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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령 선포' 두테르테, 철권통치의 서막?…"대법원·의회 말 안들을 것"

등록 2017.05.29 12: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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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닐라=AP/뉴시스】필리핀의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24일 남부 민다나오 사태로 모스크바에서 급거 귀국하면서 마닐라 공항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7. 5. 24. 

【마닐라=AP/뉴시스】필리핀의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24일 남부 민다나오 사태로 모스크바에서 급거 귀국하면서 마닐라 공항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7. 5. 24.

【서울=뉴시스】조인우 기자 =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이슬람국가(IS) 추종 단체를 진압하기 위해 남부 민다나오섬에 선포한 계엄령에 대해 "의회와 대법원의 말을 듣지 않을 것"이라고 공표하면서 철권통치에 대한 우려가 더욱 확산되고 있다.

 29일 필리핀스타에 따르면 두테르테는 이틀 전 군인들에게 "경찰과 군대가 필리핀이 안전하다고 말하기 전까지 계엄령은 계속될 것"이라며 "다른 사람의 말은 듣지 않겠다. 그들이 피 흘리고, 죽어가는 사람들인가? 대법원, 의회는 여기에 없다"고 말했다.

 또 계엄령의 합헌을 판결할 수 있는 대법원에 대해서도 "그들은 군인이 아니다"며 "이 땅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1987년 개정된 필리핀 헌법은 반란 등으로 국가의 안전이 위기에 처한 경우 대통령의 계엄 선포를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60일로 제한된다. 계엄령을 선포하고 21년 간 장기집권한 필리핀의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재현을 막기 위함이다.

 60일 이후 계엄을 연장하기 위해서 대통령은 의회의 승인이 필요하다. 의회의 과반수가 반대하면 계엄령 선포를 막을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 필리핀 의회는 여당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두테르테를 저지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두테르테는 이슬람국가(IS)와 연계된 무장단체가 점령한 민다나오 지역에 60일 간의 계엄령을 선포하면서 "엄격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6일에는 군인들에게 영장 없는 수색과 체포를 허용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따라 마약과의 전쟁' 등으로 공공연히 철권통치를 펼쳐 온 두테르테가 계엄령을 정치적으로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필리핀 내부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마리아 루르데스 세레노 대법원장은 지난 26일 "계엄령이 좋은 곳에 쓰일 수도 있지만 마르코스 시대의 계엄령이 다시 반복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에 비탈리아노 아기레 법무장관은 필리핀스타에 "대법원장의 공개적인 발언이 사안의 판결에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세레노 대법원장의 발언이 조숙하고 신중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한편 필리핀 대통령궁은 지난 28일 성명을 통해 "대통령이 민다나오의 테러 위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그는 이 사명을 완수하고 민다나오 전역의 평화와 질서를 회복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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