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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같은 고 3 교실' 중간고사 0점 처리된 사연

등록 2017.05.30 10:3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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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험시간 종료 후 답안지 작성, 부정행위 간주
 시험 관리·감독 소홀… 무한경쟁 속 씁쓸한 현실

【광주=뉴시스】맹대환 기자 = 최근 광주지역 고교 두 곳에서 중간고사 시험 종료 후 답안지를 작성한 3학년 학생 두 명의 점수가 0점 처리되는 사례가 발생했다.

 허술한 시험 관리·감독이 문제였지만 한 번의 시험으로 인생의 진로가 좌우되는 풍토속에서 사회가 고 3 수험생들을 이기주의와 치열한 무한경쟁이 판치는 정글에 가뒀다는 씁쓸한 뒷맛을 남기고 있다.

 30일 광주시교육청에 따르면 광주 모 고등학교에서 A학생이 중간고사 시험시간 종료 후 답안지를 작성한 것으로 드러나 해당 과목 점수가 0점 처리됐다.

 A학생은 시험시간이 끝나고 뒤에서 답안지를 수거할 때 답안지를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A학생의 행위는 같은 반 친구들이 학교 측에 문제 제기를 하면서 논란이 됐고, 결국 학업성적관리위원회가 논의 끝에 부정행위로 보고 0점 처리 결정을 했다.

 또 다른 학교에서는 B학생이 영어 과목의 객관식문제 모두 0점 처리를 받아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당시 영어시험 감독관을 맡았던 교사는 시험시간 종료 후 일부 학생들이 답안지 작성을 마치지 못했다고 호소하자 재량으로 10초 동안의 시간을 줬다.

 B학생은 10초 동안 주관식 답안은 작성했지만 객관식 문제 답안을 작성하지 못해 다시 감독교사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교사의 지시에 따라 교탁에서 나머지 답안 작성을 마쳤다.

 하지만 학교 측의 학업성적관리위원회가 10초의 시간 동안 답안을 작성한 학생들은 문제 삼지 않았으나 B학생은 통상적인 수준을 넘었다며 결국 객관식문제 모두 0점 처리했다.

 성적관리 규정은 시험시간 종료 후에는 일체의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10초의 시간도 인정하지 않는 것이 공정한 원칙이다.

 시험 관리·감독에 필요한 매뉴얼이 없는 것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시험 시작부터 종료 후 답안지 수거까지 구체적인 매뉴얼이 없어 감독관 재량권 개입으로 공정성 논란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근본적인 문제는 초·중·고등학교까지 12년의 기간을 단 한 번의 시험으로 평가하는 수능시험 구조에 있다는 지적이다.

 상대평가 체제의 대입 구조는 경쟁과 이기심 조장이라는 폐단을 낳고 고 3 교실을 무한경쟁의 무대로 만들고 있다.

 일선 학교 교사들은 학생들이 점수 1점 더 받기 위해서는 같은 반 급우를 친구가 아닌 딛고 넘어서야 할 경쟁자로 바라봐야 하는 현실이다고 지적했다.

 광주시교육청 한 관계자는 "상대평가보다는 학생이 그동안 무엇을 배웠고 어떤 것을 잘 하는지 등을 평가하는 성취평가제가 시대의 흐름에 맞다"며 "문재인정부가 추진하는 고교 내신 절대평가와 수능 절대평가를 큰 혼란 없이 실시할 수 있도록 사회 전체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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