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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 불기소' 임수빈 변호사 "검찰개혁 이제 불가피"

등록 2017.05.14 16: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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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임수빈 변호사

"총장 물러날 수밖에 없었을 것…검찰개혁은 계속 진행"
"文, 조국 임명은 '제2의 우병우' 만들지 않겠다는 의지"
"검찰은 무관이 아닌 문관…칼잡이 검사가 검찰권 오용"
"수사절차법·기소기준제 등 도입해 부당한 수사 막아야"

【서울=뉴시스】오제일 기자 = "검찰 개혁, 이제는 피할 수 없을 겁니다. 검찰이 먼저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줬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어요."

 2009년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을 끝으로 검찰을 떠났던 임수빈(56·사법연수원 19기) 변호사가 친정을 향해 쓴소리를 뱉었다. 검찰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썼다는 책 '검사님 지금 잘못하고 계십니다'를 통해서다.

 임 변호사는 'PD 수첩' 사건 처리 방향을 두고 검찰 수뇌부와 갈등을 빚다 검사복을 벗은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당시 정부는 MBC PD 수첩이 방영한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편이 왜곡됐다며 검찰에 수사 의뢰를 했다. 하지만 임 변호사는 언론의 자유에 비춰볼 때 제작진을 기소할 수 없다고 버티다 2009년 검찰을 떠났다.

 임 변호사가 검찰을 떠난 뒤 사건은 형사6부로 재배당됐다. 이후 검찰은 왜곡된 내용을 통해 협상단 명예를 훼손했다며 PD 수첩 제작진을 재판에 넘겼지만, 법원은 1·2·3심 모두 무죄 판결을 내렸다. 해당 사건은 검찰권 남용의 대표 사례로 남았다.

 임 변호사가 최근 출간한 '검사님 지금 잘못하고 계십니다'는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박사 학위 논문으로 제출한 '검찰권 남용에 대한 통제방안' 내용을 쉽게 풀어쓴 것이다. 임 변호사가 검찰을 나와 변호사로 활동하며 목격한 검찰권 남용 사례, 그 통제 방안에 대한 고민이 담겼다.

 검찰 근무 당시 보이지 않던 검찰권 남용 행태들이 변호사가 된 뒤 다수 목격됐다는 게 책을 내게 된 배경 중 하나다. 임 변호사는 이 기간 특별감찰관 후보로 추천된 데 이어, 지난해 박영수 특검팀 특검보로도 추천된 바 있다.

 책 속의 검찰 개혁 방안은 문재인 정권의 검찰 개혁 기조와 맥을 같이 한다.

 그는 "대통령이 탄핵되고 구속까지 되는 상황에 사정기관장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있겠느냐. 검찰총장이 물러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검찰 총장이 있고 없고와는 상관없이 검찰 개혁이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이 민정수석에 조국 교수를 임명한 것은 '제2의 우병우'를 만들지 않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이다. 그만큼 검찰 개혁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임 변호사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 검·경 수사권 조정 등 문 대통령 공약 역시 큰 틀에서 찬성했다.

【서울=뉴시스】

 공수처 신설을 "검사들도 수사 객체가 될 수 있다는 경계감이 검사들의 공과 사를 바꿔놓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공수처가 또하나의 권력기구가 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법원은 전국 조직인데 반해 헌법재판소는 본부만 있는 조직이다. 헌재가 권한을 남용 할려고 해도 별로 할 게 없다. 공수처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반박했다.

 수사권 조정 문제와 관련해서는 '무관'이 아닌 '문관'으로서 검사 역할을 강조했다.

 "자신을 칼잡이라고 하는 검사들이 있는데, 검사는 문관이다. 문관으로서 무관인 경찰을 지휘하고 통제하는 것"이라며 "검사들이 자신을 무관이라고 생각할 때 범죄를 처벌하는 쪽으로만 빠지게 되는 것이다. 이 경우 검찰권 오남용 소지가 크다"고 짚었다.

 새 정부가 검찰 수사 독립성 보장을 위해 관련 내용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가 통치를 가장해 검찰을 이용하는 일이 역대 정부에서 빈번했던 만큼, 새 정부뿐만 아니라 이후 정부에서도 검찰 수사 독립성이 보장될 수 있게 시스템화하자는 취지다.

 임 변호사는 "검찰 수사의 경우 배경이 정당하지 못하면 과정이 불법과 탈법, 위법을 넘나든다. 하지만 이 부분은 은밀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과정의 적법성과 처리의 공정성을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을 제도화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한 방법으로 '수사절차법'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그간 검찰이 조사 전날 소환 통보, 심야 조사, 타건 압박 수사, 피의사실 공표 등을 통해 검찰권을 남용했다며 이를 개선하는 방안을 담자는 것이다. 그는 "본인이 피의자가 됐는데 왜 모르고 살아야 하느냐"며 검찰의 통지 부분에 대한 개선 방안도 절차법에 포함해야 한다고 했다.

 처리의 공정성을 통제하는 방안으로는 '기소기준제' 도입을 언급했다. 죄질·범죄 유형·범행 동기·수단 및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최종 점수를 산출, 공소제기 기준 점수를 웃돌 경우 기소하고 미달할 경우엔 기소유예하는 식으로 처리하자는 것이다.

 이는 범죄 혐의가 입증되면 검사가 반드시 기소해야 하는 독일식 기소법정주의 도입 공약과는 부딪히는 개념이다. 검사의 재량권을 인정해주되, 남용을 제한하자는 게 기소기준제의 목적이다.

 임 변호사는 "기소 기준을 정하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다. 법원도 양형기준제를 시행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며 "검사들이 기소 여부를 판단할 때 자의적으로 하지말고 기준대로 하자는 거다. 이게 도입되면 보복성 기소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과정의 적법성과 처리의 공정성을 담보해, 배경이 부당한 수사를 막아낼 수 있다는 게 임 변호사 생각이다. 이 같은 생각은 그가 출간한 책에 고스란히 담겼다.

 "검찰 독립성을 훼손하려는 시도는 항상 있을 수 있습니다. 다만 저는 그 시도가 올 때 '제도적 통제가 많아서 어렵다'고 말할 수 있게 하자는 겁니다. 검찰 수사 독립은 대통령 한 사람의 의지만으로 되는 게 아니라고 봅니다. 임기가 제한돼 있잖아요. 중요한 건 제도화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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