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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안 뺐으면 우린 다 죽었어···이런 물난리는 처음이야"

등록 2017.07.17 13:14:20수정 2017.07.17 13: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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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뉴시스】이병찬 기자 = 17일 충북 청주시 서원구 모충동의 한 상가 주택에서 집 주인 박용석(71)씨가 처참한 방 안을 들여다 보며 담배를 피우고 있다. 박씨 집은 전날 청주 지역에 내린 폭우로 무심천으로 연결된 우수관이 역류하면서 침수됐다.2017.07.17.  bclee@newsis.com

【청주=뉴시스】이병찬 기자 = 17일 충북 청주시 서원구 모충동의 한 상가 주택에서 집 주인 박용석(71)씨가 처참한 방 안을 들여다 보며 담배를 피우고 있다. 박씨 집은 전날 청주 지역에 내린 폭우로 무심천으로 연결된 우수관이 역류하면서 침수됐다.2017.07.17. [email protected]

【청주=뉴시스】이병찬 기자 = "전기 안 뺐으면 우린 다 죽었을 거야· 개와 고양이부터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난리도 아니더라고···"

 우수관 역류로 단층 상가주택 침수피해를 당한 충북 청주시 모충동 박용석(71)씨는 전날 물난리를 생각하면 아직도 치가 떨린다.

 17일 오전 그는 수마가 할퀴고 간 40년 보금자리 문 앞에 힘없이 주저앉아 연신 담배를 피워 물고 있었다.

 박씨는 "35년 전인가, 무심천 다리 무너지고 북한 김일성이가 쌀도 보내줬던 그때도 물이 방 안까지 차오르지는 않았는데, 기술이 좋아졌다는 지금 이러면 이거 뭐가 잘못돼도 크게 잘못된 거 아니여?"라며 혀를 찼다.

 할머니 할아버지 집에 놀러 온 손자(9)와 단란한 휴일 오전을 보내던 박씨 부부는 도로와 접한 점포 문턱까지 물이 차오를 때까지도 설마 했다. 집 안에서 기르던 개와 고양이들이 미리 동요했지만 무시했다.

 오전 11시께 점포 미닫이 문턱을 넘은 흙탕물은 순식간에 방 문턱을 넘어 방 안 거실장까지 집어삼켰다. 다급해진 박씨는 일단 가전 제품 코드부터 모두 뺐다. 감전 위험 때문이다.
 
 그는 "만약에 잠자는 시간에 물이 들어왔으면 우리 부부와 손자는 전기에 다 죽었을지도 몰라"라며 가슴을 쓸어내린다. 구조대가 타고 온 고무보트로 기르던 동물과 함께 겨우 탈출했다.

 손자 가슴 높이까지 차오른 물 때문에 옷가지와 가구는 물론 지난해 어버이날 아들이 선물한 안마 의자와 전기요금이 아까워 제대로 켜지도 못했던 에어컨, 세탁기, 보일러 등 살림살이가 모두 못쓰게 됐다.

【청주=뉴시스】이병찬 기자 = 17일 충북 청주시 서원구 모충동의 한 주택에서 집주인 박용석(71)씨가 집 안 정리를 하고 있다. 박씨 집은 전날 청주 지역에 내린 폭우로 무심천으로 연결된 우수관이 역류하면서 침수됐다.2017.07.17. bclee@newsis.com

【청주=뉴시스】이병찬 기자 = 17일 충북 청주시 서원구 모충동의 한 주택에서 집주인 박용석(71)씨가 집 안 정리를 하고 있다. 박씨 집은 전날 청주 지역에 내린 폭우로 무심천으로 연결된 우수관이 역류하면서 침수됐다[email protected]

그래도 박씨는 "우리 집은 그나마 다행이여···저쪽 도매상 하는 집은 창고와 집이 모두 잠겨 말도 아니여"라며 안타까워했다.

 "보상은 기대도 안 혀···집이 죄다 무너져야 나라에서 1000만원인가 줬다는데 보상은 무슨···"이라는 체념섞인 말을 하고 돌아선 그는 침수를 겨우 면한 가족사진을 다시 벽에 걸며 또다시 담배를 꺼내 물었다.

 청주지역에는 지난 15~16일 302.2㎜에 달하는 많은 비가 내렸다. 충북도는 청주시와 괴산군에 202가구 441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모충동 등 청주 시내에는 1시간당 최대 86.2㎜ 폭우가 쏟아졌다. 무심천 변 저지대에 있는 박씨가 사는 동네는 무심천으로 연결된 우수관이 역류하면서 삽시간에 침수됐다. 불어난 무심천 물 때문에 우수관을 통한 배수가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청주 무심천 변 주택가가 장맛비에 침수된 것은 1980년 여름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무심천은 1936년과 1940년 홍수로 두 차례 범람한 적이 있다. 이번에도 범람 우려가 커지면서 주민 대피 준비 상황까지 갔으나 가까스로 위기를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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