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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미혼모 갓난아기 20년간 키워…금천구 장한어버이상

등록 2017.05.24 11:5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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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미혼모 갓난아기 20년간 키워…금천구 장한어버이상

【서울=뉴시스】박대로 기자 = 넉넉지 않은 형편에도 이웃집 아이를 자신의 아이처럼 20여년간 키워 온 사례가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다.

 24일 금천구(구청장 차성수)에 따르면 1997년 김경순씨 가족의 이웃집으로 30대 초반 미혼모가 이사를 왔다.

 김씨는 주위에는 도움 받을 가족도 없는 미혼모와 아기(최병진씨)를 딱하게 여겨 도움을 주기 시작했다. 김씨와 미혼모는 곧 출생신고도 함께 할 정도로 친해졌다.

 단칸방 월셋집에서 남편, 그리고 중고등학교를 다니는 아이들과 함께 지내던 김씨는 넉넉한 형편이 아니었지만 세상에 갓 나온 아기를 외면할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친모는 김씨에게 아기를 부탁하고 떠났다. 12년전 마지막으로 아들을 보고 병환으로 숨졌다. 친모는 숨을 거두며 김씨에게 "끝까지 병진이를 부탁한다"는 말을 남겼다. 이후 김씨는 법원에서 병진씨의 후견인으로 인정받았다.

 김씨는 병진씨에게 친모 이야기를 솔직하게 전했고 병진씨도 그런 김씨를 '할머니'라고 부르며 따랐다.

 병진씨는 고교 3학년 때 김씨로부터 전해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써 2015년 수기공모전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병진씨는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갓난아이를 20년 넘게 키워주신 할머니, 할아버지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앞으로 저에게 베풀어주신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열심히 효도하겠다"고 말했다.

 김씨의 남편인 이은재씨는 "아기를 처음 봤을 때 너무 예쁘기도 하고 불쌍하기도 했다"며 "우리 아이들은 이미 커서 아이를 하나 더 키운다고 해서 큰 부담은 느끼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올해 대학생이 된 병진이를 보니 참 대견하고 기쁘다"며 "많이 해준 것도 없는데 잘 자라준 것도 고맙고 자라면서 불평 한마디 없이 말을 잘 들어준 것도 항상 고맙다"고 밝혔다.

 금천구는 12일 김씨에게 장한어버이상을 표창했다.

 차성수 금천구청장은 "생활이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갓 태어난 생명을 외면하지 않고 20여년 간 돌봐 건실한 청년으로 키워낸 김씨의 행동은 우리 사회에 커다란 울림을 주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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