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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난민대사 정우성 “난민은 우리 문제···동정 아닌 의무 ”

등록 2017.06.25 09:00:00수정 2017.06.25 09:3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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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 배우 정우성이 24일 서울 중구 유엔난민기구(UNHCR) 한국대표부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우성은 인터뷰를 통해 "한국사회가 난민 문제에 대해 더 깊은 관심을 가질 것"을 촉구했다. 2017.06.24. (사진 = 유엔난민기구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 배우 정우성이 24일 서울 중구 유엔난민기구(UNHCR) 한국대표부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우성은 인터뷰를 통해 "한국사회가 난민 문제에 대해 더 깊은 관심을 가질 것"을 촉구했다. 2017.06.24. (사진 = 유엔난민기구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문예성 기자 = “왜 난민을 도와야 하는가라고 묻는다면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난민들의 문제가 사실 '우리의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답하겠다. 먼 나라 난민 문제가 당장 우리와 상관없는 문제라고 외면하거나 방치해 두면 또 다른 문제로 변해서 우리게 돌아오게 된다”

  유엔난민기구(UNHCR) 친선대사로 4년째 활동해 온 배우 정우성은 24일 유엔난민기구 한국사무소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근 이라크 난민 캠프를 방문한 소회와 함께 난민 문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그는 지난 2014년 UNHCR 서포터로 활동을 시작해 2015년 공식 친선대사로 임명됐다. 지난 4년 동안 수단, 네팔, 레바논 등에 있는 난민 캠프의 실상을 국내에 알리는데 주력해 왔다.  지난 5~10일에는 이라크 아르빌의 시리아 난민 캠프를 찾았고, 24일 오전 개막한 제3회 한국난민영화제에 참석해 관객들을 만났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 대사는 ‘우리는 왜 난민을 도와야 하는가’라는 주제로 난민 문제를 자연스럽게 풀어갔다. 배우보다는 유엔기구 친선대사에 더 가까운,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한 모습의 그를 볼수 있었다.  아래는 정 대사와의 일문일답.

- 이번에 방문한 이라크 아르빌 난민 캠프에 대해 소개할 달라

 "쿠르드 자치구의 수도격의 아르빌에서 차로 2시간 거리에는 아르빌은 이라크군이 이슬람 국가(IS)와 전투를 벌이고 있는 모술이 있다. 언론 보도 등으로는 아르빌은 굉장히 위험한 지역으로 알려졌는데 의외로 쉽게 갈수 있었고 치안 상태도 예상 밖으로 좋았다.  아르빌에서 차로 45분 거리에 우리가 방문한 '하산샴(Hasansham)' 난민캠프가 있다. 오랜 전쟁이 지속되면서 주변 마을 주민들이 캠프에 들어오게 됐고, 전쟁의 상흔과 함께 지뢰가 매설된 텅빈 마을들이 캠프 주변을 위치해 있다. "

- 난민은 어떤 사람들인가?

 " '난민'이라는 용어가 낯설고 이질적으로 느끼질 수 있다.  난민은 ‘자신의 의지 즉 자의가 아닌 전쟁 등 불가항력적인 이유로 어려움에 봉착한 사람들’이다.   사회, 정치적 이유로 한국사회의 타인의 아픔을 공감하는 능력이 상대적으로 약하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휴머니즘, 인간의 본질적 마음으로 이 시대를 살며 가져야 할 덕목에 대해 고민해 봐야 하며, 그 안에 난민 문제가 포함돼 있다." 

-난민을 왜 도와야 하는가?

 "우리 사회뿐 아니라 전 세계는 난민 돕는 것이 '이득인가 손실인가'라는 잣대로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난민을 왜 도와야 하는가에 이유는 필요 없다.  사실 대한민국은 아시아 최초로 난민법을 시행하고 있고 법 조항에 ‘대한민국은 난민을 도와야 된다’고 조항에 명시돼 있다. 이에 따라 난민을 돕는 것은 동정이 아니라 책무다.
 우리나라가 겪은 6.25 전쟁을 예로 말한다면 당시 평범한 하루 새벽에 갑자기 터진 전쟁으로 평범한 한국인들은 피난민이 됐다. 누구나 불가항력적인 이유로 어느날 갑자기 난민이 될수 있는 생각을 염두해 둬야 한다. 아울러 6.25전쟁 당시 영향은 오늘날까지 이어지는데 한반도는 정전상태가 아닌 휴전 상태라는 사실을 상기시키고 싶다."

-먹고 살기 바쁜 사람들도 난민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가?

 " 현재 먹고 살기 힘든 분들은 지금의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같은 사회구성원으로서 그분들이 삶이 더 나아지게 하는 것(국내 빈곤 문제 해결)은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다른 문제다.  먹고 살기 힘든 사람에게까지 난민을 도와달라고 강요하고 싶지 않다. 시선을 밖으로 돌릴 수 있는, 여유가 있는 분들에게 세상에 이런 문제도 있으니 함께 고민해보자고 이야기하고 싶다는 뜻이다. "

 - 친선대사로 난민캠프를 갔을 때 가장 먼저 하는 말이나 제스처가 있는지

 " 먼저 ‘안녕하세요’라고 말한다. 한국어로 직접 말할 때도 있다. 그 다음 이름을 말하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소개한다.  한국에서 왔다는데 배우로 먹고 산다. 유엔난민기구를 통해 이런 일을 하고 있다. 여러분의 이야기를 듣고 다른 사람과 나누고자 이곳에 왔다고 말한다.  그때 사람들의 첫 반응은 모두 다른데 대부분은 마음을 열어준다. 시간차가 있지만 유엔 난민 캠프의 난민들은 쉽게 마음을 열어주는 편이다. "

 - 친선대사로서 실제로 난민과 교감하면서 어려움은 없었는지?

 "어려움 보단 조심스러움이 있었다. 우리는 가끔 ‘선행’이라는 핑계로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없이 거침없이 다가가도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선행이라고 해도 상대에 대한 철저한 배려를 진행한 상황에서 이뤄져야 한다. 그래서 그들을 만날 때 내가 듣고 싶은 주제를 질문하기보다는 조용히 말을 들어준다.
 이번 이라크 캠프에서 '쿠바'라는 한 여자아이를 만났다. 선천적으로 청각장애를 가진 이 아이는 폭격으로 얼굴 한쪽에 심각한 화상을 입었고 결국 심각한 흉터가 얻었다. 당시 내가 그 여자아이의 얼굴을 쳐다보고 있는데 캠프에 사는 또 다른 또래 여자아이가 나와 말이 안 통하는데 제스처로 그의 상황을 설명했다. 아이는 팔로 포물선을 그리고 입으로는 ‘쑤우~팡’하고 소리를 내면서 폭탄이 날아와 터지는 모습을 묘사했다. 나는 그 순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픔을 느꼈다. 그래서 얼굴에 흉터가 남아 있는 아이를 꼭 안아줬다.
 시리아 내전의 참상, 난민의 상황을 알려야 된다고 생각했지만 아이에게 상처가 될까봐 이 아이와 사진을 찍을지 말지를 고민했고, 그 과정은 매우 괴로웠다. "

- 이번 이라크 방문 과정에서 날씨가 더워 힘들었다고 들었는데 다른 어려움도 있었다면

  "이번에 이라크를 갔을 때  평균 기온이 47도였다. 한두달 지나면 현지 기온은  57도까지 치솟는다. 이런 살인더위 속에서 여름을 나는 것 자체가 엄청난 어려움이 된다.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 배우 정우성(오른쪽)이 24일 서울 중구 유엔난민기구(UNHCR) 한국대표부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나비드 사이드 후세인 유엔난민기구 대표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정우성은 인터뷰를 통해 "한국사회가 난민 문제에 대해 더 깊은 관심을 가질 것"을 촉구했다. 2017.06.24. (사진 = 유엔난민기구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 배우 정우성(오른쪽)이 24일 서울 중구 유엔난민기구(UNHCR) 한국대표부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나비드 사이드 후세인 유엔난민기구 대표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정우성은 인터뷰를 통해 "한국사회가 난민 문제에 대해 더 깊은 관심을 가질 것"을 촉구했다. 2017.06.24. (사진 = 유엔난민기구 제공) [email protected]

  캠프에는 최저 전력으로 돌아가는 냉방설비를 돌리기 위해 전력난의 문제, 고온날씨로 물이 더 필요해지면서 물부족 문제도 있다. 무더위에 따른 연쇄적인 어려움 속에서 캠프에 거주하는 어린이, 노인 등 노약자들이 더 취약한 상태다. "

 -친선대사로서 무력감을 느낀 적이 있나.

 "남수단 이다 지역에 갔을 때 무력감을 느꼈다. 이다캠프는 약 2만명의 사람이 살고 있었고 한 격납고를 음식배급소를 쓰고 있었다. 음식 배급시간에 모여드는 인파를 눈으로 직접 보고 난민 문제는 엄청난, 심각한 일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최근 난민의 수는 계속 늘고 있는데 지원에 필요한 물자는 그만큼 늘지 않고 세상의 관심 역시 편협한 방향으로 흐르는 것을 볼 때 무력감이 들기도 한다. "

- 친선대사를 하면서 삶을 보는 방식이나 시선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난민 문제를 통해 오히려 우리 사회에 대한 관심이 깊어졌다. 친선대사를 하면서 우리 사회에 사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 더 깊이 들어보게 됐다.  또한 평범함의 위대함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됐다. 우리의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지를 생각해 보게 됐다. "

 -유명 배우롯 집중을 받으면서 이런 공적인 책무를 수행하기가 힘들지 않나

 "(웃으면서) 바르게 살아야 하니까 힘들다. 친선대사를 포함해 일을 하면서 지속성 있게 한가지 일을 한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유엔기구를 위한 선행이니까 보여주기식으로 한번 해볼까 그런 마음으로 시작한 것은 아니다. 난민기구 대사 직 제안을 받고 수락했을 당시나 지금이나, 오랜 기간동안 대사로 꾸준히 활동했을 때 만이 감히 이 일을 했다고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난민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질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

 " 동정이나 연민은 아니다. 결국 난민 문제는 우리 문제라고 생각했다.  보통 ‘남수단은 토지가 굉장히 비옥하다. 원유매장량이 풍부하다. 재건되면 우리나라 기업들이 엄청나게 도움을 받을 거다.’ 이렇게 얘기하면 사람들이 ‘와’하고 감탄한다. 그런데 그런 목적으로 난민을 돕는다는 것은 너무 알팍하지 않는가 
 그리고 난민의 50%를 차지하는 아이들이 세상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자라서 성인이 됐을 때 세상을 바라보고 소통하는 방식은 분명 그렇지 않을 때와 다른 것이다. 반면 아이들을 방치하면 세상의 또 다른 문제로 돌아올 거다. 결국 사랑과 공감이 난민 문제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게 하는 원동력이다. "

-한국 정부, 한국 언론이 난민 문제와 연관에 어떤 것을 할 수 있는지

 "한국 정부는 난민법 제정 등을 통해 관련 문제를 잘 해결해 나갈 것이라는 의지를 보여준 것 같다.   그러나 정부의 기조는 여론을 인식하지 않을 수 없다. 여론의 얼마나 성숙되느냐가 사실상 난민 정책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난민으로 위장해 한국에 들어오는 소수의 사람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난민 신분인지를 선별 및 심사하는 과정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심사과정을 단축하고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을 고민해 봐야 한다. 
 또한 한국 언론의 역할도 중요하다. ‘어떤 지역에서 테러가 발생하면 그것은 IS의 소행, IS와 같은 지역에 사는 사람은 다 똑같은 사람이다라는 편의적인 여론이 형성되지 않도록 언론은 노력해야 한다. 난민 문제 속으로 한발짝 더 들어가 이해하고 설명을 했으면 좋겠다.  "

  -친선대사로서 궁극적인 꿈 목표는 무엇인지

 "난민캠프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공통의 꿈은 “캠프가 없어지고 난민들이 본국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남수단을 방문했을 때 그곳의 한 유엔 직원은 이 캠프가 없어지는 게 자신의 소원인데 수단과 남수단이 잠시 휴전을 했을 때 난민들이 강에 보트를 띄어 자기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고 말한 적이 있다.
 친선대사로서 ‘왜 난민을 도와야 하느냐'는 질문을 받지 않는 날이 오는 것이 나의 목표다.  궁극적으로 바른 정치인이 나와 전쟁이 없는 세상이 돼야겠지만 지금 그런 평화의 시대가 아니고 어려움을 처한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우리가 그들을 외면하거나 방치하면 더 큰 부작용이 낳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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