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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캠 사태·조교들 파업·폐지론까지…'혼돈의 서울대'

등록 2017.05.28 12:4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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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4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행정관에는 '학생들은 본부점거 중 성낙인-시흥캠OUT'라고 적힌 현수막 아래로 '행정관 무단침입 점거' 경고문이 부착돼 있다.  서울대는 지난 3일 행정관 점거를 주도한 학생 6명을 재물손괴, 건조물침입, 업무방해 혐의로 서울 관악경찰서에 고발했다. 2017.05.04. scchoo@newsis.com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4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행정관에는 '학생들은 본부점거 중 성낙인-시흥캠OUT'라고 적힌 현수막 아래로 '행정관 무단침입 점거' 경고문이 부착돼 있다. 서울대는 지난 3일 행정관 점거를 주도한 학생 6명을 재물손괴, 건조물침입, 업무방해 혐의로 서울 관악경찰서에 고발했다. 2017.05.04. [email protected]

본관 점거 학생들 "징계 철회, 폭력사태 사과하면 점거 해제"
 비학생 조교들 파업도 장기화 조짐 "천막농성 등 강도 높일 것"
 '서울대 폐지설'까지 부상…"文 공약에 위상 추락하나" 어수선

【서울=뉴시스】박영주 기자 = 각종 분규와 악재가 겹치면서 서울대학교의 혼란이 깊어지고 있다.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철회를 요구하는 학생들이 본관(행정관) 2층을 장기 점거 중인 가운데 1층 현관 앞에서는 비학생 조교들이 '고용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투쟁을 벌이고 있다.

 사태 해결에 앞장서야 할 학교 본부와 성낙인 총장은 학생들에게 징계와 형사고발 카드를 꺼내 들었고, 비학생 조교들의 요구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해 10월10일 학생들이 본관을 점거한 이후 231일째 지속된 학내 갈등은 해결될 기미는커녕 다른 현안들이 가세하며 엎친 데 덮친 격의 양상을 보이는 실정이다.

 ◇경찰, 수사 착수…학생들 "징계 중단하면 점거해제"

 서울 관악경찰서는 지난 19일 서울대가 재물손괴·건조물 침입·업무 방해 등 혐의로 형사고발한 4명의 학생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현재 고발인 조사까지 마쳤으며 4명의 학생에게는 출석 요구서를 전달했다.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서울대학교 총학생회가 4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행정관 앞에서 집회를 갖고 '성낙인 총장 사퇴와 시흥캠퍼스 철회' 등을 촉구하고 있다. 2017.05.04. scchoo@newsis.com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서울대학교 총학생회가 4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행정관 앞에서 집회를 갖고 '성낙인 총장 사퇴와 시흥캠퍼스 철회' 등을 촉구하고 있다. 2017.05.04. [email protected]

 이번 사태는 지난 1일 일부 학생들이 행정관에 무단 침입하면서 촉발됐다. 학생들은 사다리를 이용해 2층 기자실 창문으로 접근, 쇠망치로 유리창을 깨부쉈다. 지난 3월11일 본부의 이사 강행으로 행정관에서 쫓겨났던 학생들은 몇 차례에 걸친 '고지 쟁탈전' 끝에 본관을 재탈환했다.

 본부는 학생들의 행위가 도를 넘었다고 판단, 형사고발과 함께 징계 절차에 착수했다. 10여명에 달하는 징계대상 학생들 중 일부에 대해서는 출교(재입학을 할 수 없는 영구 퇴학)까지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본부의 강경한 태도에 학내 교수들이 중재에 나섰다. 지난 15일 본부와 학생들은 민주화를위한교수협의회(민교협)가 시흥캠퍼스 사태 해결을 위해 마련한 대화 테이블에 마주하기도 했다.

 하지만 양 측간 대화가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본부 측은 통일과 4차 산업혁명 대비를 위해 시흥캠퍼스가 절실하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 게다가 처·국장단을 비롯한 일부 보직교수들이 징계 절차를 강행해야 한다고 본부 측에 강경하게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점거 학생들은 "징계를 철회하면 점거를 풀고 대화에 나서겠다"고 다소 전향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 학생은 "점거 농성을 해제하면 우리도 얻는 게 있어야 한다"면서 "본부가 징계를 중단하고 폭력 사태에 대해 사과하면 우리도 점거를 풀고 시흥캠퍼스 관련 대화에도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다수 학생들은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철회 입장은 변함없다"며 본질적인 대목에서는 여전히 대립각을 세우는 중이다.

 ◇비학생 조교들 "천막농성 시작…더는 양보하지 않겠다"

 고용보장 문제로 본부와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서울대 비학생 조교 130여명의 파업도 열흘이 넘어가고 있다.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민주노총 전국대학노동조합 관계자들이 16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행정동 앞에서 열린 '서울대 비학생조교 고용보장 사회적 약속 이행 및 문재인 정부 국립대 비정규 조교 문제 해결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7.05.16.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민주노총 전국대학노동조합 관계자들이 16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행정동 앞에서 열린 '서울대 비학생조교 고용보장 사회적 약속 이행 및 문재인 정부 국립대 비정규 조교 문제 해결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7.05.16.  [email protected]

 비학생 조교는 석사 또는 박사 등 학업을 병행하지 않으면서 직원과 동일하게 행정 업무를 맡는 '교직원형 조교'를 말한다. 본부는 비학생 조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고 장기간 고용해오다가 지난해 12월 고용 보장을 약속했다. 하지만 양측은 임금 부분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본부는 총장 고용과 신입 법인직원(정규직)의 85% 수준 임금을 최종안으로 제시했지만 비학생 조교들은 총장 고용과 함께 신입 법인직원의 95% 수준 유지를 요구했다. 비학생 조교 노조 측에 따르면 본부가 제시한 안은 현 수준 대비 최대 44%의 임금 삭감을 초래한다.

 결국 서울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는 총장 고용과 신입 법인직원의 90% 수준 임금을 제시했고 노조 측은 받아들였다. 하지만 본부 측은 이에 대한 답변을 유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성민 비학생 조교 노조 지부장은 "지노위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2년 동안 임금을 동결하겠다고 했는데도 학교 측에서 답변하지 않고 있다"며 "학교가 이렇게 나오면 우리도 파업을 지속하고 모든 협상을 무효화해 현행 유지(임금 100% 유지)를 주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 지부장은 "본부가 지노위 결정에 따르면 우리도 협상하겠지만 만약 계속 반응이 없으면 천막 농성을 하고 파업 강도를 높여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본부는 학내 600명에 달하는 무기계약직 직원들과 비학생 조교들의 임금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무기계약직은 정규직처럼 고용 안정을 보장받는 대신 임금 수준은 정규직보다 낮은 형태의 근로계약이다.

 학교 측 관계자는 "무기계약직 직원들은 기관장 발령으로 법인직원 임금의 70~87%를 받고 있다"면서 "장기적으로 임금 수준을 높이는 것은 논의할 수 있지만 당장 90~95%를 요구하면 형평성이 안 맞는다"고 지적했다.

 ◇서울대 폐지론까지 설왕설래…"문재인 뽑은 사람 책임져" 원색 비난도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4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행정관에는 '행정관 무단침입 점거' 경고문이 부착돼 있다.  서울대는 지난 3일 행정관 점거를 주도한 학생 6명을 재물손괴, 건조물침입, 업무방해 혐의로 서울 관악경찰서에 고발했다. 2017.05.04. scchoo@newsis.com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4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행정관에는 '행정관 무단침입 점거' 경고문이 부착돼 있다. 서울대는 지난 3일 행정관 점거를 주도한 학생 6명을 재물손괴, 건조물침입, 업무방해 혐의로 서울 관악경찰서에 고발했다. 2017.05.04. [email protected]

 행정관을 둘러싼 3각(본부·학생·비학생조교) 투쟁이 진행되는 사이 학내에서는 근래 '서울대 폐지론'이 돌며 어수선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대선 후보 시절 '국공립대 통합 네트워크'를 통해 대학 서열화를 해소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던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으로 일각에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국공립대 통합 네트워크는 서울대를 포함한 지역 거점 통합 국공립대를 설립해 학생 선발과 학사 운영, 학위 수여를 공동으로 한다는 게 핵심이다.

 학내에서는 이 정책으로 서울대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국· 공립대가 하향 평준화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서울대의 독보적 위상은 떨어지는 반면 유수의 사립대들이 대신 치고 올라올 수 있다는 것이다.

 3학년에 재학 중인 김모(24)씨는 "이 정책이 실효성이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서울대가 통합 국공립대에 포함되면 학교 수준이 하향 평준화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신입생 박모(19·여)씨도 "국공립대 통합 네트워크에 서울대가 포함돼도 대학 서열화는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며 "연대, 고대 등 사립대가 서울대 자리를 차지하면 결국 지금과 크게 달라질 게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학내 커뮤니티 게시판인 스누라이프에서도 국공립대 통합 네트워크 문제가 이슈로 떠올랐다. 사실상 서울대 폐지로 가는 게 아니냐고 의심하는 일부 학생은 문 대통령에게 투표한 학우들에 대해 원색적인 비난을 퍼붓기도 한다.

 한 학생은 "대다수 학우가 우려하는 데도 폐지 안 될 거라고, 문재인 찍자고 애써 쉴드(shield)치시던 분들 입이 있으면 말 좀 해봐라"라면서 "뒤늦게 후회한들 어리석음을 용서받기는 힘들 것 같다"는 글을 올렸다.

 다른 학생들은 "국공립대 통합 반대하지만 우선은 지켜보자. 정부에서 먼저 얘기가 나오면 학교 차원에서 나서는 게 맞다" "아직 아무런 발표도 안 났는데 왜 난리냐" "우리가 학교를 지키겠다는데 왜 눈치를 보냐" 등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일부 학생은 "총학생회의 투쟁 정신이 이번 사안에 대해서만 발휘되지 않는데 왜 그런지 모르겠다. 학교 존폐가 달린 문제인데…"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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