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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타이어 사태] 산재 논란 10년째 '끝나지 않은' 고통···"20년 일궜는데 회사는 발뺌만"

등록 2017.06.1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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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타이어 사태] 산재 논란 10년째 '끝나지 않은' 고통···"20년 일궜는데 회사는 발뺌만"

23년근무중 51세에 알츠하이머 진단받은 가족 "아르바이트로 생계, 절망적"
"회사 외면에 상처···10년 전 논란 불거진 이후에도 회사가 감추기, 발뺌만 급급"

 【서울=뉴시스】 유자비 기자 = "남편 작업복을 빨려면 이삼일은 세제에 담그고 있어야 했어요. 아스팔트처럼 까만 가루가 전분처럼 가라앉으니 다른 옷들이랑은 같이 못 빨았어요. 남편은 계속 머리아프다고 하고."

 한국타이어 전 정규직 직원 J씨의 부인 Y(56·여)씨는 "그때는 넘겼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작업 환경이 힘들었다 싶다"며 이같이 말했다.

 J씨는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에서 23년간 타이어 원료를 배합하는 일을 하다 2014년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았다. 만 51세의 나이였다.

 Y씨는 "현재는 엘리베이터를 혼자 못 탈 정도로 알츠하이머병이 진행돼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 절망적이다"며 "가족들이 산재 승인 결정에만 희망을 걸고 있다"고 했다. 

 한국타이어는 2006~2007년에 12명의 노동자가 심장질환, 폐암, 뇌수막종양, 간세포암, 식도암 등으로 숨져 사회적으로 커다란 논란이 야기됐었다. 당시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역학조사가 이뤄졌지만 타이어 제조과정에서 쓰이는 유기용제와 질병과의 연관성은 조사되지 않아 또 다른 논란이 빚어졌다.

 10년이 지난 뒤 현황을 취재한 결과, 이 회사에서는 산재를 주장하며 고통받고 있는 근로자들이 계속 생겨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진재(38)씨는 2014년10월 고악성활막육종암(근육암의 일종) 판정을 받은 뒤 총 3번의 수술을 받았다. 한국타이어 금산공장 QA부문에서 2010년부터 5년간 도장 일을 맡은 뒤 생긴 병이다.

 이씨는 첫 수술을 받은 뒤 복직했지만 6개월 만에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그는 "회사에 업무를 옮겨달라고 거듭 요청했지만 일을 시키지 않는 식으로 전혀 받아주지 않았다"고 했다.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신청을 한 이씨는 지난달 말 불승인 판정을 받았다. 그는 "병원에서도 업무와 연관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는데 근로복지공단은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며 불승인 판정을 내렸다"며 "내가 이를 어떻게 입증하겠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2008년부터 지난해 1월까지 한국타이어 공장을 비롯해 협력업체에서 근무를 하다 암, 순환기질환 등으로 사망한 근로자는 모두 46명으로 공식 집계됐다.

 2008년에는 폐섬유증, 폐암, 비인두암 등의 이유로 4명의 근로자가 사망했고 2009년에는 뇌종양, 폐렴, 신경섬유종 등의 원인으로 6명, 2010년에는 급성심근경색, 폐암, 뇌경색 등으로 6명이 숨졌다. 또 2011년 8명, 2012년 6명, 2013년 7명, 2014년 2명, 2015년 6명, 2016년 1명의 근로자가 한국타이어 공장에서 근무를 하다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산재를 주장하는 이들은 "회사의 외면에 상처를 받았다"며 "10년 전 논란이 불거진 이후에도 회사가 감추기에만 급급하다"고 말했다.

 Y씨는 "남편이 20여년간 지금의 회사를 일궈낸 일원임에도 책임을 회피하는 회사 모습에 상처를 받았다"며 "남편이 유기물질을 취급하는 작업을 했음에도 회사는 아니라고 발뺌만 하더라"고 비판했다.

 암 발병으로 회사를 그만 둔 한국타이어 전직 근로자는 "산재 신청을 한다고 하니 회사에서 퇴직을 은근히 종용하더라. 노조도 안타까워만 하고 실질적으로는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고 했다.
 
 한편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한국타이어 전·현직 노동자 4명이 접수한 '유해물질에 의한 질병 업무관련성 산재 신청'과 관련해 지난해부터 역학조사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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