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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박준 첫 산문집 출간···"표지 속 그림도 봐주세요"

등록 2017.06.29 08:4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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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박준 첫 산문집 출간···"표지 속 그림도 봐주세요"

【서울=뉴시스】신효령 기자 = "스스로를 마음에 들이지 않은 채 삶의 많은 시간을 보낸다. 나는 왜 나밖에 되지 못할까 하는 자조 섞인 물음도 자주 갖게 된다. 물론 아주 가끔, 내가 좋아지는 시간도 있다. 안타까운 것은 이 시간이 그리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는 것이고 또 어떤 방법으로 이 시간을 불러들여야 할지 내가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56쪽)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로 독자들 사랑을 받은 시인 박준(34)씨가 첫 산문집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을 냈다. 가난이라는 생활, 이별이라는 정황, 죽음이라는 허망 등 우리들 모두에게 바로 직면한 과제이기에 떼려야 뗄 수 없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사랑에 대해 내리는 정의들은 너무나 다양하며 그래서 모두 틀리기도 모두 맞기도 하다. 세상에 수많은 사람이 수많은 사랑을 하고 있다는 사실 만큼은 언제나 참일 것이다. 나에게 그리고 당신에게 여전히 이 세상에 대한 사랑이 남아 있다면 그 이유도 바로 이것일 것이다."(95쪽)

"이 글을 쓰면서 그 시기의 일기장을 펴보았는데 내가 화장터에 간 날은 2000년 4월 5일이었다. '만약 다시 벽제에 가게 된다면 그것은 최대한 아주 먼 미래였으면 한다”라는 문장이 있었고 “그래도 사람의 마지막이 크고 두꺼운 나무로 만들어진 관과 함께한다는 사실이 다행스럽다'라는 문장도 있었다. 하지만 그때의 희망과는 달리 나는 그리 머지않은 미래에 벽제로 가야 했다. 슬프지만 앞으로도 몇 번은 더 가야 할 것이다. 그래도 어느 깊은 숲에서 잘 자란 나무 한 그루와 한 시절을 함께했던 사람들의 슬픔 속에 우리들의 끝이 놓인다는 사실은 여전히 다행스럽기만 하다."(38쪽)

"나는 타인에게 별생각 없이 건넨 말이 내가 그들에게 남긴 유언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같은 말이라도 조금 따뜻하고 예쁘게 하려 노력하는 편이다. 말은 사람의 입에서 태어났다가 사람의 귀에서 죽는다. 하지만 어떤 말들은 죽지 않고 사람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살아남는다."(19쪽)

저자는 "남들이 하는 일은 나도 다 하고 살겠다며 다짐했던 날들이 있었다"며 "어느 밝은 시절을 스스로 등지고 걷지 않아도 될 걸음을 재촉하던 때가 있었다는 뜻이다"고 말했다.

출판사 난다 측은 표지 속 그림을 자세히 봐달라고 당부했다.

 "좀 묘하죠. 강 위를 떠가는 배 위에서 여자는 노를 젓고 남자는 하모니카를 부는 가운데 두 사람의 얼굴 속 이목구비가 몽땅 지워져 있으니 말입니다. 왜 눈을 지우고 왜 코를 지우고 왜 입을 지웠을까요. 그럼에도 왜 눈에서는 눈물이 고이고 왜 코에서는 콧물이 맺히고 왜 입에서는 노래가 흘러나오는 듯할까요. (중략) 표지 속 그림은 이스라엘 출신으로 영국에서 활동중인 화가 기드온 루빈의 작품이고요, 제목은 무제라네요. 2018년 9월 한국에서의 대규모 첫 전시가 있다고 하니 미리 눈에 익혀두셨다가 내년에 반가이 뛰어가 실물로 확인하셨으면 하네요." 192쪽, 난다,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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