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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베르 "꿈을 예술 작품처럼 감상하는 날 올 거예요"

등록 2017.05.29 11: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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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간 '잠'

■열린책들, 신작 장편소설 '잠' 출간

【서울=뉴시스】신효령 기자 = "잠의 세계는 우리가 탐험해야 할 신대륙이에요. 캐내서 쓸 수 있는 소중한 보물들에게 단잠 자는 법을 가르치는 날이 올 거예요. 대학에서는 꿈꾸는 방법을 가르치게 될 거예요. 대형 스크린으로 누구나 꿈을 예술 작품처럼 감상하는 날이 올 거예요."(1권·14쪽)

 "자크는 생각의 갈피를 잡지 못하고 이마를 찌푸린 채 붉은 모래사장에 앉아 꿈 속의 수평선을 바라본다. 생전 처음 이어 꾸기와 자각몽에 대한 회의가 들기 시작한다. 예전에는 이해할 수 없는 뜻밖의 꿈을 만났다면, 이제는 미리 짜인 틀 속에서 꿈을 꾼다."(2권·172쪽)

 프랑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56)가 4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 장편소설 '잠'이 국내 번역 출간됐다. 이 책은 1980년대 그가 과학 전문기자 시절에 썼던 자각몽자에 대한 르포에 뿌리를 두고 있다. 취재 당시 실제로 자각몽을 경험하기도 했던 베르베르는 2014년 시작된 불면증을 계기로 소설의 아이디어를 얻었다.

 28세의 의대생, 주인공 자크 클라인. 자크 클라인의 아버지는 항해사로, 자크가 열한 살 때 항해 중에 목숨을 잃었다. 자크의 어머니 카롤린은 유명 신경 생리학자로, 수면을 연구하는 의사다. 카롤린은 아들 자크가 어렸을 때부터 꿈을 통제하는 법을 가르쳤고, 역설수면이라고 불리는 수면의 다섯 번째 단계에서 자신만의 꿈 세계인 상상의 분홍 모래섬을 만들어 들어갈 수 있도록 도왔다.

 카롤린은 비밀리에 진행 중인 수면 탐사 실험에서 수면 6단계를 발견하고, 콜럼버스 시대에 탐험가들의 발길이 닿지 않은 미개척지를 지도에 테라 인코그니타라고 표기했던 사실에 착안해 수면 6단계를 '미지의 잠'이라 이름 붙인다. 수면의 6단계는 심장 박동은 느려지고 근육은 이완되지만 뇌 활동은 훨씬 활발해지는 단계로, 시간의 지각도 달라지게 된다. 그러나 실험 도중 사고로 피험자 아킬레시가 사망하고, 이 일은 카롤린의 해고로 이어진다. 충격을 받은 카롤린은 그날 저녁에 아무런 흔적을 남기지 않고 사라진다.

 당황한 아들 자크가 어머니를 찾기 위해 고민하던 어느 날, 꿈속의 분홍 모래섬에서 20년 뒤의 48세 자크를 만나게 된다. 48세의 자크는 어머니가 말레이시아에 있다며 위험한 상황이니 빨리 어머니를 구하러 가라고 권한다. 자크는 꿈속의 만남을 믿지 않고 무시하다가 두 번째로 같은 꿈을 꾼 뒤 말레이시아로 떠난다. 그리고 그 곳에서 어머니 카롤린이 찾아갔던 '꿈의 민족'으로 알려진 세노이족을 찾아 나서면서 여러 일들이 벌어진다.

 옮긴이 전미연씨는 "이 책은 20대의 자크가 아톤이라는 꿈속 시간 승강기를 타고 온 40대의 자신을 만나는 이야기"라며 "아톤은 시공간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접근이 없이는 불가능한 개념이다. 현실에 갇혀 아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20대의 자크에게 상상력의 날개를 달아주는 것은 바로 잠자는 시간을 깨어 있는 시간보다 소중히 여기는 말레이시아 세노이족의 자각몽"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파리에서 말레이시아, 다시 파리로 돌아오는 주인공 자크의 여정은 한계를 뛰어넘으며 밖으로 확장되다 제자리를 찾아 안으로 돌아오는 그의 내면의 여정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1권 336쪽·2권 328쪽, 각권 1만3800원, 열린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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