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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누가 돼도 야당이긴 한디"…고민에 빠진 호남 표심

등록 2017.04.30 09:27:41수정 2017.04.30 10:3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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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시스】송창헌 기자 = 제19대 대선이 9일 앞으로 다가온 30일 전통적인 야권 텃밭인 광주와 전남의 민심이 여전히 누글 찍을 것인지, 지지 후보를 놓고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 광주의 대표적인 전통시장인 남광주야시장 모습. 2017.04.30  goodchang@newsis.com

【광주=뉴시스】송창헌 기자 = 제19대 대선이 9일 앞으로 다가온 30일 전통적인 야권 텃밭인 광주와 전남의 민심이 여전히 누글 찍을 것인지, 지지 후보를 놓고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 광주의 대표적인 전통시장인 남광주야시장 모습. 2017.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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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층 "文이 믿음직", 노년층 반문 정서 여전
 중장년 "文도, 安도 왠지 미덥잖다" 표심 방황
 TV토론 여파 安지지층 동요, 심상정 인기상승
 '비문 단일화'도 고민…"국민통합" 주문도 많아

【광주=뉴시스】송창헌 기자 = "누가 거시기되든(당선되든) 야당이긴 한디, 누굴 찍을지는 진짜 고민된당께(고민이 됩니다)."

 4월의 마지막 주말인 29일 오후 광주 남광주시장. 국밥집을 운영하는 50대 여주인은 야도(野都)에서만 평생을 살아와선지 각종 여론조사에서 야권후보가 1, 2위를 하는 꽃놀이패가 즐거우면서도 누굴 택할지에 대해선 "진짜 고민이랑께∼"하며 연신 고개를 저었다.

 옆에 있던 40대 노점상이 거들었다. "옛날엔 김대중, 노무현 걍(그냥) 찍었는디, 이참에는 고민이제. 문재인은 앞 번(2012년 대선)에 몰표를 줬는디, 박근혜한테 져부렀고(졌고), 안철수는 어째(왠지) 딱 부러지들 못하고, 테레비(TV) 토론도 망쳐 불고. 걍 두 사람이 합쳐 불먼(합치면) 좋겄는디"

 방황하는 중장년층의 표심을 그대로 드러냈다.

 인근 조선대학교 캠퍼스. 3대 3 길거리 농구를 즐기던 학생들과 벤치에 있던 여학생 등을 만나 "누가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냐"고 물었다. 절반이 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택했다. "당선될 확률이 높아서", "왠지 믿음이 가고 이웃집 아저씨 같아서", "나라를 확 바꿀 수 있을 것 같다"고 지지 이유도 다양했다.

 몇몇은 안철수 팬이었다. "다른 후보들보다 청렴한 것 같다" "IT전문가로서 주변 강대국에 맞서 우리나라 미래산업을 책임질 수 있을 것 같다", "덜 정치적이고 때가 덜 묻은 것 같다"는 의견들을 냈다.

【광주=뉴시스】박영태 기자 =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9일 오후 광주광역시 동구 충장로에서 진행된 광주지역 집중유세에 입장하며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2017.04.29. since1999@newsis.com

【광주=뉴시스】박영태 기자 =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9일 오후 광주광역시 동구 충장로에서 진행된 광주지역 집중유세에 입장하며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2017.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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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학생은 정의당 심상정 후보에게 엄지를 치켜세웠다. "여성이어서라기 보다는 여러 정책이나 소신, 당당함, 특히 TV토론회에서 보여준 모습은 단연 짱"이라며 "좋아하는 정당도 바꿨어요"라고 웃음지었다.

 실제 한국갤럽의 4월 넷째주(25~27일)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에서 심 후보는 처음으로 호남에서 두 자릿수(10%) 지지율을 얻었고, 응답자의 29%는 '1~4차 TV토론을 가장 잘한 후보'로 심 후보를 꼽았다.

 발길을 광주 무등도서관 앞 우산근린공원으로 돌렸다. 퇴직자 등 60∼80대 노년층이 주로 찾는 곳이다.

 중소기업 임원으로 퇴직했다는 신모(67)씨. 신씨는 "누굴 찍을 생각이시냐"는 물음에 대뜸 "문재인은 안된다"고 했다. 칠순의 또 다른 어르신도 동조했다. 누굴 찍거나, 누가 돼야 한다는 논리가 아닌 누구는 안된다는 판단이다. 고령층 반문(반문재인) 정서가 여전함을 보여줬다.

 어르신들은 전번 대선 때 90% 몰표에도 패했고, 지난 총선에서 '호남이 민주당에 대한 지지를 거둔다면 정계은퇴하고 대선에 불출마하겠다"고 공언했음에도 이를 어긴 점을 주로 강조했다. 대북송금 특검이 "DJ에게 상처를 줬다"고 했고, "호남 홀대, 하루 이틀 일이냐"고 마뜩잖아했다.

 반론도 적잖았다. 퇴직 공무원 이모(64)씨는 "문재인은 친문 친노 패권주의, 안철수는 39석에 불과한 의석수가 걱정이지만 그래도 국정농단, 촛불집회 등을 생각해 보면 안정적이고 당선확률도 가장 높은 후보가 돼야 하지 않겠냐"고 문 후보에 대한 지지를 우회적으로 밝혔다.

 강아지와 산책나온 전모(61·여)씨도 "예전에는 호남 홀대했다는 말에 (문 후보에게) 서운함이 있었지만 지금은 '사실은 아니다'는 말들도 많아 선지 그런 감정이 많이 누그러졌다. 후보 부인도 공이 크다"고 말했다.

 비문(비문재인) 연대에 대해서도 "보수진영에도 개혁세력이 있다면 가능한 일 아니냐"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자유한국당은 박근혜당 아니냐. 거기하고는 안되지"라는 반론도 많았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드러난 '세대별 온도차'. 호남의 바닥 민심에서도 피부로, 오감으로 느끼기에 충분했다.

【광주=뉴시스】강종민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24일 오후 광주 북구 전남대후문에서 유세를 갖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17.04.24.  photo@newsis.com

【광주=뉴시스】강종민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24일 오후 광주 북구 전남대후문에서 유세를 갖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17.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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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야권 텃밭인 전남에서도 지역을 떠나, 세대를 떠나 지지후보에 대한 의견이 엇갈렸다.

 서부권 중심도시 목포에 사는 유모(49)씨는 "안 후보가 TV토론에서 차별성을 보여주지 못했고 우클릭하다 중도세력을 놓친 것 같다", 인근 무안에 사는 박모(56)씨는 "격랑이 몰아칠 대선 후 정국을 생각하면 원내 1당 후보로 찍는게 안정적 국정운영에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반면 직장인 이모씨(35)씨는 "안 후보가 일자리 창출과 또 다른 '한강의 기적'을 만들지 않을까 기대감이 다른 후보들보다 크다. 앞으로는 먹고 사는 것, 청년일자리가 화두 아니냐"고 말했다.

 혁신도시 나주에 사는 나모(50·회사원)씨는 "문 후보가 당선되면 주변 친문 진영의 인의 장막으로 끼리끼리 패권잔치가 더욱 고착화될 것"이라고 문 후보에 대한 반감을 드러낸 반면 대학원생 이모(30)씨는 "심상정, 문재인을 놓고 고민 중인데 적폐 청산, 권력기관 개혁에 마음이 끌려 문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통합'에 대한 주문도 빠지지 않았다. 여수에 사는 고모(69)씨는 "분열된 국론을 통합할 수 있는 지도자"를 원했고, 광주에서 구두수선점을 운영하는 정모(41)씨도 "국민을, 지역을, 흙수저, 금수저 모두를 하나로 묶을 통합의 정치인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호남 민심이 방황하면서 두 유력 후보 캠프의 전략도 '바닥'을 향하고 있다.

 민주당 광주선대위 측은 30일 "밖으로는 폭풍릴레이 유세에 소속 의원들을 대거 투입하는 한편 안으로는 5월 가족주간을 맞아 세대 간 교감을 통해 지지층을 넓히고 가족투표 운동을 펼 계획"이다. 가족 간 대화를 통해 젊은층의 투표율을 높이고 고령층 반문 정서를 누그러트리겠다는 투트랙 전략이다.

 국민의당 광주선대위 측은 "당의 우위 자산, 즉 광주와 전남 18개 의석 중 16개를 차지하고 있는 강점을 최대한 활용해 대형 집중 유세가 아닌 지역별 동시다발 동서남북 민심 파고들기로 진정한 '민심의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전략이다. '골목 스킨십'과 인증샷 참여 확산에도 당력을 모을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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