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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전남도청 원형 복원 해법 찾자]②왜 원형 복원인가?

등록 2017.07.17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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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시스】류형근 기자 =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에 들어선 국립아시아문화전당. 2017.07.16. (사진=뉴시스DB) hgryu77@newsis.com

【광주=뉴시스】류형근 기자 =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에 들어선 국립아시아문화전당. 2017.07.16. (사진=뉴시스DB) [email protected]

상황실·방송실·총탄 흔적 복원에서 건물복원으로 확대
 "5·18의 역사적 의미·가치 상징공간···박물관 활용 안돼"

【광주=뉴시스】배동민 기자 = 2010년 12월, 광주는 사실상 5·18 민주화운동 최후 항쟁지인 옛 전남도청의 원형 보존을 포기했다. 그로 부터 7년이 지난 후, 5월 단체를 비롯한 광주는 한 번 포기했던 옛 전남도청의 원형 복원을 주장하고 있다.

 도청 원형을 놓고 또 다시 갈등이 불거진 것은 2015년 9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임시개관을 앞두고 옛 전남도청을 리모델링한 민주평화교류원을 공개한 뒤부터다.

 옛 전남도청은 1980년 광주항쟁 당시 계엄군에 맞선 시민군의 마지막 항전지였다. 또 비무장 시민들에게 계엄군이 집단발포를 한 장소이기도 하다.

 문화전당 측은 광주항쟁을 예술로 승화한 전시콘텐츠로 채운 민주평화교류원 조성을 위해 옛 전남도청 본관·회의실·별관, 상무관, 경찰청 본관·민원실 등을 리모델링했다. 5월 단체는 이 과정에서 계엄군이 쏜 총탄 자국을 페인트로 덧칠해 훼손하고, 도청 상황실과 방송실을 철거했다고 반발하며 전당 측에 원형 복구를 요구했다.

 하지만 문화전당은 예산 문제와 '이전까지 수많은 논의와 협의 과정에서 한 번도 지적받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이를 거부했다.

 문화전당 측은 "총탄 자국과 상황실·방송실 복원문제는 2015년 교류원 공사가 끝난 뒤 문제제기가 이뤄졌다"며 "이전까지 수많은 논의와 협의 과정에서 왜 한 번도 이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는지 이해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문화전당은 교류원을 아시아의 민주·인권·평화의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전시하는 민주인권평화기념관(최근 5·18민주평화기념관으로 명칭 변경)과 아시아문화교류사업을 총괄하는 아시아문화교류지원센터로 구성할 방침이었다.

 시간이 갈수록 갈등의 골은 깊어갔고, 5월 단체는 300일이 넘도록 도청 별관을 점거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광주=뉴시스】류형근 기자 = 2015년 9월 개관을 앞두고 헬기 촬영한 국립 아시아문화전당의 전경. 2017.07.16. (사진=뉴시스DB) hgryu77@newsis.com

【광주=뉴시스】류형근 기자 = 2015년 9월 개관을 앞두고 헬기 촬영한 국립 아시아문화전당의 전경.  2017.07.16. (사진=뉴시스DB) [email protected]

지방자치단체와 5·18 단체, 시민사회·노동계·재야단체·학계·종교계·법조계·문화예술계·학생회·정당 등 38개 단체가 '옛 전남도청 보존을 위한 범시민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옛 전남도청 원형 복원'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상황실과 방송실, 총탄 흔적 복원이 도청 건물 원형 복원을 요구하는 목소리로 확대됐다.

 그렇다면 왜 원형 복원을 해야 할까.  5·18 당시 자식과 남편, 형제자매를 잃은 여성들의 모임인 '오월어머니회' 노영숙 관장은 "도청은 시민군 본거지였고 마지막 날 많은 이들이 희생된 곳이다. 5·18 당시 시민군이 사용하지 않은 일부 공간이 있지만 도청 건물 자체가 5·18의 희생과 정신을 계승하는, 대한민국 민주화운동의 소중한 역사적 장소"라며 "반드시 원형을 복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월어머니회는 현재 옛 전남도청 별관 점거 농성을 사실상 유일하게 이끌어가고 있다.

 김영정 대책위 집행위원장은 "옛 전남도청은 광주시민들에게 5·18의 역사적 의미와 가치를 상징하는 공간"이라며 "5·18의 흔적을 최대한 복원하고 그에 걸맞은 용도로 건물을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범시민대책위 측은 "옛 전남도청을 박물관이 아닌 살아 있는 역사 현장으로 지켜내야 한다"고 꼬집었다.

 김양래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문체부는 민주평화교류원을 예술기관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라며 "옛 전남도청은 5·18기념관으로서, 마지막 항전지로서 기능과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옛 전남도청이 예술기관이나 박물관이 아닌, 80년 5월의 아픔과 의미를 간직한 역사적 장소가 돼야 한다는게 이들의 주장이다. 문화전당이 도청 별관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태지역위원회(MOWCAP) 센터를 설치, 운영하려는 것을 5월 단체가 막아선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광주=뉴시스】류형근 기자 = 지난 5월 5·18민중항쟁 37주년 기념식을 이틀 앞두고 37주년 기념행사위원회와 옛 전남도청 복원을 위한 범시도민대책위가 5·18민주광장에서 전남도청 원형 복원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모습. 2017.07.16. (사진=뉴시스DB) hgryu77@newsis.com

【광주=뉴시스】류형근 기자 = 지난 5월 5·18민중항쟁 37주년 기념식을 이틀 앞두고 37주년 기념행사위원회와 옛 전남도청 복원을 위한 범시도민대책위가 5·18민주광장에서 전남도청 원형 복원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모습. 2017.07.16. (사진=뉴시스DB) [email protected]

문화전당이 지난 5월11일 임시 개방하며 공개한 5·18민주평화기념관 내 콘텐츠도 5월 단체의 우려를 키웠다.

 '광주 5·18민주화운동 열흘간의 이야기'를 담은 '열흘간의 나비떼' 전시를 선보였지만 오히려 5월 단체와 일부 시민들은 80년 5월의 흔적이 사라졌다며 아쉬워하고 분노했다.

 최근 열린 시민공청회에서도 시민들은 "5·18 최후항쟁지가 없어졌다는 생각이 든다", "전당 안에 있는 그 어떤 문구에서도 5·18을 느낄 수 없다"는 비판을 쏟아냈다.

 전문가들은 5·18민주평화기념관이 들어선 옛 전남도청에 대한 경험의 차이가 5월 단체와 문화전당 측의 인식과 시각의 격차로 이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간채 5·18기록관장은 "옛 도청을 5월 단체는 역사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반면 문화전당 측은 문화적으로만 보려는 시각 차이가 있다"며 "5·18 주역들이 갖는 역사의 무게를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그렇기에 5·18이라는 역사를 문화화할 때 대화와 소통, 공감과 공론화 과정이 아쉬웠다"고 말했다.

 김희송 5·18연구소 연구교수는 "5·18 당사자와 그 밖에 있는 사람들은 5·18에 대한 경험과 인식의 차이가 근본적으로 존재할 수 밖에 없다"며 "문화전당이 5월 당사자들의 마음을 얻지 못한 채 5월에 대한 기념과 추념을 한다는 것은 의미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5·18의 역사적 공간을 훼손한 채 들여놓은 콘텐츠는 지속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은 것 같다"며 "누구의 잘못인지를 떠나 원형이 사라진 역사공간이 어떤 의미가 있을 지, 옛 도청과 옛 가톨릭센터, 전일빌딩, 5·18기록관을 어떻게 연계할지에 대한 진중한 고민이 부족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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