현재 위치를 소리로 알려주는 음성유도기가 설치된 점을 높이 평가했다.

 엘리베이터 시승에 나선 김 센터장이 엘리베이터 앞에 설치된 버튼을 누르자 안내 멘트가 나오면서 문이 천천히 열리고 닫혔다. 김 센터장은 "다른 이용시설물에 비해 편리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점검은 약 1시간 가량 진행됐다. 화장실과 편의시설 등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아 살펴보지 못한 시설들은 다음달 15일 2차 사전점검에서 둘러볼 예정이다.

 권완택 반장은 "오늘 나온 건의사항은 관계자들과 다시 논의할 계획"이라며 "2차 점검에서 건의사항이 반영됐는지 여부도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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