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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욕설·비방의 '문자폭탄'이 표현의 자유?

등록 2017.05.30 16:32:10수정 2017.05.30 17: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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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한주홍 기자 = "욕설과 비방이 표현의 자유라고요?"  

 이낙연 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 참여했다가 여권 지지층으로부터 이른바 '문자 폭탄'을 받은 한 야권 의원의 푸념이다. 대선 이후 한동안 잠잠하던 열성 지지층의 반대편 정치인을 향한 문자 폭탄 공세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최근 이어지는 인사 청문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지명한 후보자의 검증을 강도 높게 벌였다는 이유로 입에 담기 어려울 정도의 욕설과 비방이 담긴 휴대폰 문자가 수도 없이 야권 의원에게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일부 의원들은 휴대폰을 아예 바꾸기도 했고, 어떤 의원은 이 후보자를 향해 "밤새 잘 주무셨냐. 저는 밤새 문자폭탄에 시달려서 잠도 못 잤는데 욕은 하도 많이 먹어서 배가 부르다"고 공개적으로 하소연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 이같은 문자 폭탄이 논란이 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또 이들 열성 지지층이 반대편에게 보내는 문자 폭탄은 여야를 가리지 않는다. 지난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기간
당시에도 문재인 후보와 안희정 후보가 설전을 벌이자 안 후보 측을 향한 공격이 이어진 적도 있다.

 문자 폭탄의 내용은 비방과 욕설을 넘어 성적 비하 발언마저 들어있다고 한다. 한 야당 의원은 청문회를 하면서 제 휴대폰이 계속 울려 확인했는데 '지랄하네. 너는 군대 갔다 왔냐' '낙선운동을 하겠다' 등 이런 문자로 지금 불이 났다"는 문자 내용을 소개했다. 이 의원은 청문회가 진행 되는 동안 2500통이 넘는 문자를 받았다.

 이 후보자 아들의 군면제 의혹을 제기한 야당 의원은 "당신 아들도 군대 안 갔으면서 왜 남 보고 뭐라고 하느냐"는 내용의 항의 문자가 쇄도하자 결국 아들의 간질 병력까지 밝혀 장내를 한때 숙연케 만들기도 했다.

 야권에서는 이같은 문자 폭탄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집단의 힘으로 정상적인 의정활동에 나서는 의원들을 향한 정치 테러에 다름 아니란 판단에서다. 실제 사회 각계에서는 이같은 문자 폭탄 행위가 반민주주의 행태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여권 내부에서조차 "문 대통령을 위한다고 보내는 문자폭탄이 오히려 패권주의를 연상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그런데도 이 같은 문자 공세를 '표현의 자유'라고 주장하며 옹호하는 이들도 있다.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에게 문자를 보내 의견을 전달하는 게 민주주의를 보완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상식 밖의 주장이 아닐 수 없다. 자유에는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 책임 없는 자유는 무질서이고 혼란의 가중이다. 특히 자신들과 뜻이 다르다는 이유로 일부 정치인에게 저주를 퍼붓는 행위는 그저 정신적 테러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현 정부 주요 공직자에 대한 청문회는 이제 시작 단계다. 10여명의 장관 후보자 청문회가 줄줄이 예고돼 있다. 문자 폭탄 행위를 자제시키는 일에 청와대가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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