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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이닝]SK 문승원 "코치님이 잡아준 손…그 때부터 변했다"

등록 2017.05.30 10: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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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뉴시스】박주성 기자 = 23일 오후 인천 남구 문학구장에서 열린 2017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SK 와이번스의 시범경기 SK 선발 문승원이 역투하고 있다. 2017.03.23.  park7691@newsis.com

【서울=뉴시스】김희준 기자 = SK 와이번스의 우완 문승원(28)이 서서히 선발투수로서의 면모를 갖춰가고 있다.

 문승원은 지난 시즌 상무에서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와 선발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7월 말부터 다시 불펜 투수로 보직이 전환됐다. 지난해 20경기에 등판해 4승 4패 평균자책점 6.64를 기록했다.

 문승원은 올 시즌 다시 선발 기회를 잡았다.

 4월 한 달 동안 문승원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5경기에 선발 등판해 1승 2패 평균자책점 5.76에 그쳤다. 매 경기 실점했고, 25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13개의 볼넷을 내줬다.

 하지만 트레이 힐만(54) SK 감독은 문승원을 계속해서 선발 투수로 기용하며 믿음을 보냈다.

 힐만 감독의 믿음 속에 문승원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지난 21일 마산 NC전에서 6이닝 동안 4피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했고, 27일 문학 LG전에서는 6이닝 3피안타 무실점 투구를 선보여 승리투수가 됐다.

 주목할 것은 볼넷이다. 5월에 등판한 5경기에서 29이닝을 던진 문승원의 볼넷 개수는 7개로 줄었다.

 힐만 감독은 "27일 문학 LG전에서 문승원의 투구는 왜 계속 기회를 줬는지 보여준 것"이라며 "4개 구종을 잘 구사하고 팔 스피드가 좋아 강력한 선발 투수 자원이라 생각했고, 정상궤도에 오르길 기다렸다"고 말했다.

 이어 "기회를 충분히 주겠다고 문승원에게 계속 얘기를 했다. 스트라이크 비율을 높이라는 등의 주문도 잘 충족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문승원은 자신이 바뀐 원동력으로 감독과 코치의 믿음과 격려를 꼽는다.

 그는 "결과가 좋지 않아 선발에서 탈락할까봐 불안했고, 팀에도 미안했다. 하지만 감독님께서 못 던져도 6이닝씩 소화할 수 있도록 하면서 계속 기회를 줬고, 자신감이 생겼다"고 밝혔다.

 지난 10일 잠실 두산전에서 최상덕 코치가 잡아준 손은 생각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문승원은 "당시 경기에서 2회에만 3점을 내줬다. 이후 엄청나게 흥분했다"며 "최상덕 코치님이 뒤로 오라고 하시더니 눈을 똑바로 보면서 '앞으로 좋은 선수가 되려면 흥분하지 말고 냉정하게 생각하라'고 하시더라"고 회상했다.

 그는 "최 코치님이 '네가 정말 잘 됐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 그 말을 듣고 덕아웃에 앉아있는데 최 코치님이 10초 정도 손을 꼭 잡아주셨다"며 "흥분이 가라앉았다. 그 때부터 생각이 변했다"고 전했다.

 문승원은 "예전에 주자가 1루에 있어도 점수를 줄 것 같았지만, 이제 냉정하게 생각하고 주자를 신경쓰지 않는다"며 "공이 내 손에서 떠나는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생각하고 포수 미트만 보고 집중한다"고 밝혔다.

 조금 더 공격적인 투구를 할 수 있게 된 것도 달라진 점이다.

 문승원은 "타자들이 빨리 치게 만들어서 땅볼을 유도하겠다는 생각을 한다. 투구수가 너무 많고, 효율적인 투구를 하지 못하는 것 같아 타자들이 치게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던진다"고 말했다.

 투구 패턴에도 변화를 줬다. 주변의 조언을 듣고 고민해 내린 결정이다.

 문승원은 "주변에서 너무 빠른 템포의 변화구만 던진다고 하더라. 그러면 타자들이 직구 타이밍에 배트를 돌려도 맞는다"며 "그래서 변화를 줘야겠다고 생각하고, 커브와 체인지업을 많이 쓰기로 했다. 포수들에게도 이야기를 했는데 내 뜻을 따라줬다"고 고마움을 드러냈다.

 점점 안정을 찾는 문승원의 목표는 소박하다. 지난해와 같은 일을 되풀이하지 않는 것이다.

 문승원은 "올해 목표는 선발진에서 계속 버티는 것이다. 꾸준히 6이닝씩 소화할 수 있는 선발 투수가 되고 싶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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