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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깜깜이 선거 국면' 이대로 좋은가

등록 2017.05.05 08:11:00수정 2017.05.05 09: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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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남빛나라 기자 = 캠프 관계자도 알고 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인사들도 아는데 일반 유권자만 모른다.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 시행되는 여론조사 이야기다.

 결과 공개만 금지될 뿐 여론조사 자체가 불법은 아니기 때문에 선거 관계자들은 공표 금지 기간에도 자체적으로 여론조사를 돌린다. 이 때문에 공표 금지 기간 시행된 여론조사를 인용해 선거 당일까지 '어느 기관 조사 결과 최근 판세가 급격하게 누구 쪽으로 기울었다', '어느 지역에서는 누가 압승했다' 는 식의 '카더라 뉴스'가 판을 치기 마련이다.

 공직선거법 제108조제1항은 선거일 6일 전부터 선거일 투표마감 시각까지 여론조사 결과의 공개를 금지하고 있다. 이번 대선의 경우 3일부터 9일 오후 8시까지가 공표 금지 기간이다. 다만 3일 전에 조사한 결과임을 명시할 경우 공표할 수 있다.

 여론조사 공표 금지는 1994년 공직선거법이 제정되면서 도입된 이후 2005년 법 개정을 통해 현재까지 '선거 6일 전 공표 금지' 조항이 적용되고 있다. 미국, 영국, 일본, 독일 등은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을 두지 않고 있다. 프랑스는 선거 직전 이틀만 공표를 제한한다.

 깜깜이 선거 국면을 불러 유권자의 알 권리를 침해한다는 비판이 그간 꾸준히 제기돼왔지만 헌법재판소는 1999년 여론조사 공표 금지 합헌 결정을 내렸다. "밴드왜건 효과와 열세자 효과로 국민의 진의를 왜곡하고 선거의 공정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였다. 1위 후보에게 표가 쏠리거나, 약세 후보에게 동정표가 몰리는 사태를 방지해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는 과거 논리에 불과하다. 먼저 이번 대선부터는 사전투표가 실시되고 있다. 당장 4일부터 누구나 원하는 사람은 투표에 응하고 있다. 이들은 3일 각 언론에서 보도된 여론조사를 참고해 투표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는 선거 직전 여론조사 공표가 선거에 공정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헌재 결정과 정면 배치된다. 사전 투표자들은 직전 여론조사를 참고해 투표해도 되고, 선거 당일 투표자들은 여론조사를 참고하면 안된다는 말이 되기 때문이다.

 또 사표 방지를 위해 유력 주자에게 표를 주거나, 반대로 2위권 후보에게 동정표를 던지거나 하는 행위도 모두 유권자의 고유한 선택이란 점도 감안돼야 한다. 이를 제도적으로 막으려 한다는 것 자체에 오히려 위헌적 요소가 들어 있다는 주장도 있다.

 나아가 유권자의 의식 수준이 과거와 다르게 눈에 띄게 향상된 점도 감안해야 한다. 바로 지난해 총선만 봐도 사전 여론조사와 실제 결과는 크게 달랐다. 이는 국민이 여론조사에 대한 중요도는 인식하지만 절대적 기준으로 삼지는 않는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같은 상황인데도 여론조사 공표 금지 규정이 유지되다보니 오히려 부작용이 양산되기도 한다. 가짜뉴스가 그 틈을 비집고 횡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인터넷 일각에선 1, 2위간 격차가 줄었다거나, 오히려 더 벌어졌다는 등의 근거 없는 이야기가 난무한다. 이도 역시 여론조사 결과가 공표되지 못함으로써 발생하는 현상이다.

 이에따라 유권자의 올바른 선택을 유도하기 위해 규정돼 있는 여론조사 공표 금지가 오히려 잘못된 선택으로 이끌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크다. '공정'을 위해 만들어진 규정이 이제와서는 '불공정'을 추구하고 있다는 지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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