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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빠르고,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해진 미래···'나인'

등록 2017.07.19 11: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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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빠르고,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해진 미래···'나인'

【서울=뉴시스】신효령 기자 = "좋은 나침반을 가진 혁신가는 길에서 장애물을 만나면 처음으로 되돌아가 다시 지도를 그리는 것이 아니라 우회로를 찾을 수 있다. 이렇게 하면 빠르게 방향을 바꿀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여러 상황에 대비해 어차피 다 예견하지도 못할 복수의 계획을 세우는 데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이 절약된다."(103쪽)

MIT 미디어랩 소장 조이 이토와 미디어랩 연구원 제프 하우가 쓴 '나인'이 국내 번역·출간됐다.

'나인'은 새로운 기술의 중요성을 알아보지 못했던 사례들에서 시작한다. 1977년 당시 세계에서 가장 큰 컴퓨터 회사였던 디지털 이큅먼트의 회장 켄 올슨은 "개인들이 가정에 컴퓨터를 구비할 이유는 전혀 없다"라고 단언했다.

그로부터 100년 전, 에디슨은 자신이 발명한 축음기를 음악 감상에 쓰는 사람은 없으리라고 주장했다. 1895년 파리에서 최초로 영화를 상영한 뤼미에르 형제는 "영화는 미래가 없는 발명품"이라 선언했다.

이러한 일화를 소개하는 것은 앞선 사람들의 실수를 비웃기 위해서가 아니다. 바로 똑같은 잘못을 지금 우리가 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기 위해서다.

기하급수적인 속도로 발전하는 기술을 인간은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과학철학자 쿤에 따르면 '패러다임', 철학자 푸코에 따르면 '에피스테메'의 대전환기인데, 우리 대부분의 생각은 산업 시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인쇄 매체들은 음악 업계를 빠르게 쇠퇴시킨 학살 사태를 면밀히 보도해 놓고서도 놀랄 만큼 비슷한 실수를 스스로도 저질렀다. 그들은 젖과 꿀이 흐르던 오랜 세월 동안 혁신적인 신제품에 의미 있는 투자를 하지 못했다. 그러니 이익이 줄어들자 많은 훌륭한 회사들이 시들어 버린 것이다. 음악 업계도, 뉴스 업계도 갱도 속의 카나리아로 봐도 좋을 만큼 작은 산업들이었다. 무시무시한 변화가 법률, 의약, 에너지 산업까지 파괴적 혁신을 일으키겠다고 위협한다면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질까? 이미 그런 징조는 보이고 있는데?"(244~245쪽)

"사람들은 인간보다 더 똑똑한 기계가 언젠가 세계를 정복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기계는 멍청합니다. 그리고 이미 세계를 정복했어요." 조이 이토가 최근 인공지능에 관한 포럼에서 한 말이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미래를 예언하고자 애쓰며 장밋빛 전망을 내놓거나 비관적인 진단을 내렸다.

반면 저자들이 현상태를 냉철하게 진단하면서 우리 시대를 정의하는 세 키워드로 제출하는 것은 '비대칭성, 복잡성, 불확실성'이다. "소규모 해커 집단이 정부에 대적할 수 있게 되고(비대칭성), 수많은 개별 부분이 아찔한 연쇄 반응을 낳으며(복잡성), 다음에 뭐가 올지 전혀 예측할 수 없는(불확실성) 시대에 미래를 예측하는 일은 무의미하다. 우리는 현재에 적응해야 한다." 이지연 옮김, 328쪽, 민음사, 1만5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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