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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리포트]맛있는 제주만들기①…'메로식당'

등록 2017.05.29 10:47:45수정 2017.05.29 10:4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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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뉴시스】곽경호 기자 = '맛있는 제주만들기' 3호점 메로식당 업주 남신자씨가 음식 조리 도중 환하게 웃고 있다.

【제주=뉴시스】곽경호 기자 = '맛있는 제주만들기' 3호점 메로식당 업주 남신자씨가 음식 조리 도중 환하게 웃고 있다.

【제주=뉴시스】곽경호 산업2부장 = 맛집여행으로 제주도에 가면 꼭 찾아가볼 곳들이 있습니다. 제주갈치집이나 옥돔구이집이 아닙니다. 입구에 '맛있는 제주만들기' 현판이 붙어있는 식당입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여느 동네 식당과 다를 바 없지만 맛과 함께 정(情)이 깃든 따뜻한 곳입니다. 

 호텔신라가 제주지역에 대한 사회공헌 사업으로 큰 공을 들이고 있는 '맛있는 제주만들기'에 본지 담당 데스크가 직접 현장을 찾았습니다.

 장사가 안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음식점 가운데 제주도청에서 엄선하고, 호텔신라가 식당 리뉴얼과 메뉴 컨설팅을 맡아 업주들이 자활할 수 있도록 만드는 사업입니다.

 맛있는 제주만들기로 재 탄생한 음식점들은 지역 맛집의 명소로 인기가 높습니다. 무엇보다 업주들의 자활의지가  제일 크지만, 호텔신라 측이 맛있는 메뉴 개발에 심혈을 기울인 탓도 성공의 밑바탕이 됐습니다. 지난 3년 동안 17호점이 개점된 '맛있는 제주만들기' 2곳을 [데스크 리포트]가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지난 5월 23일 오전. 필자는 김포공항에서 제주행 비행기에 홀로 몸을 실었습니다. 외부 취재 때는 사진기자를 대동합니다만, 백팩에 노트북 하나만 달랑 넣고 취재에 나선 겁니다.

 어렵사리 막 자활에 성공한 업주님들인지라, 언론 취재에 따른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리고 싶은 소박한(?) 마음 때문이었다고나 할까요. 아무튼 비가 오락가락 하던 날씨 속에 제주공항에 내려 다시 택시에 올라타고 간 곳은 서귀포시 충정로 91번길 시장통 어귀에 자리잡은 '메로식당'.

【제주=뉴시스】메로식당의 입구 모습.

【제주=뉴시스】메로식당의 입구 모습.

 '맛있는 제주만들기 3호점' 현판이 붙은 입구를 들어서며 "서울서 취재온 사람입니다"고 말하자 주인 아주머니께서 무척 반갑게 맞아주셨습니다. 업주 남신자(65)씨 입니다. 나이에 비해 훨씬 젊어보이는 외모임에도, 눈가의 주름에서는 힘들었던 지난 세월의 풍상이 살짝 엿보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밝은 미소 속에는 희망과 기쁨 두 글자가 확연하게 드러나 보였습니다. 힘들었던 과거를 딛고 '맛있는 제주만들기'를 통해 자활에 성공한 어엿한 사장님의 모습이었습니다.  

 일단 음식 이야기는 잠시 후에 하기로 하고, 업주 남씨의 안타까웠던 자활 역경을 먼저 들어보겠습니다.

 남씨가 2014년 4월, 지금의 맛있는 제주만들기 3호점을 열기 전까지 10년간은 말로 하기 힘들만큼 애로를 겪었습니다.

 이 식당을 열게 된 것도 큰딸이 우연히 지역방송을 보다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신청했기에 가능했습니다. 큰 딸은 12년 전 고층건물에서 추락하는 사고로 전신불수 상태입니다. 손도 움직이지 못하는 큰 딸은 당시 방송에서 '맛있는 제주만들기' 사업 신청을 받는다는 소식을 접하곤 TV리모콘을 입에 물고 신청을 했다고 합니다.  

 원래 업주 남씨는 제주 토평지역에서 큰 횟집을 운영했습니다. 장사가 잘돼 3남매를 키우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가족의 행복은 큰딸이 2005년 5월 고층건물에서 추락, 전신불수가 되면서 산산히 깨지고 맙니다. 남씨는 딸의 간호를 위해 횟집을 폐점한 채 3년간 병간호만 매달렸습니다. 그러는 동안 엄청난 치료비를 대느라 그간 모은 돈은 물론이고 수억원대의 빚까지 지게 됐습니다. 이후 남씨는 가족들 생계와 빚을 갚기 위해 현재의 이곳에 어렵사리 식당을 열었지만 그와 가족들의 고난은 여전히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장사가 거의 안됐기 때문입니다.

【서울=뉴시스】메로식당의 주요 메뉴. (메로구이와 메로탕면, 메로탕 지리)

【서울=뉴시스】메로식당의 주요 메뉴. (메로구이와 메로탕면, 메로탕 지리)

 남씨가 호텔신라의 도움으로 이 곳에 '맛있는 제주만들기 3호점'을 개점한 이후 올해로 꼭 3년을 맞았습니다. 3년간 꾸준히 매상도 올라 지금은 하루 평균 매상이 30~40만원 정도 됩니다. 주말에는 관광객들도 많이 몰려와 100만원 매상을 올릴 때도 있다고 합니다. 그 많던 빚도 거의 다 갚을 만큼 생활도 많이 나아졌습니다.

 남씨가 불행을 딛고 자활에 성공한 만큼 자신도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에 적극적입니다. '맛있는 제주만들기' 점주들이 만든 봉사단체의 1대 회장을 맡은 이후 왕성한 봉사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남씨는 취재 말미에 이런 일화를 필자에게 털어놨습니다.

 식당 영업이 잘 되자 어느날 부동산업자가 찾아와 "권리금 5000만원을 줄 테니 가게를 넘겨라"고 유혹을 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남씨는 일언지하에 거절했다고 합니다. 남씨는 "맛있는 제주만들기 식당은 자신들의 영원한 자활의 터전이자 제주 지역민들의 희망의 상징"이라고 말입니다.

 ◇'메로식당'에 가면

【제주=뉴시스】곽경호 기자 = 메로식당의 주 메뉴 '메로구이'. 기름기를 뺀 담백하고 쫄깃한 육질의 식감이 일품이다.

【제주=뉴시스】곽경호 기자 = 메로식당의 주 메뉴 '메로구이'. 기름기를 뺀 담백하고 쫄깃한 육질의 식감이 일품이다.

 메로식당의 주메뉴는 '메로구이'와 '메로탕면', '메로지리' 등이다.

 메로는 귀한 생선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 식당의 메로구이는 가격이 저렴하다. 2명이 먹기 적당한 메로구이 한판 (사진)에 13,000원이다. 맛은 더욱 식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석쇠에 구워 기름기를 뺀 탓에 육질이 더욱 담백하고 쫄깃하다.

 메로탕면은 얼큰한 매운탕으로 끓인 뒤 국수를 넣어 먹는 맛이 일품이다. 메로지리는 맑은 메로 육수를 우려 낸 담백한 어탕 맛이 입맛을 돋운다.  

 밑반찬도 빼놓을 수 없다. 업주 남씨가 한라산에서 직접 캔 두릅과 고사리 무침은 주 메뉴 못지않게 맛이 일품이다.

 메로식당 인근에는 올래시장과 이중섭 거리, 섶섬, 세연교 등 서귀포 지역 유명 관광지가 즐비해 관광과 맛집 탐방 코스에도 빼놓을 수 없다.

 메로는 남극해와 남반구 남쪽 심해에서만 사는 어종으로 미국에서는 '칠레 농어', 일본과 한국에서는 '메로' 혹은 '비막치어'라고도 불린다. 최대 2m까지 자라며 수온이 아주 낮은 지역에 생활하기 때문에 피부조직과 피에는 부동성분을 가진 단백질을 보유하고 있다. 맛과 향이 좋고 영양이 풍부해 미국과 일본에서 인기를 끌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들어 고급 식당이나 호텔을 중심으로 소비가 증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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