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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이슈] 1인 가구 유독많은 부산 '쓸쓸한 주검' 잇따라 비상

등록 2017.07.25 08: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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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뉴시스】허상천 기자 =부산은 최근 언제 사망했는지 조차 알 수 없는 이른바 ‘고독사’가 6~7월 두달간 15건이 발생해 '비상'이 걸렸다. 부산시는 고독사 예방을 위해 지난 20일 정부의 공모 사업에 AI(인공지능)를 기반으로 음성 채팅 기술을 응용해 대화를 주고 받을 수 있는 ‘말벗로봇’ 보급을 신청했다고 25일 밝혔다.2017.07.25. (사진 = 수상에스티㈜ 제공)  photo@newsis.com

【부산=뉴시스】허상천 기자 =부산은 최근 언제 사망했는지 조차 알 수 없는 이른바 ‘고독사’가 6~7월  두달간 15건이 발생해 '비상'이 걸렸다. 부산시는 고독사 예방을 위해 지난 20일 정부의 공모 사업에 AI(인공지능)를 기반으로 음성 채팅 기술을 응용해 대화를 주고 받을 수 있는 ‘말벗로봇’ 보급을 신청했다고 25일 밝혔다.2017.07.25. (사진 = 수상에스티㈜ 제공) [email protected]

【부산=뉴시스】허상천 기자 = 부산에서 '쓸쓸한 주검'이 잇따라 발견돼 충격을 주고 있다.

 부산은 최근 언제 사망했는지 조차 알 수 없는 이른바 ‘고독사’가 6~7월  두달간 15번이나 발생해 '비상'이 걸렸다.

 지난 24일 오전에는 부산시 해운대구 한 아파트에서 50대 아들과 80대 노모가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아파트 경비원이 집에서 악취가 난다는 112 신고를 받은 119대원들이 현관문을 열고 내부를 확인한 결과 집주인 A(57)씨와 그의 어머니(82)가 주검이 심하게 부패한 상태로 발견됐다고 25일 밝혔다.

 또 20일에는 서구의 단칸방에 세들어 살던 B(51)씨가 숨져 있는 것을 119 구조대원과 사회복지사가 발견했다. 이 역시 집주인이 “방에서 고약한 냄새가 난다”며 구청에 신고해 뒤늦게 발견됐다. 경찰은 숨진 B씨가 적어도 일주일 전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 2월에는 부산 사하구의 한 아파트에서 C(57)씨가 백골 상태로 발견되기도 했다.

 고독사가 잇따라 발생하자 부산시는 이달 초 서병수 시장이 ‘다·복·동(다함께 행복한 동네 만들기) 사업’의 일환으로 구·군 노인복지 담당자와 복지사 등이 혼자 살고 있는 가구를 방문해 생활 실태를 확인토록하는 등 고독사 예방 대책을 마련토록 했으나 오래된 주검이 연거푸 발견되고 있다.

 이 때문에 ‘고독사 예방 시스템’이 실효를 거두지 못한다는 지적이 강하게 일면서 현재의 부실한 예방시스템을 보다 철저한 사회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 부산지역에서  '고독사' 연거푸 발생하는 까닭은.

 현재 부산 지역 1인 가구는 4가구 중 1가구꼴이다.  혼자 살고있는 가구가 다른 도시에 비해 많은 편이다.

 부산발전연구원 김형균 선임연구위원은 ‘1인 가구 종합정책’을 통해 부산 지역 1인 가구 비중이 2015년 27.1%였으나 10년 후 2035년에는 35.7%로 비중이 커져 3가구 중 1가구 꼴로 될 것으로 전망했다.
 
 혼자서 밥 먹는 이른바 ‘혼밥족’을 비롯해 홀로 술 마시는 혼술족, 미혼·비혼 청년 1인 가구, 독거노인, 이혼·사별·별거 등으로 인한 중년의 1인 가구 등 다양한 형태의 1인 가구가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월말 현재 부산시 주민등록상 1인가구는 50만328명으로 전체 인구수 353만7513명중 14.14%에 해당한다.

이 중 기초수급자 1인 가구는 6만4989명(시설수급자 제외)으로 전체 수급자 14만7380명중 44%를 차지하고 있다.
 
  아울러 독거노인수는 기초수급자 3만1979명을 포함해 총 13만4217명으로, 이 중 71세이상이 9만145명으로 67.2%를 차지하고 있다. 연고자 없이 혼자자는 노인 수도 전체 독거노인의 5.75%인 7723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생활관리사 등 600여명이 1만4000여명의 사각지대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주 1회 방문, 주 2회 안부 전화 및 후원·복지 서비스 연계·생활 교육 등 사회적 안전망 역할을 하고 있으나 인력 부족으로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고독사 실태와 원인에 대한 분석 없이 '안부 확인'에만 치중하는 지금의 고독사 예방 정책을 바꿔 실효성있는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특히 ‘고독사’가 노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최근 실직과 가정붕괴 등으로 혼자 생활하는 40~50대가 늘어나면서 전 연령대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고용과 소득 불안정 등 경제적 문제도 가족해체를 심화시키는 요인이다. 양육 부담 등으로 저출산 현상이 이어지고, 극심한 취업 경쟁으로 결혼 연령이 높아지는 만혼현상도 1인 가족의 요인이 되고 있다.

【부산=뉴시스】허상천 기자 = 부산발전연구원·복지개발원·여성가족개발원 등 3개 기관은 서로 협력해 1인 가구 종합정책연구를 추진키로 했다고 27일 밝혔다. 2017.03.27. (그래픽 = 부산발전연구원 제공)  photo@newsis.com

【부산=뉴시스】허상천 기자 = 부산발전연구원·복지개발원·여성가족개발원 등 3개 기관은 서로 협력해 1인 가구 종합정책연구를 추진한다고 25일 밝혔다. 2017.05.25. (그래픽 = 부산발전연구원 제공) [email protected]

  아울러 고독사 위험군에 대한 실태 파악을 위해 정의와 범위부터 정립해야 한다. 고독사의 패턴, 요인, 지병 등을 분석해 관계기관과 연계 시스템을 구축한 뒤 제대로된 대책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부산시는 2003년 노인인구가 7%를 넘어선 이후 지난해 2월 말 기준 노인인구가 49만8546명으로 전체 인구(356만1526명)의 14%에 도달해 6대 특·광역시 중 가장 먼저 고령사회로 진입한데 이어 2021년께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돼 노인 복지 수요는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시는 1인가구 수급자 관리를 강화하고 독거노인 돌봄사업 활용, 다복동사업과 연계해 1인가구에 대한 보호 및 관리 방안을 서두르고 있으나 진행 속도는 느린편이다.

 ◇부산시 ‘독거노인보호’, 꼼꼼한 사회 안전망 구축

 부산시는 최근 1인가구 고독사가 잇따라 발생함에 따라 지난달 26일 1인가구 고독사 예방 대책을 발표했다.

  우선 ▲읍·면·동과 구·군, 시의 고독사 관련 보고체계를 구축해 읍·면·동 수급자 담당 공무원의 가정방문 및 상담을 강화하고 ▲복지 통(이)장과 동지역사회보장협의체 등 주민 네트워크를 활성화해 통장을 중심으로 관내 수급자 관리를 꼼꼼하게 살피도록 했다.

  또 ▲노인돌봄기본서비스 사업을 활용해 생활관리사 565명이 독거노인 1만4991명을 대상으로 주 2회 유선연락 등 안부확인을 하도록 하고 생활관리사들의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고독사를 예방해 나갈 방침이다.

  이 밖에도 ▲다복동, 지역주민, 민간복지기관, 관내업체, 공공기관 등 지역사회 인적안전망을 활용해 복지소외계층을 발굴하고 동별 특화사업으로 복지 지원 대상자 발굴을 확대키로 했다.

  동장, 맞춤형복지팀장, 담당공무원, 복지통장 등으로 구성된 ‘맞춤형복지팀’의 방문 상담을 정례화하고 단순서비스 연계부터 통합 서비스까지 지속적인 관리로 복지소외계층의 위기상황을 해결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아울러 부산시는 지난 20일 ‘고독사’ 방지와 혼자서 생활하는 노인들을 위해 정부의 공모 사업에 ‘말벗로봇’ 보급을 신청했다.

 시는 부산테크노파크와 수상에스티㈜와 컨소시엄을 구성, 노인과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실시간 모니터링으로 사고를 알려 고독사를 예방하는 ‘어르신 말벗 도우미 로봇 보급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말벗로봇은 AI(인공지능)를 기반으로 음성 채팅 기술을 응용해 대화를 주고 받을 수 있는 챗봇(Chat+Robot)이다.

 현재 수상에스티의 ‘말벗 로봇’은 사람이 로봇인형을 쓰다듬으면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를 비롯해 기분을 묻거나 “사랑해”라고 말하면 ‘기뻐요’ ‘사랑해’ 등으로 응답하고 “미워”하면 울음소리를 내는 등 10여가지 기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는 정부 공모사업에 선정되면 올해 사용자 선정과 교육 등을 하고 시험가동한 뒤 홀로 사는 노인 가정 등에 보급해 나갈 방침이다.
 
 이 밖에도 부산 해운대구는 반송동에 2층짜리 단독주택을 리모델링해 홀몸 어르신들이 서로 의지하면서 생활하는 ‘어르신 그룹홈’을 운영하고 수영구의 동 주민센터 공무원과 복지도우미들이 매일 아침 홀몸노인과 장애인·만성질환자 등 10가구씩 번갈아 전화를 해 안부를 확인하고 불편한 사항을 상담한다.

 또 부산은행·그린닥터스·온종합병원 등 민간 기관·단체도 ‘독거노인 사랑잇기 사업’ 업무협약을 체결 후 중·고교 학생 300여명이 결연을 맺은 어르신들께 안부전화를 하고 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의 상담원들도 매일 70~100여명의 어르신들에게 전화를 걸어 안전을 확인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이웃과 단절된 사회 구조와 무관심이 고독사의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웃과의 소통과 나눔이 절실한 상황이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복지제도 개선이나 시설을 갖추는 것은 오래 걸리지만 이웃과의 소통은 마음만 먹으면 바로 시행할 수 있다”며 “최근 잇따른 고독사 예방과 사회안전망 구축을 위해 서로가 이웃을 보듬어 안는 따뜻한 복지사회를 만드는데 협력해 줄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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