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취업난에 '고액알바' 유혹…보이스피싱 가담한 청년들

등록 2017.05.30 10:59:36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광주=뉴시스】신대희 기자 = 취업난 속 일자리를 구하던 20대들이 전화금융사기 조직의 '고수익 알바 유혹'에 넘어가 상담원으로 일하다 경찰에 붙잡혔다.

 30일 광주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따르면 지난 2015년 4월 광주의 한 대학 졸업반인 배모(21·여)씨와 이모(21·여)씨는 고등학교 선배 김모(25)씨로부터 걸려온 전화 한 통을 받았다.  

 "태국의 한식당에서 월급 500만원 이상 받고 일 해볼 생각 없느냐. 식당 지배인까지 가능하다"는 제안을 받은 이들은 고민 끝에 태국행을 결심했다.

 출국 일주일 전 커피숍에서 김씨와 만남을 가진 이들은 더 큰 고민에 빠졌다. 실제로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콜센터 상담원을 모집 중이라는 김씨의 솔깃한(?) 제안 때문이었다.

 이들은 "실적을 낼 경우 최대 3000만원까지 월 수익을 보장해주겠다. 점조직으로 운영돼 수사기관에 적발될 위험도 없다"는 선배의 말을 듣고 단기간에 많은 돈을 벌려는 욕심이 앞섰다.

 태국행 항공기에 오른 순간, 범죄의 나락에 빠진 것이다. 이들은 태국의 한 숙소에서 '통화 매뉴얼'을 일주일 간 외웠다.

 이후 대출 내역과 개인 정보가 담긴 피해자들의 연락처를 받아 '저금리 대출'을 미끼로 상담을 이어갔다.

 제2금융권 회사 과장을 사칭한 뒤 '신용 등급을 높여 2%대 저리로 대출해주겠다'며 수수료를 요구했다. 

 '기존 대출금 일부를 갚으면 더 많은 돈을 빌려주겠다'며 조직의 대포 통장(가상계좌)으로 입금을 유인해 수 천만원의 수익을 내기도 했다.  

 이들은 2014년 5월부터 3개월 간 이 같은 방법으로 범행에 가담했고, 1건 성공당 10~30%의 수수료를 받아 챙겼다.

 광주에서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던 김모(25)씨도 동네 선배의 연락을 받고 지난 2014년 2월부터 중국의 한 콜센터에서 상담원으로 일하며 쉽게 돈을 벌었다.

 김씨는 대출자나 취업 준비생 등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지인들을 범행에 끌어들였고, 2년 8개월간 중국을 오가다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광주경찰청은 기업형 보이스피싱 조직 총책 박모(43)씨와 상담원 김씨 등 58명을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하고 19명 입건, 15명 수배 등 총 92명을 적발했다.

 피의자 중 74명이 무직이었다. 20대와 30대가 각각 51명·21명으로 가장 많았고 40대 4명, 10대 2명 순이었다.

 경찰은 경기 불황과 취업난이 가중되면서 젊은층이 전화금융사기에 가담하는 추세라며 이 같은 폐해를 근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조직이 실업 청년들의 심리를 악용하고 있는 사례"라며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유혹에 넘어가지 않도록 체계적 교육과 사회 안전망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