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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백남기 쓰러진 당일 경찰 '청문감사보고서'에 담긴 현장 상황은

등록 2017.06.29 00: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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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백남기 쓰러진 당일 경찰 '청문감사보고서'에 담긴 현장 상황은

수압 조절 불능 낡은 살수차···살수 시 안 보이는 CCTV
 경험 부족한 경찰관들, 운용지침과 다르게 배치돼
 사고 후 살수 중지 명령도 없고 100분 뒤에야 지휘관 인지
 총체적 난맥상···백남기 사망 원인 규명 중요 단초들 담겨

【서울=뉴시스】심동준 기자 = 경찰이 제출 거부 입장을 완강히 고수하던 고 백남기씨 사망 당시 살수 차량 현장 지휘·운용자들에 대한 '청문감사보고서'에는 사건이 발생한 원인을 가늠할 수 있는 몇 가지 중요한 단초가 담겨 있다.

 28일 경찰이 서울중앙지법 민사42부(부장판사 김한성)에 제출한 청문감사보고서(뉴시스 6월28일자 '[단독][종합]경찰, 백남기 물대포 사건 당시 청문감사보고서 법원 제출' 기사 참조)를 뉴시스가 입수해 분석한 결과 백씨에게 물대포를 쏜 살수 차량은 수리업체에서 압력 조절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노후 차량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살수 차량을 조작한 경찰관들은 관련 경험을 충분히 쌓았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개별적인 판단으로 물대포를 발포하는 상황에 놓여 있었다.

 백씨가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직후에도 현장에서는 살수 중지 명령은 없었으며 현장 지휘자는 백씨가 넘어진 뒤 1시간40분이 지나서야 상황을 인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마디로 총체적 난맥상이었다.

 경찰이 법원이 제출한 문건은 모두 7건으로 살수차를 조작한 최모 경장과 한모 경장에 대한 진술조서 5건과 당시 제4기동단장의 진술서, 청문감사담당관실에서 작성한 '11.14. 민중총궐기 대회 관련 보고' 등이다.

 ◇3000RPM 이하로 수압 낮추지 못하는 살수차 투입…살수 때 안 보이는 CCTV 화면

 백씨에게 물대포를 쏜 '충남살수9호차'는 3000RPM이 넘는 살인적 수압으로 살수할 수 있는 노후차량이었다.

 한 경장에 대한 진술조서에는 경찰이 2015년 중순 수압계 압력을 측정해 3000RPM 이하로 작동토록 해당 살수차를 수리하려다가 실패한 사실이 기록돼 있다.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고 백남기 농민의 딸 백도라지 씨가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사망진단서를 발급받고 기자회견으로 이동하고 있다. 2017.06.20.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고 백남기 농민의 딸 백도라지 씨가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사망진단서를 발급받고 기자회견으로 이동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한 경장은 당시 살수차 수리업체가 '엑셀로 3000rpm 이하로 맞추기 위해 수차례 시도했으나 차량이 노후화되어서 다른 차량으로 교체하지 않는 한 적용하기 힘들다'라는 답변을 보내왔다고 진술했다.

 그러면서 해당 살수차를 수리할 때 측정한 수압이 3700~3800RPM에 이르렀다고 했다. 이는 해당 살수차가 사건 당일 엑셀로 조정했을 때 수압이 적어도 3800RPM까지 올라갈 수 있는 상태였다는 뜻이다.

 한 경장과 최 경장 모두 물대포를 쐈을 당시 수압이 2900RPM 이상 넘지 않았다고 입을 맞추고 있지만 실제 RPM이 어느 정도 선이었는지는 기록이 남아있지 않다.

  해당 살수 차량의 '눈' 역할을 하는 폐쇄회로(CC)TV 또한 경찰관들이 상황을 인지하는 데 도움을 주지 못했다. 현장을 대형 화면으로 보기 위한 리모컨도 차량에 비치되지 않았다.

 한 경장은 감찰관을 상대로 "물을 쏘지 않을 때는 모니터 상으로 사람이 구별된다. 카메라가 살수 노즐 위에 있어 살수를 할 때는 모니터로 잘 확인되지 않을 때도 있다"라고 말했다.

 최 경장도 진술조서에서 "화질도 선명하지 않았고 야간시간이었다. 카메라로 비춰봐도 버스가 차벽을 치고 있으니 반대편에 버스 가까이 붙은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다"라고 실토했다.

 ◇경험 일천한 경찰관 야간 살수 투입…운용지침 상 조작요원 3명인데 2명만 탑승

 보고서에는 살수차를 운용한 경찰관들이 충분한 교육 없이 현장에 투입된 것으로 보이는 정황도 드러나 있다.

 최 경장은 원래 행정팀 소속으로 살수차 조작요원으로 지정되기 전까지 별도의 살수차 관련 교육을 이수한 이력이 없었다. 그는 사건 당일 투입되기까지 2015년 하반기 검열 대비훈련과 지휘검열에서 2~3회 살수차 교육을 받고 11월13일과 14일에 실습한 것이 관련 경험의 전부였다.

 한 경장은 2014년 8월부터 살수차요원으로 근무하면서 관련 교육 경험은 있었으나 실제로 집회·시위 현장에 투입된 것은 2014년 9월 충남 보령의 플랜트노조 집회 1번뿐이었다.
【서울=뉴시스】임태훈 기자 = 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故 백남기 씨 영결식에 참석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헌화를 하고 있다. 2016.11.05.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임태훈 기자 = 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故 백남기 씨 영결식에 참석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헌화를 하고 있다. 2016.11.05.  [email protected]

최 경장은 처음, 한 경장은 두 번째 실전 투입이 되는 처지에서 이들은 야간 살수를 진행했으며 직사·곡사 여부, 물대포 강도 등을 알아서 판단해 실행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실제로 한 경장은 "살수 시작 이후에 카카오톡으로 보고를 했다" "구체적인 살수 종류는 지시받지 않았다"라고 진술했다. 또 '자체적으로 판단해 살수했나'라는 감찰관의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경찰이 살수차 운용지침과 다르게 현장 상황을 지휘한 정황도 있다. 경찰은 지휘검열 등 관련 훈련에서도 운용지침과 달리 살수차를 운영해온 것으로 파악된다.

 경찰 '살수차 운용지침'에는 살수차 조작요원을 살수차 1대당 3명으로 편성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사건 당일 살수 차량에는 한 경장과 최 경장 단 2명만이 탑승한 상태였다.

 최 경장은 감찰관이 지휘검열 등 이전에 살수차 조작을 했을 때도 항상 2명이 탑승해 1명이 운전 겸 조작을 했느냐'고 묻자 "그렇다"라고 답변했다. 한 경장도 "기동본부에서 지침을 주기를 살수차 2명, 급수차 2명 등 총 4명이서 한 조로 운영해야 한다고 했다"고 진술했다.

 보고서에서 한 경장과 최 경장은 한 목소리로 '당시 중지 명령은 없었다'라고 증언하고 있다. 두 경찰관이 동석한 자리에서 작성된 진술조서에는 "어느 누구도 백씨가 쓰러졌다고 무전하거나 알려준 적이 없다"라는 내용이 있다. 이에 대해 경찰 지휘부는 당시 상황이 보이지 않아 대응이 늦어졌을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현장 지휘자가 사건 발생 약 1시간40분이 지나서야 백씨가 물대포에 맞아 쓰러졌다는 정황도 드러나 있다. 청문감사관실에서 작성한 보고서에는 백씨가 직사살수에 맞아 쓰러진 시각이 오후 6시59분께로 기재돼 있다. 제4기동단장의 진술서에는 "오후 8시40분경 4단 장비계장으로부터 보고 받아 (상황을) 알게 됐다"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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