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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의 '마이웨이' 일파만파…"미국의 시대 끝" 사실상 선언

등록 2017.05.29 09: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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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오르미나=AP/뉴시스】26일 지중해 구경을 마치고 첫 회의장으로 들어가는 G7 정상들. 왼쪽부터 메이, 트뤼도, 마크롱, 트럼프, 메르켈, 아베. 2017. 5. 26.  

【타오르미나=AP/뉴시스】26일 지중해 구경을 마치고 첫 회의장으로 들어가는 G7 정상들. 왼쪽부터 메이, 트뤼도, 마크롱, 트럼프, 메르켈, 아베. 2017. 5. 26. 

메르켈, 독일·프랑스 중심으로 유럽 강화 시도
 오는 9월 총선에서 압승하면 탄력받을 가능성

【서울=뉴시스】이현미 기자 =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8일(현지시간) 뮌헨에서 "동맹국들에게 완전히 의존하던 시대는 이미 지나고 있다. 유럽은 자신의 이익에 좀더 관심을 기울여야 하며, 우리 운명은 진정 우리 손으로 이뤄내야 한다"고 한 발언이 심상치 않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등은 이날 메르켈의 발언을 전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첫 유럽 방문에서 유럽 동맹국들의 지도자들과 충돌했으며, 미국과 유럽 간의 갈등이 해소되기 보다는 더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동안 학계와 정계 일각에서 제기돼왔던 2차세계대전 후 지난 70년간의 “팍스아메리카나 시대의 종결”을 의미하는데다, 유럽의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메르켈 총리가 발언은 그냥 나온 것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25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서 나토 방위비 분담에 대해 유럽의 의무를 강조하면서도 상호 방위 공약에 대해선 모호한 태도를 취한 게 첫 번째 이유다. 또 26~27일 이탈리아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새벽 2시까지 릴레이 회의를 하면서 설득했는데도 파리국제협약에 남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지 않는 것도 메르켈 총리와 유럽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는 지적이다.

 전직 나토 주재 미 대사 출신인 이보 달더 시카고 국제문제협의회(CCGA) 국장은 “미국이 이끌고 유럽이 따르던 시대의 종말이 온 것 같다”면서 “오늘날, 미국은 핵심 이슈에 대해서 유럽이 지향하는 바와는 정반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메르켈의 발언은 새로운 현실에 대한 시인”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메르켈 총리는 이번 발언으로 앞으로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점점 약해지고 유럽연합(EU)는 더 강해질 것이라는 의도를 분명히 했다. 

 브렉시트로 영국이 EU에서 탈퇴하고, 미국과의 관계까지 멀어지면 독일과 프랑스에 의해 유럽내 문제에 더욱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그 과정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메르켈 총리는 더 강한 유럽을 건설하기 위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할 수 밖에 없고, 이미 유럽은 몇 개의 내부 의견 차이에 놓여 있다.

 폴란드와 헝가리 같은 국가들은 많은 국제적 이슈에 있어서 메르켈 총리보다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동의하고 있다. 남유럽 국가들은 긴축정책을 지지하고 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독일이 안보 문제에 있어서 프랑스와 협력하기를 원한다면 프랑스는 경제 문제 등에 대한 독일의 양보를 요구할 것이다. 이와 관련, 메르켈 총리는 최근 그 같은 합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암시한 바 있어 양국간 협력 가능성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메르켈 총리는 유럽내 다른 국가들 뿐만 아니라, 자국내 정치인과 국민들과도 이 같은 문제들을 놓고 논쟁을 벌여야 한다.

 하지만 WP는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메르켈 총리의 기질은 트럼프 대통령과는 정반대라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는 매우 신중한 사람인 만큼 그 발언을 충동적으로 하지 않고 나름대로 계획표를 세워놓고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메르켈 총리가 오는 9월 총선거에서 압승을 거둔다면, 다른 유럽 국가들로부터 충분한 동의를 확보해 실질적으로 장기간의 변화를 준비할 수 있을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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