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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은행 '사상 최대' 순익 비결은?···쏠쏠한 가계대출 '예대마진'

등록 2017.07.23 05: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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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은행 '사상 최대' 순익 비결은?···쏠쏠한 가계대출 '예대마진'

4대은행 상반기 순익 33% 증가한 4조3444억원···사상 최대
대손충당금 많이 줄어든 측면도 순익 향상에 큰 기여 
가계부채 조이자 예대마진 확대 방식으로 이자장사 늘려

【서울=뉴시스】 김지은 기자 = 주요 시중은행이 올해 상반기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철저한 뒷문 잠그기로 대손충당금이 많이 줄어든 측면이 있지만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대책으로 대출 자산을 큰 폭으로 늘리지 못하자, 대출금리와 예금금리의 차이(예대마진)를 벌리는 식으로 수익을 확대했다.  

23일 주요 시중은행 실적 공시를 보면, 신한·국민·우리·하나 등 4대 은행의 상반기 순익은 4조3444억원으로 작년 상반기 3조2496억원에 견줘 1조948억원(33.7%) 불었다.

국민·신한·우리은행 3곳은 상반기 순익 1조원대 클럽에 안착했고 하나은행도 9988억원으로 1조원에 육박했다.

증가폭을 보면 국민과 우리은행의 성장이 두드러졌다. 국민은행은 1년 전보다 무려 5000억원 가까이 순익이 불었고 우리은행도 3000억원 이상 증가했다.

 대형은행들이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양호한 실적을 거둔 것은 리스크 관리에 따른 대손비용 감소와 수수료 등 비이자이익 증가도 일조했지만 주요 수익원인 이자수익의 성장세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은행의 영업이익 중 이자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다소 감소하고 있지만 여전히 70~80%로 절대적이다.

실제 이들 은행의 이자이익은 일제히 상승했다. 적게는 500억원에서 많게는 3000억원가량 늘었다.

당국의 압박으로 가계대출 증가세가 한풀 꺾인 상황에서 은행권의 이자이익이 증가한 것은 예대마진 등 순이자마진(NIM)이 큰 폭으로 상승한 결과다. 순이자마진은 은행이 대출 등 자산을 운용해서 벌어들인 수익에서 조달비용을 차감해 운용자산 총액으로 나눈 수치로 금융기관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핵심 지표로 활용된다.

지난해까지 대출자산을 불린 은행들은 올 들어 당국이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자 이번에는 이자장사를 확대하며 수익을 끌어 올리고 있다.

마진폭은 국민은행이 가장 컸다. 덜 주고 더 받았다는 얘기다. 국민은행의 NIM은 1.72%로 지난해 말 대비 0.11%포인트 뛰었다. 지난해까지는 큰 변동이 없다 올 들어 1분기에만 0.05%포인트 오르더니 2분기에도 0.06%포인트 상승했다.

실제 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를 봐도 국민은행의 예대마진은 지난해 1.78%에서 올 들어 1분기에만 0.1%포인트가 뛴 1.88%를 기록했다. 2분기에도 순이자마진이 1분기와 유사하게 상승한 만큼 예대마진도 0.1%포인트 안팎으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나머지 은행도 정도는 다르지만 올 들어 예대마진을 벌리며 잇속을 챙기고 있다. 신한은행도 지난해 대비 0.12%포인트 상승한 1.81%를 기록했고, 우리은행도 1.75%로 0.09%포인트 상승했다.

은행들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지난해 말부터 꿈틀 거린 시장 금리 상승과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를 명분으로 대출금리는 빠르게 올리고 있다.

금융소비자원에 따르면 미국의 기준금리가 작년 12월14일과 올해 3월15일 두 차례 인상하는 동안 국내 대출금리는 0.46%포인트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예금금리는 거의 그대로였다.

미국 기준금리를 인상을 이유로 가계대출금리는 0.46% 올리면서도 1년제 정기예금 금리의 경우 같은 기간 은행 평균 예금금리는 0.005%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쳤다.

금융권에서는 경기가 좋지 않고 불확실성이 클 때 은행의 수익이 나아진다는 공식이 이번에도 성립됐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경기 불황속에서 은행권이 차주의 부담은 외면한 채 손쉽게 돈을 벌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역설적으로 경기가 좋지 않고 불확실성이 클 때 은행들이 시장 변동성을 틈타 예대마진을 벌려 폭리를 취하는 경향이 있다"며 "금융산업이 양적·질적 측면에서 성장했지만 국민경제 차원에서 성장에 상응할 정도의 기여를 했는지를 곱씹어야 한다"고 말했다.

금소원 관계자는 "미국의 기준금리가 0.5%포인트 오르는 동안 국내 대출금리는 0.46%포인트 상승한 반면, 예금금리는 거의 종전대로 적용하고 있다"면서 "국내 은행들의 금리 적용이 얼마나 불합리하게 운용되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와 공정위 등을 통해 국내 금융사들에 대한 강도 높은 조사를 통해 불공정한 금리 체계를 개선해 국민들의 이자 부담을 줄여주는 실질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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