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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투기만 잡으면 집값도 잡힐까

등록 2017.07.06 11:09:21수정 2017.07.06 19: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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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최희정 기자 = 집값은 투기꾼들이 올렸나, 아니면 집이 부족해 올랐나.

이에 대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대답은 분명하다. 공급 부족 때문이 아니라 투기 세력 때문에 집값이 올랐다는 것이다.

지난 6월23일 새로 취임한 김 장관은 취임사에서 "아직도 이번 과열 양상의 원인을 공급 부족에서 찾는 분들이 계신 것 같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현실은 다르다"며 최근 집값 급등이 투기 세력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난 5월 전국에서 5주택 이상 보유자들의 거래증가율(7.47%)이 가장 높았던 점, 강남 4구에서는 5주택 이상 보유자들의 거래증가율이 53% 이상인 데다 29세 이하 주택 거래량이 과반(54%)이 넘는 점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우리나라 주택보급률은 100%가 넘지만, 자가보유율은 59%에 그치고 있다.

주택을 산업이 아닌 주거 복지 차원에서 보는 전문가들은 이 같은 진단에 동의한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는 "집 없는 사람이 집을 사는 것이 아니다. 있는 사람이 집을 산다. 주택 정책의 가장 큰 맹점"이라고 꼬집었다. 이주형 한양대 교수는 "투기 때문에 시장 과열이 일어나는 것이지, 공급이 부족해 그런 게 아니다"고 지적했다.

최근 '갭투자' 등 단기 차익을 노리는 투기 세력이 시장 과열을 심화하는 것을 감안한다면, 김 장관의 투기 세력 근절 의지에는 손뼉을 쳐주고 싶다.

서민들이 집 한 채도 갖지 못하는 상황에서 일부 투자자들은 레버리지 투자(차입 투자)를 통해 집을 수십 채 굴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분양권 전매가 계속 이뤄져 호가는 계속 뛴다. 금리 인상이나 경기 침체로 집값이 떨어지면 그 피해는 누가 입을까. 세입자들이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등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유독 이 같은 단기 투자가 횡행하고 있다. 장기 투자 비율이 높은 선진국과는 확연히 대비된다.

다만 집값이 급등하는 현상을 투기 세력 하나만으로 설명하는 데는 다소 무리가 있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우리나라 주택 공급이 여전히 충분치 않다고 지적한다. 그는 "서울에서의 주택 보급률이 96%다. 110%가 넘어야 시장이 안정적이다"며 "가격이 오른 것은 투기꾼들이 올려놓은 것이 아니라 수요·공급이 안 맞아 그렇다"고 강조했다.

그는 "집을 사니 가격이 오른 것이 아니라 가격이 올라가니 소비자들이 집을 산 것이다"며 "수요보다 공급이 부족해 가격이 오른다"고 주장했다.

국토부가 최근 발간한 '2016년 주거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주택 보급률은 102.3%로 지방(106.5%)은 평균보다 높지만, 서울은 96%, 수도권 97.9%, 경기 98.7%로 평균보다 낮다.

심 교수는 "가격 억제만 하면 된다고 하는 시각은 잘못됐다. (정부는) 가격이 오르면 투기자들을 다 잡아내고, 5주택 보유자들을 잡으면 가격이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고 전제한 뒤 "주택보급률 110%가 되면, 투기 과열은 안 생긴다. 대도시에는 사람들이 몰려드니 꾸준히 지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선진국도 공공주택을 짓다 안 되니 민간을 끌어당겼다. 그런데 우리(정부)는 돈이 엄청나게 많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것은 위험하다"며 "공적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는 것은 좋지만,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무리하게 하면 안 된다"고 우려했다.

심 교수뿐 아니라 상당수 전문가가 서울과 수도권에서 주택보급률이 충분치 않은 상황을 지적하고 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도 "보급률이 110%는 넘어야 한다"며 "공식 통계는 103%로 절대 부족인 100%에서 넘어섰지만, 선진국 대비 많은 것은 아니다"고 짚었다.

투기 세력을 당연히 발본색원해야 한다. 동시에 공공부문뿐 아니라 민간 부문에서도 자연스럽게 공급량을 늘릴 수 있는 정책 마련도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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