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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성차별 논란 의식?…女감독 3명 중 2명 본상 수상

등록 2017.05.29 11: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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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AP/뉴시스】영화 '매혹당한 사람들'로 제70회 칸국제영화제 감독상을 받은 소피아 코폴로(46) 감독.

【칸=AP/뉴시스】영화 '매혹당한 사람들'로 제70회 칸국제영화제 감독상을 받은 소피아 코폴로(46) 감독.

【서울=뉴시스】손정빈 기자 = 올해 칸국제영화제는 여성 감독의 약진이 돋보인 자리였다.

 감독상(3위)은 소피아 코폴라(46) 감독의 '매혹당한 사람들'이 받았고, 각본상은 린 램지(48) 감독의 '유 워 네버 리얼리 히어'가 받았다. 경쟁 부문에 오른 3명의 여성 감독 중 2명이 수상에 성공한 것이다.

 2000년대 이후 칸 본상 4개 부문(황금종려상·심사위원대상·감독상·각본상)에서 상을 받은 여성감독이 단 두 명(60회 가와세 나오미, 67회 알리체 로르바케르)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매우 이례적인 결과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물론 코폴라·램지 감독이 뛰어난 연출력을 가진 감독이라는 데 이견은 없지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칸의 결정을 '성차별 논란'에 대한 적극적인 반응으로 보고 있다.

 칸은 여성 감독들에게 이상할 정도로 문을 열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올해까지 70번의 황금종려상 주인이 가려지는 동안 여성 황금종려상 수상자는 1993년 제인 캠피언 감독('피아노')이 유일하다.

 칸의 성차별 논란은 상에 국한한 것만은 아니었다. 관련 논란은 포스터·드레스 코드 등 영화제를 구성하는 다양한 부문에서 꾸준히 있어왔다.

 일례로 올해 공식 포스터에는 이탈리아의 전설적인 배우이자 사회운동가인 클라우디아 카르디날레가 춤 추는 모습을 담겼는데, 사무국이 카르디날레의 몸매를 '더 여성스럽게' 보이기 위해 보정 작업을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일었다.

【칸=AP/뉴시스】영화 '유 워 네버 리얼리 히어'로 제70회 칸국제영화제 각본상을 받은 린 램지(48) 감독.

【칸=AP/뉴시스】영화 '유 워 네버 리얼리 히어'로 제70회 칸국제영화제 각본상을 받은 린 램지(48) 감독.

 유럽의 페미니스트들은 한 목소리로 "칸이 가진 '젠더 문제'가 표면에 떠오른 것에 불과하다"며 "칸은 꾸준히 여성과 여성 감독을 경시해왔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카르디날레는 한 인터뷰에서 "여성의 몸을 왜곡했다고까지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칸이 가진 성 인식에 대한 비판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칸의 드레스 코드 또한 도마 위에 올랐다. 남성은 검은색 정장을, 여성은 드레스에 하이힐을 신는 게 칸의 레드카펫 드레스 코드인데, 사무국은 이 룰을 엄격히 적용해 지키지 않을 경우 입장을 제한하기도 했다.

 이에 반발, 지난해 수전 서랜던은 남성 턱시도와 유사한 바지 정장을 입고 개막식에 등장했고, 줄리아 로버츠는 아예 신발을 신지 않고 레드카펫을 밟기도 했다.

 이랬던 칸이기에 올해 여성 감독들의 수상을 우연으로 볼 수 없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런 변화를 프랑스 정치 지형의 변화로 읽어 내기도 한다. 김에리 영화평론가는 "최근 대통령이 된 에마뉘엘 마크롱은 내각과 의회에 여성 비율을 높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며 "유럽 영화제는 한편으로 매우 정치적인 곳이기도 하다. 이러한 프랑스 사회 분위기가 반영됐다고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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