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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쿠팡 김범석 대표, '군살빼기' 언급…'로켓배송·쿠팡맨' 어찌되나

등록 2017.05.28 00:21:50수정 2017.05.28 00: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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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석 쿠팡

김 대표, 내부 메일 통해 "조직을 린(lean) 하게 만들겠다" 일성
쿠팡맨 폐지 땐 사업 실패 공식 시인…투자유치·美 상장 '찬물'
기존 배송 유지 속 위탁배송 늘리며 '호재성 이벤트' 준비할 듯

【서울=뉴시스】김종민 최선윤 기자 = 김범석 쿠팡 대표가 그동안 쿠팡의 최대 강점이라고 내세워온 물류부문에 대해 처음으로 '군살빼기'를 언급했다. 이는 조직 및 운영방식의 사실상 축소를 의미하는 것으로, 쿠팡 물류의 양대 축인 '로켓배송'과 '쿠팡맨' 서비스가 어떻게 변화될지 관심이 쏠린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김 대표는 지난 16일 내부메일로 물류부문 신임 책임자를 소개하면서 "앞으로 조직을 'lean(군살없는)'하게 만들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7세에 이민을 간 이후 하버드비즈니스스쿨에 입학해 MBA에서 중퇴할 때까지 미국에서 보내다 보니 평소 영어식 표현을 즐겨 쓴다.

 김 대표의 발언은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쿠팡이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을 바탕으로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국내 스타트업 기업의 한 대표는 "린(lean)스타트업은 신생 벤처기업이 최소 요건으로 시제품을 만들며 시장의 반응을 보며 즉시적인 개선 전략을 세워가는 방식을 말한다"면서 "실리콘 스타트업에서 시작돼 지금은 세계 주요 대기업들이 신사업 추진에 많이 활용하는 기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쿠팡이 처한 현실과 신임 물류 책임자를 소개하면서 언급한 발언임을 감안할 때 김 대표의 발언의 함의엔 '린 스타트업' 개념의 의미와 '비용절감'이라는 것을 함께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린(lean)은 스타트업의 본질이고, 그런 조직의 생명은 소통인데 향후 외국이 임직원들과 직원의 소통 수준이 어떻게 바뀔지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물류분야 투자사업 운영 실패 책임을 물어 최근 해외서 영입한 싱가포르 출신 헨리 로(Henry Low) 최고운영책임자(COO·Chief Operating Officer)를 사실상 경질하고, 후임으로 앙드레 뽈 클레잉(Andre-Paul Klein)을 선임했다. 앙드레 최고 책임자는 GE파워컨버젼에서 글로벌 물류 담당 총괄을 했고 아마존 프랑스에서도 근무했던 이력의 소유자이다.

 쿠팡의 물류사업이 '로 부사장 체제'에서 '앙드레 부사장 체제'로 전환됨에 따라, 현재 진행되는 '로켓배송'과 이를 위해 도입한 '쿠팡맨' 서비스가 종전과 동일하게 진행될지 여부도 관심이다.

 쿠팡 측은 부인하고 있지만 쿠팡맨들의 처우와 업무강도에 불만이 표출돼 실제로 일어났던 파업 등도 손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물류비용을 절감하려는 쿠팡 측의 내부 방침 때문이었다. 물류센터 관리도 아웃소싱을 통해 운영하던 것을 자회사 '컴서브'가 직접 운영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당초 쿠팡은 올해까지 쿠팡맨을 1만5000명으로 늘리고 60%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현재 쿠팡 측 공식 발표 기준으로도 쿠팡맨은 3600명에 정규직은 37%에 불과하다. 업계에서는 쿠팡맨이 2800명 정도이며, 정규직 비율도 '모수 조작' 의혹 속에 실제보다 훨씬 낮다고 파악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고객들은 다른 이커머스업체나 택배사보다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해온 '로켓배송'과 '쿠팡맨'들에 대한 신뢰가 이어지고 있는데다, 이를 폐지할 경우 '사업 실패'를 시인하는 것이 되기 때문에 김 대표의 고민은 커지고 있다. 쿠팡맨과 로켓배송 폐지를 목표로 움직여야 하는데, 고객들의 반감을 사지 않는 선에서 변화를 줘야 하는 것이 관건이다.

 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상당수 고객들이 로켓배송·쿠팡맨 때문에 쿠팡을 선호하면서 쿠팡도 마켓쉐어를 늘릴 수 있었다"면서도 "하지만 비용을 감안하지 않은 탓에 지금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 하지만 쿠팡맨은 사업의 핵심 포인트이기 때문에 절대 포기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은 기존의 배송 서비스 체제를 바꾸지 않은 채 비용절감 차원에서 위탁배송 비율을 늘리고 있다"면서 "팔면 적자가 발생하는 국내 이커머스보다 그나마 수익이 되는 해외직구를 강화하며, 수익창출 보다는 외부투자 유치나 나스닥 상장과 관련해 변곡점을 만들 수 있는 또다른 '호재성 이벤트' 마련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김 대표가 나스닥 상장을 최우선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 사정을 잘 모르는 외국인 물류책임자를 데리고와서 실패를 했음에도, 또다시 해외 투자자들에게 보여질때 그럴싸한 스펙을 가진 외국인 책임자를 후임으로 앉혔다는 비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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