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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 '유럽 홀로서기' 선언에 엇갈리는 서방 반응

등록 2017.05.30 10: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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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뮌헨=AP/뉴시스】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8일(현지시간) 뮌헨에서 집권 기민, 기사당 유세 행사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유럽이 미국과 영국에 의존하던 시대는 끝났다"고 말했다. 2017.05. 29

【뮌헨=AP/뉴시스】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8일(현지시간) 뮌헨에서 집권 기민, 기사당 유세 행사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유럽이 미국과 영국에 의존하던 시대는 끝났다"고 말했다. 2017.05. 29

【서울=뉴시스】이지예 기자 =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유럽의 운명을 이제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선언에 서방에서 각양각색의 반응이 터져 나오고 있다.

 도이체벨레는 29일(현지시간) 메르켈이 유럽이 더 이상 동맹국인 미국과 영국에 의존할 수 없다고 주장한 데 대해 미국과 유럽 모두 강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메르켈은 전날 총선 유세에서 "지난 며칠 간 내가 겪은 바대로라면 우리가 다른 이들에 전적으로 의존하던 시대는 지나갔다"며 "유럽의 운명은 우리 손으로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메르켈은 지난 주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마친 직후 이 같은 주장을 펼쳤다. 그만큼 통합과는 반대의 길을 걷는 미국과 영국에 대한 우려가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유럽연합(EU) 내 메르켈이 이끄는 통합파는 작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자국 우선주의를 택한 영국, 미국과 숱한 이견을 빚어 왔다.

◇ 美정계 "양국 관계 분수령" vs "트럼프 승리"

 메르켈의 발언에 대해 미국 정계는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미국과 유럽의 특별한 관계가 저해됐다는 우려와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외교가 결국 성공했다는 주장이 동시에 나왔다.

 미 외교협회(CFR)의 리처드 하스 회장은 메르켈의 발언은 두 동맹국 관계의 '분수령'이라며 "미국은 2차 대전 이후 이 같은 상황이 연출되는 걸 기피해 왔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트럼프를 지지하는 보수논평가 빌 미첼은 "좌파의 영웅이자 유럽을 망친 메르켈이 '도널드 트럼프에게 의존할 수 없다'고 말한다"며 "잘됐다. 트럼프는 당신의 어리석음을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 EU "스스로 전진할 때"...英 "우리는 계속 친구"

 EU는 이제 앞으로 나아갈 때가 됐다는 반응이다. 기 베르호프스타트 유럽의회 브렉시트 협상 책임자는 범대서양 관계가 변한다고 반드시 EU의 미래가 위협받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그는 "메르켈은 트럼프의 미국은 더 이상 안정적 파트너가 아니라고 말했고, 영국은 테이블을 떠났다"며 "이제 EU가 스스로를 재창조해 앞으로 나아갈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브뤼셀=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나토 정상회담이 열리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실무만찬 도중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 이야기하고 있다. 2017.5.26

【브뤼셀=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나토 정상회담이 열리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실무만찬 도중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 이야기하고 있다. 2017.5.26

 EU 탈퇴를 앞둔 영국은 신중한 입장이다. 엠버 루드 내무장관은 BBC인터뷰에서 영국은 브렉시트 이후로도 유럽의 친선국으로 남겠다며 "우리에게 의존해도 좋다"고 밝혔다.

 "EU 탈퇴에 관한 협상을 막 시작하고 있다"며 "우리는 독일과 다른 유럽국들에 방위, 안보, 바라건대 무역에서도 강력한 파트너가 될 거란 점을 분명히 하겠다"고 말했다.

◇ 독일 정부 "범대서양 관계 여전히 중요"

 독일은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슈테판 자이베르트 독일 총리실 대변인은 메르켈은 "투철한 범대서양주의자"라며 "범대서양 관계가 너무나 중요하기 때문에 이견을 솔직히 말하는 게 맞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토마스 데 메지에르 독일 내무장관은 독일, 영국, 미국의 3자 협력은 안보, 방위 면에서 독일에 "다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미-독일 관계 악화로 러시아 이득보나  

 범대서양 동맹이 약화될 경우 러시아 등 전통적으로 서방과 관계가 껄끄러운 국가들이 이득을 볼 거란 우려도 높다.

 미 시사매체 '애틀랜틱'의 데이비드 프룸 편집인은 "1945년 이후 러시아와 관련한 유럽의 최우선 전략 목표는 미국과 독일 동맹을 굳건히 하는 것"이었다고 분석했다.

 정치컨설팅업체 유라시아그룹의 이안 브레머 회장은 "전후 가장 중요한 범대서양 동맹 관계가 흐트러지고 있다"며 "수세대 동안 독일에서 이런 식의 발언이 나온 적이 없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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