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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체스터 테러범 위험성, 알고도 못막았다…5년전부터 수차례 신고

등록 2017.05.25 11:3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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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영국 맨체스터에서 22일(현지시간) 발생한 자살폭탄 테러 용의자로 지목된 살만 라마단 아베디.맨체스터에 있는 디즈버리 모스크 안에서 찍은 사진이다. <사진출처 가디언> 2017.05.24

【서울=뉴시스】영국 맨체스터에서 22일(현지시간) 발생한 자살폭탄 테러 용의자로 지목된 살만 라마단 아베디.맨체스터에 있는 디즈버리 모스크 안에서 찍은 사진이다. <사진출처 가디언> 2017.05.24

【서울=뉴시스】이지예 기자 = 영국 수사당국이 맨체스터 자살 폭탄 테러범 살만 아베디(22. 사망)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그의 범행을 막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자폭 테러범 되고 싶다"…친구·주민들, 여러번 신고

 일간 텔레그래프는 24일(현지시간) 영국 대테러 기관들이 지난 5년 사이 5차례 이상 아베디의 급진화가 우려된다는 정보를 취득했음에도 맨체스터 테러를 예방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맨체스터 무슬림 단체 '라마단 재단'의 모하메드 샤피크 회장은 2년 전 아베디가 급진주의와 테러리즘에 연관된 것으로 의심돼 신고했지만 수사 당국이 아무런 조처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샤피크 회장은 "지역 주민들이 그의 행동 방식이 우려돼 적절한 방식을 통해 올바른 채널로 신고했다"며 "그 이후로 아무런 얘기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아베디의 친구 2명도 각각 5년 전과 지난 해 아베디의 테러리즘 추종이 우려된다며 경찰에 신고 전화를 했다. 이들은 아베디가 "자폭 테러범이 되는 것도 괜찮겠다"는 견해를 드러냈다고 우려했다.

 맨체스터 남부의 리비아계 공동체에 소속된 아크람 라마단은 아베디가 극단주의 반대 설교를 한 이맘(이슬람 성직자)에게 대들었다가 '디스버리' 사원 출입을 금지당했다고 전했다.

 아베디는 리바아 이민 가정 출신으로 맨체스터 토박이다. 디스버리 사원이 아베디를 신고한 뒤 수사당국이 아베디를 '감시 대상'에 올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라마단은 설명했다.

 디스버리 사원의 한 관계자는 영국 내무부 '급진화 예방 프로그램'에 연락을 취해 아베디가 급진주의 사상에 심취했다는 사실을 보고한 적이 있다고 확인했다.

 한 미국 정부 관계자는 아베디의 친지들까지도 영국 경찰에 아베디가 "위험하다"며 신고를 했지만 어떠한 구체적인 조처도 취해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맨체스터=AP/뉴시스】22일(현지시간)가수 아리아나 그란데의 콘서트 도중 폭발 사고로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한 영국 북부 맨체스터의 맨체스터아레나 외부에서 응급구조 차량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아리아나 그란데는 부상하지 않았지만 이 사고로 최소 19명이 사망하고 수십명이 부상했다. 2017.5.23

【맨체스터=AP/뉴시스】22일(현지시간)가수 아리아나 그란데의 콘서트 도중 폭발 사고로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한 영국 북부 맨체스터의 맨체스터아레나 외부에서 응급구조 차량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아리아나 그란데는 부상하지 않았지만 이 사고로 최소 19명이 사망하고 수십명이 부상했다. 2017.5.23

◇아버지, 리비아 반군 소속…가족들도 범행 우려

 현재 리비아 트리폴리에 살고 있는 아베디의 아버지 라마단 역시 우려스러운 인물이었다. 그는 현지 반군 '리비아 이슬람 전투 부대'(LIFG) 소속인데 영국은 이 단체 활동을 금지하고 있다.

 영국 경찰은 맨체스터 테러 이후 라마단과 아베디의 남동생 하심을 모두 체포했다. 하심은 형의 테러 계획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으며 본인 역시 리비아에서 테러를 준비 중이었다고 알려졌다.

 아베디는 가족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국과 리비아를 별다른 제제 없이 자주 드나들었다. 지난달에도 트리폴리에서 2~3주 머물렀다. 아베디는 이 곳에서 테러 훈련받았거나 시리아를 방문한 것으로 추정된다.

 리비아 정부 대변인은 하심 역시 한 달 가까이 현지에서 조사를 받았으며 그가 급진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와 연관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하심은 자신이 형과 같은 이념을 공유한다고 인정했다.

 아버지 라마단은 경찰 조사 과정에서 아베디가 무고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아베디 가족과 친분이 있는 아델 알가흐라니는 아베디의 부모가 평소 아들의 언행을 매우 우려했다고 전했다.

 아베디의 부모는 아들에게 영국을 떠나 리비아에서 함께 살자고 설득했다. 아베디는 아버지가 여권을 압수하자 어머니에게 사우디 아라비아 순례를 간다고 거짓말을 하고 여권을 받아 영국으로 돌아갔다.

 아베디는 이후 숙박공유업체 에어비앤비를 통해 맨체스터에서 방을 빌린 뒤 테러를 준비했다. 수사당국은 아베디의 방 외에 다른 2곳에서도 폭탄이 제조된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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