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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그리거 "익숙함 벗기위해 과학자와 뇌·몸 움직임 연결 고민"

등록 2017.05.25 14:3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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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웨인 맥그리거, 영국 현대무용 안무가. 2017.05.25. (사진 = LG아트센터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웨인 맥그리거, 영국 현대무용 안무가. 2017.05.25. (사진 = LG아트센터 제공) [email protected]

■ 기술과 결합된 현대무용 개척 英안무가
신작 '아토모스', 12년만에 내한 공연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예술가는 기술 윤리에 대한 책임감을 가져야 해요, 과학이 발전되고 있지만 닫힌 문 뒤에서 진화가 이뤄지고 있죠. 예술가들은 그 작업을 쟁점화해야 합니다. 기술이 실생활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대화의 장을 만들어야 하죠."  

 영국 현대무용을 대표하는 안무가로 기술과 결합된 작품들을 선보여온 웨인 맥그리거(47)가 신작 '아토모스(Atomos)'를 들고 12년 만에 내한했다.

 25일 오전 LG아트센터에서 만난 맥그리거는 "기술이 무대 위가 아닌 창작 과정에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맥그리거는 과학과 테크놀로지를 바탕으로 실험적이고 진보적인 예술세계를 개척해온 안무가다. 1992년 자신의 무용단을 창단한 후 지금까지 30개 이상의 작품을 발표해 왔다.

 "익숙한 몸짓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해왔어요. 수년간 영국의 인지·신경 과학자와 협업하며 뇌와 몸의 움직임 간 연결에 대해 고민해왔죠. 인지적인 것이 몸과 움직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살피며 일반적인 몸짓에서 벗어나는 움직임을 만드는데 신경 써왔습니다."

 2013년 영국 런던 새들러스 웰스 극장에서 초연된 '아토모스'는 맥그리거의 혁신성과 예술성이 잘 드러나는 공연이다. 관객들에게 3D 안경을 쓰고 공연을 관람하는 독특한 경험을 안겨준다.

 공연 중반 무대 위에 대형 모니터 7대가 등장해 영상 작가 래비 디프레스가 만든 강렬한 색감과 기하학적인 이미지의 3D 그래픽 영상을 상영한다. 관객들은 입장 전 제공받은 3D 안경을 쓰고 영상과 무대 위 무용수들의 움직임을 함께 보게 된다.

 무엇보다 사물을 구성하는 최소 단위인 '원자'(atom)를 바탕으로 인간의 몸과 움직임을 탐구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SF 영화 '블레이드 러너'(1982·감독 리들리 스콧)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맥그리거는 "이 영화를 1200개가 넘는 작은 요소로 분할을 시켰고, 그 분할된 요소들 속에서 강점을 끌어내는 데서 시작했다"고 귀띔했다.

【서울=뉴시스】웨인 맥그리거, 영국 현대무용 안무가. 2017.05.25. (사진 = LG아트센터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웨인 맥그리거, 영국 현대무용 안무가. 2017.05.25. (사진 = LG아트센터 제공) [email protected]

 "실제로 무용수가 10명이 있고, 11번째 무용수로 가상의 AI(인공지능) 댄서가 합류하게 됐습니다. 저희 작품은 기본적으로 이 영화를 보여주는 게 아니라, 영화에서 도출될 수 있는 감정을 바탕으로 창작을 하게 됐다"고 부연했다.  

 맥그리거는 또 '아토모스'에 혁신적인 제작 과정을 도입했다. '웨어러블 테크놀로지'의 선두주자이자 미국 팝스타 레이디 가가의 '플라잉 드레스'로 유명한 영국의 '스튜디오 XO(Studio XO)'와 협업, 무용수들의 몸에 센서를 부착했다.

 웨어러블 테크놀로지는 컴퓨터를 옷에 부착하거나 신체에 부착시킨다는 의도에서 시작된 기술이다. 맥그리거는 이를 통해 움직임과 생체정보의 변화를 기록한 것이다.

 "실제 생활에서 아드레날린 수치를 수집해서 그걸 바탕으로 스티로폼을 몸에 착용할 수 있는 것들을 댄서들에게 입혔고, 그게 입혀지는 순간 그 영향으로 움직임이 달라졌습니다. 새로운 움직임이 활용하는 것에 있어서 의상들을 사용하게 됐죠. 저에게는 테크놀로지를 설명하고 묘사하는 것보다는 그것의 변환 과정이 더 중요합니다."

  맥그리거는 기술과의 시적인 만남을 의도하고 있다고 했다. "기술의 하드웨어 적인 부분이 아니라, 어떻게 영감을 주고 내용을 어떻게 새롭게 만드는 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모든 테크놀로지의 활용은 과정에 있어서의 영향이지 무대 위에서 기술 자체를 보여주는 것은 아닙니다."

 맥그리거는 2006년부터 현재까지 영국 로열 발레단의 상주안무가로 활동해오고 있다. 파리 오페라 발레, 볼쇼이 발레, 뉴욕 시티 발레, 네델란드 댄스 씨어터 등 등 세계 정상의 무용단들을 위해 작품을 만들어 왔다.  

 발레는 전통적인 공연예술장르로 인식됐지만 그는 "몸이라는 게 가장 테크놀로지컬하다고 생각한다"며 "발레 안에도 암호화된 언어가 들어있고, 그걸 어떻게 해독해서 바라보느냐를 보여주는 장르"라고 해석했다.

 "발레를 좋아하고, 발레를 매개체로 삼아서 저의 생각을 확장시켜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발레는 동시대적인 무용이 될 수 있어요. 이런 동시대성을 어떻게 끌어내는지가 중요하죠. 발레도 더 이상 그 영향 안에 머무는 게 아니라, 피나 바우쉬나 트리샤 브라운 같은 현대무용가처럼 다양한 스펙트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맥그리거는 또 영화 '해리 포터와 불의 잔', '레전드 오브 타잔', '신비한 동물사전'의 움직임을 연출한 주인공으로 유명하다. 록 밴드 '라디오헤드'와 일렉트로닉 듀오 '케미컬 브라더스'의 뮤직 비디오를 안무하는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른다.

【서울=뉴시스】웨인 맥그리거, 영국 현대무용 안무가. 2017.05.25. (사진 = LG아트센터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웨인 맥그리거, 영국 현대무용 안무가. 2017.05.25. (사진 = LG아트센터 제공) [email protected]

 이번에는 환경의 일부로서 자연스럽게 청취하게 되는 음악인 '앰비언트 뮤직'의 대표적 아티스트로 손꼽히는 '어 윙드 빅토리 포 더 설런'이 만든 음악을 사용한다.

 "제게 고무적이었던 게 라디오헤드의 톰 요크가 처음 뮤직 비디오를 연출해달라고 했을 때였습니다. 재밌는 건 그분이 실제로 탁월한 무용가이기도 하다는 것입니다. 콘서트 할 때 관객을 바라보면 관객들의 움직임이 보이고, 그걸 따라가게 된다고 했습니다. 아티스트와 관객 사이의 에너지를 공유하고 하는 것이 좋았습니다. 이걸 바탕으로 ‘로투스 플라워’라는 작업을 했고요. "  

 현재 미국 시카고 출신의 질리언이라는 23세의 전자음악 아티스트와 작업 중인 맥그리거는 "제가 의뢰를 하는 경우도 있고 의뢰를 받는 경우도 있는데 중요한 것은 원하는 게 뭔지, 그리고 그 속에서 내가 움직이기를 원하는지 그 움직임이 나에게 자극을 주는지를 생각하고 작업을 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 뮤지션 중에 좋은 분이 계시면 이메일을 저에게 써서 알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 하하."

 춤은 원초적이고 본능적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일부에서는 춤의 과학적 접근이 낯설게도 여긴다. 맥그리거는 하지만 신경과학자들의 말을 빌려 춤은 본능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다.  

 "어떤 면에서는 우리의 계획이나 알고 있는 것들을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얘기합니다. 오히려 뇌와의 관련성을 바탕으로 뇌가 형성해주는 정보들을 바탕으로 새롭게 패턴을 만든다는 거죠. 그래서 테크놀로지를 도입하는 건, 우리가 일상적으로 하는 패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이기도 합니다."

 자율적으로 날아다니는 드론과 인간의 육체 사이의 관계성을 탐구하는 프로젝트인 '드론 동물원'을 진행하고 있다는 맥그리거는 "드론을 어떻게 신체적으로 연결시키는 가를 고민하는 작업"이라고 했다.  

 "수학, 과학만큼이나 예술이 중요하고 그런 걸 통해서만 세계를 경험한다고 생각합니다. 춤이나 과학이라는 게 인지 과학 측면에서 연결되는 지점도 밀접해졌고, 무용수들은 바로 뒤에 있는 공간에 대한 감각이 뛰어난데 과학적인 부분과 연결시킬 수 있죠. 그런 차원에서 저는 예술이 과학과 수학 분야와 동등하게 취급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토모스'는 '창의적 미래'를 슬로건으로 양국 예술가들의 다양한 예술적 시도를 지원하고 교류하는 '2017~2018 한영 상호교류의 해' 공식 프로그램의 하나다. 오는 26일과 27일 LG아트센터.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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