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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살 권지용의 성장서사…솔로가수 지드래곤의 현재 존재감

등록 2017.06.11 01:5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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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지드래곤 솔로 콘서트 현장 . 2017.06.10. (사진 = YG엔터테인먼트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지드래곤 솔로 콘서트 현장 . 2017.06.10. (사진 = YG엔터테인먼트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어느 순간부터 지드래곤이라는 모습, 이름으로 계속 서다 보니 '권지용이라는 친구는 어떤 아이였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를 찾아가거나 들여다 보는 시간이었어요."

올해 한국 나이로 서른살을 맞은 한류그룹 '빅뱅'의 리더 지드래곤(29·권지용)은 10일 밤 서울 상암월드컵 경기장에서 연 자신의 세 번째 솔로 콘서트 '2017 콘서트 - 액트(ACT) III, 모태(M.O.T.T.E)'에서 "저 자신에 대해 모르는 점도 알게 됐고, 잊고 있던 것도 깨닫는 값진 시간이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드래곤은 최근 자신의 본명을 앞세운 솔로 미니앨범 '권지용'으로 국내·해외의 각종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며 빅뱅 멤버로서뿐 아니라 솔로가수로서도 입지를 확고히 굳혔다.

본명을 내세운 앨범 이후 여는 이번 콘서트 역시 본인에 대해 파고드는 자리다. 콘서트 타이틀로 내세운 '모태'는 어미의 태안을 뜻하는 모태(母胎)를 뜻한다. 그 만큼 자신의 근본과 정체성에 대해 탐구하는 공연이라는 뜻이다.

지드래곤은 "인간 권지용이라는 사람의 첫 번째 콘서트다.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수 있다"며 "이번 공연은 모태(못해)라서 못할 뻔했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서울=뉴시스】 지드래곤 솔로 콘서트 현장 . 2017.06.10. (사진 = YG엔터테인먼트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지드래곤 솔로 콘서트 현장 . 2017.06.10. (사진 = YG엔터테인먼트 제공) [email protected]

지드래곤은 솔로가수로서 자신의 성장서사를 노래로 써내려가듯, 이날 부른 20여곡의 곡 순서 대부분을 자신이 발표한 앨범에 수록된 순으로 정했다. 첫 곡이 첫 솔로 앨범 타이틀곡 '하트브레이커'였다.

검은 머리에 빨간 의상을 입고 포문을 연 지드래곤은 태어남의 상징이기도 한 붉은 피를 연상케 하는 붉은 색 옷을 다양하게 입었다. 수술대에서 생명이 새로 태어나는 장면이 주가 된 영상을 상영하기도 했다.

약 4년 만에 솔로 콘서트를 연 지드래곤은 뮤지션으로서나 인간적으로나 확실히 성장해 있었다. 선정성과 폭력성 등 객기가 넘쳤던 2009년 '샤인 어 라이트', 이미지가 주를 이뤘던 2013년 '원 오브 어 카인드' 등 앞선 두 번의 솔로 콘서트보다 음악적으로 밀도가 높은 동시에 인간적인 면모도 드러났다.

다섯 번째로 들려준 '옵세션(obsession)' 무대에서는 여성팬이 무대로 난입, 자신을 껴안으려고 했음에도 의연하고 자연스럽게 대처하는 노련함도 뽐냈다.

【서울=뉴시스】 지드래곤 솔로 콘서트 현장 . 2017.06.10. (사진 = YG엔터테인먼트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지드래곤 솔로 콘서트 현장 . 2017.06.10. (사진 = YG엔터테인먼트 제공) [email protected]

지드래곤은 이날 솔로가수로서 현재의 존재감도 뽐냈다. 이날 공연장에 운집한 관객수는 4만명. 지난해 8월20일 같은 장소에서 펼쳐진 빅뱅의 단독콘서트에 6만5000명이 운집했는데 홀로 절반을 훌쩍 넘는 팬들을 불러 모으는 저력을 과시한 셈이다. 해외 팬들도 상당수 눈에 띄었다. 일본 등 아시아는 물론 미주와 유럽 사람들도 다수였다. 사드로 인해 한중 관계가 여전히 경색인데도 곳곳에서 중국어가 울려퍼졌다.

구성과 규모 역시 빅뱅콘서트 못지않게 화려했다. 특히 영상, 레이저, 폭죽 사용은 눈을 황활케 했다. 특히 직사각형 모양의 대형 스크린의 한가운데를 상자 모양으로 뚫고 그 안에 무대를 만들어 다양한 공간을 연출한 장면이 일품이었다.

게스트들도 탄탄했다. 파랑 원피스를 입은 아이유가 최근 발매한 지신의 정규 4집 '팔레트'의 타이틀곡 '팔레트'를 부르며 깜짝 등장했다. 이 곡의 랩 가사와 피처링을 지드래곤이 담당한 인연에 따른 것이다. 지드래곤이 무대에서 이 곡을 부른 건 이날이 처음이었다.

두 사람은 이날 아이유가 최근 지드래곤에게 감사의 의미로 냉장고를 선물한 이야기를 꺼냈다. 아이유가 광고 모델을 맡은 소주로 그 냉장고를 채웠다는 것도 더했다. 소주병을 감싸는 띠에는 아이유 대신 지드래곤의 얼굴을 새겨넣었다고 했다. 지드래곤은 "그래서 (공연을 하는) 지금도 알딸딸하다"고 농을 던졌고, 아이유는 "(내년에) 군대 가기 전에 모두 마시려면 얼른 서둘러야 한다"고 너스레로 맞받아쳤다.

【서울=뉴시스】 지드래곤, 그룹 '빅뱅' 리더. 2017.06.10. (사진 = YG엔터테인먼트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지드래곤, 그룹 '빅뱅' 리더. 2017.06.10. (사진 = YG엔터테인먼트 제공) [email protected]

아이유는 지드래곤의 솔로 2집 '원 오브 어 카인드' 수록곡이자 밴드 '자우림'의 김윤아가 본래 피처링한 '미싱 유'까지 함께 불렀다. 몸매가 훤히 드러나는 의상을 입고 섹시함을 뽐내 씨엘은 이날 '더 리더스'를 피처링했다.

지드래곤은 이날 중간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 많은 일이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정신적, 육체적으로는 힘들었는데 좋은 소식을 들으니까 좋네요. 여러분들 덕분이에요"라고 했다.

최근 대마초 흡연 혐의로 구설에 오른 빅뱅의 또 다른 멤버 탑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이야기는 아니지만, '많은 일이 있었다'는 표현에는 이대한 심정을 에둘러 담은 부분도 있어보인다. 지드래곤은 이날 탑과 관련한 말은 하지 않았고 빅뱅의 멤버들에게 고맙다고만 했다. 좋은 소식은 '권지용'이 국내와 해외에서 각종 차트 1위를 차지한 소식을 가리킨다.

이와 함께 이날 빅뱅의 다른 멤버인 태양과 대성을 비롯해 MBC TV '무한도전'의 김태호 PD, 개그맨 정형돈 등 유명인사와 지드래곤을 돕는 스태프들, 그리고 지드래곤의 부모와 누나 등이 '지드래곤'과 '권지용'이 자신들에게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상이 흘러나왔다. 대부분 공적인 지드래곤은 화려하지만 사적인 권지용은 착하고 순수하다며 입을 모았다.

【서울=뉴시스】 지드래곤 솔로 콘서트 현장. 2017.06.10. (사진 = YG엔터테인먼트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지드래곤 솔로 콘서트 현장. 2017.06.10. (사진 = YG엔터테인먼트 제공) [email protected]

지드래곤은 이날 공연 종반께 이번 솔로 공연에 대해 "가장 덜 꾸민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목표였다"고 말했다. "왜냐면 지드래곤은 제가 보기에도 과장이 돼 있어요. 물론 제 모습 중 하나지만 굉장히 화려하다"고 했다.

 "그런 이미지의 가수라고 생각하고 그래서 무대는 최대한 단조롭게 꾸미고 노래도 첫 앨범 순서대로 부르려고 했으며 마지막으로 갈수록 화려함을 걷어낸 모습의 권지용을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자기 고백은 계속 이어졌다. 지드래곤으로 사는 권지용은 "뭐가 꿈인지 현실인지 잘 모르겠다는 기분이 들 때도 있다"며 "그래서 초심을 찾으려고 노력 중이에요. 물론 저는 긍정적인 아이니까, 끝까지 잘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데뷔 11년 차를 맞은 빅뱅의 리더, 8년 차 솔로 가수는 공연 끝까지 여유를 유지했다. "앞으로 어떤 모습일지 몰라요. 이렇게 멋을 부렸지만 안 부린 척 하는 허름한 권지용이나, 화려한 지드래곤이나 모두 지켜봐주셨으면 좋겠어요. 근데 내년에 군대를 갔다오면 서른 둘 셋인데 괜찮으시겠어요? 그 나이가 되면 손톱에 매니큐어도 못 칠할 거 같아요. 하하." 마지막 곡으로 들려준 '권지용'의 타이특곡 '무제(無題)', 즉 제목이 없다는 뜻의 이 곡은 오히려 앞으로 더 성장 가능성을 내포한 지드래곤의 잠재력으로 읽혔다.

한편 이번 솔로 투어는 이날 서울을 시작으로 아시아 3개 도시(마카오, 싱가포르, 방콕), 북미 8개 도시(시애틀, 산호세, 로스엔젤레스, 휴스턴, 시카고, 마이애미, 뉴욕, 토론토), 오세아니아 4개 도시(시즈니, 브리즈번, 멜버른, 오클랜드), 일본 3개 도시(후쿠오카, 오사카, 도쿄) 돔 투어 등 총 19개 도시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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