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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윤 "최연소 악장으로 활력소 될것…내한공연도 기대"

등록 2017.05.29 18: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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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지윤, 바이올리니스트. 2017.05.29. (사진 =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Kaupo Kikkas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이지윤, 바이올리니스트. 2017.05.29. (사진 =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Kaupo Kikkas 제공) [email protected]

■베를린 슈타츠카펠레 악장 임명된 바이올리니스트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마에스트로 바렌보임께서 대기실까지 직접 오셔서 결과를 알려주셨는데, 원하던 것을 이룬 성취감에 뛸 듯이 기뻤습니다."

 바이올리니스트 이지윤(25)이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인 독일 베를린 슈타츠카펠레(종신 음악감독 다니엘 바렌보임)의 악장으로 임명됐다.

 베를린 슈타츠카펠레 최종 오디션에서 세계적인 거장 지휘자인 음악감독 다니엘 바렌보임의 극찬과 함께 악장으로 최종 임명이 결정됐다.  

 이지윤은 뉴시스와 e-메일 인터뷰에서 "그런데 영광의 기쁨도 잠시, 곧바로 이거 정말 큰일 났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베를린 슈타츠카펠레 제 1악장이라…어깨가 정말 무거워지더라고요"라고 말했다.  

  베를린 슈타츠카펠레는 오케스트라 멤버 투표와 오디션에 의해 단원을 선발한다. 1차 오케스트라 투표를 통해 최종 2명의 후보가 선출됐다. 이지윤은 2017~2018 시즌이 시작되는 오는 9월부터 오케스트라에 합류, 최연소 악장으로서 활동을 시작한다. 2년 후 종신 여부가 결정된다.

 오디션 준비 과정에서 "딱히 어려웠던 점은 없었다"고 했다. 다만 "다른 오케스트라 오디션과는 다르게 베를린 슈타츠카펠레는 메인 오디션 후 따로 파이널 오디션이 있어요. 메인 오디션은 현악파트만 심사를 하고 파이널 오디션은 전 단원과 마에스트로의 참석 하에 이루어지거든요. 평소에는 듣기만 해 본 오케스트라 솔로 엑섭(Excerpts)들을 전 단원과 마에스트로 앞에서 선보인다는 부담감이 조금 컸다"고 털어놓았다.

 "평소에 솔로 연주와 오케스트라 연주는 다르게 해야 한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어서 준비할 때에 고민이 많았는데, 결국엔 무엇이든지 제 자신의 본능을 믿고 자신있게 하는 게 정답인 것 같더라구요. 사실 이제부터가 진짜 도전의 시작이라 생각합니다."

 이지윤은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영재 입학, 김남윤 교수를 사사했다. 2013년부터는 콜리야 블라허의 지도 아래 베를린 한스 아이슬러 음대에서 수학하고 있다.

 2004년 금호영재콘서트를 통해 데뷔한 이래 2013년 다비드 오이스트라흐 콩쿠르 1위, 2014년 윈저 페스티벌 국제콩쿠르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에는 칼 닐센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솔로로 활동하다 오케스트라 오디션에 도전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 첫번째는 '시큐리티(security·(미래를 위한) 보장)'이다. "지금까지 솔리스트로서 프리랜싱을 해오면서 점점 더 드는 생각은 '과연 10년 뒤 내가 행복할까'였다"는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우러러보던 오케스트라와 지휘자들과 여러 나라, 여러 도시에서 협연하며 커리어를 쌓는 것이 화려해보이고 좋아 보이지만, 사실 솔리스트 입장에서는 매일 반복되는 여행, 시차 그리고 스트레스 때문에 정작 자기 인생을 즐길 시간을 찾기 힘들거든요. 이름 그대로처럼 참 외로운 직업이죠."

 본인은 개인적으로 인간관계를 정말 중요하게 여기는데 "연주 여행하느라 시간이 없어 친구들과 소원해지고 또 나중에 가족이 생겼을 때 소홀해지는 걸 원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런 이유들로 한 도시에 기반을 둘 수 있는 무언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해 오디션에 도전했습니다. 하지만 오케스트라에서 일을 한다고 해서 제 솔로 활동을 완전히 접는다는 것은 아닙니다. 슈타츠카펠레의 경우 악장이 3명이기 때문에 오케스트라와 솔로 활동을 병행 할 수 있고, 또 그 점이 오디션에 도전하게 된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해요."

【서울=뉴시스】이지윤, 바이올리니스트. 2017.05.24. (사진 = Kaupo Kikkas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이지윤, 바이올리니스트. 2017.05.24. (사진 = Kaupo Kikkas 제공) [email protected]

 1570년 창단돼 45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베를린 슈타츠카펠레는 멘델스존, 바그너, R.슈트라우스 등 전설적인 작곡가들이 음악감독으로 활동했다. 푸르트벵글러, 카라얀 등 명 지휘자들이 이끌어갔던 유럽의 유서 깊은 악단이다. 1992년부터는 바렌보임이 이끌며 그 깊은 음색을 더하고 있다.  

 이지윤은 "역사와 전통을 기반으로 한 사운드가 제일 큰 장점인 것 같습니다. 베를린에는 무려 5개의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슈타츠카펠레를 제일 좋아한다"고 했다.

 "공연 프로그램 구성이 아주 좋은 것은 물론이고, 다른 오케스트라와 비교했을 때 굉장히 진중하고 밑에 깔려있는 저력이 느껴지는 악단이거든요. 또, 오페라 뿐만 아니라 심포니 콘서트도 아주 자주 열리는데 오페라면 오페라, 심포니 콘서트면 그대로 소리에 다양성이 많은 오케스트라라 항상 좋은 인상을 갖고 있었습니다."

 바렌보임이 극찬을 한 것으로 아는데 어떤 점을 칭찬해줬는지 묻자 "연주를 끝내고 퇴장하려하는 찰나에 마에스트로께서 갑자기 질문을 하시더라구요. 첫 질문은 왜 이 오디션에 지원했냐 였다"고 떠올렸다.

 "지금까지 봐오던 수많은 참가자들 중 제일 인상깊다는 말씀과 함께요. 충분히 솔리스트로서 설 만한 실력인데 너무 아깝다 하시면서, 하지만 지휘자의 입장에서는 더없이 환영이라고 하셨습니다."

 한국 연주자가 해외 유명 오케스트라에서 악장으로 활약하는 일은 여전히 드물다. 제1바이올린 파트를 이끄는 악장은 '오케스트라의 심장'으로 불릴 정도로 역할이 크다. 지휘자와 단원들의 다리를 놓으며 오케스트라의 색깔을 만드는데 중추적인 역을 담당한다.

 이지윤은 "악장의 제일 중요한 역할은 지휘자와 악단 사의에 중개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악단과 지휘자의 연결고리인 만큼 그 중요성도 크다"고 봤다.

 "연주를 잘 하고 리더십이 있는 것은 기본이고, 단원 모두에게 인격적으로 신뢰를 줄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프로페셔널 악단에서 일을 한 적도 없고, 그리고 아직 학생신분임에도 불구하고 저에게 선택과 큰 믿음을 준 전 단원과 마에스트로께 폐가 되지 않도록 정말 열심히 해야겠죠!"

  솔리스트로도 인정받고 있는 만큼 베를린 슈타츠카펠레에 합류하기 전까지 일정 역시 빠듯하다. 폴란드에서 바이올리니스트 니콜라이 츠나이더의 지휘 아래 포즈난 필하모닉과의 협연, 덴마크 오덴제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코른골드 & 닐센 협주곡 녹음 등이다.

 "지금까지는 주로 바이올린 레퍼토리에 집중해 왔지만, 슈타츠카펠레와 호흡 맞추며 훨씬 다양한 시각을 가지게 될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 리더로서 가져야할 덕목을 쌓는데도 정말 도움이 많이 되겠죠. 오케스트라에게는 최연소 악장으로서 신선함을 불어넣어 양 측 모두 '윈-윈(win-win)' 효과를 볼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벌써부터 일부 한국의 클래식 팬들 사이에서는 베를린 슈타츠카펠레와 함께 내한하는 날짜를 손꼽고 있다. "네, 당장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꼭 최대한 빨리 이뤄지도록 해야겠죠. 생각만 해도 정말 뜻 깊은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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