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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안 지메르만 "조성진은 매우 진지 오랫동안 기억될 것"

등록 2017.07.26 09:3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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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크리스티안 지메르만, 폴란드 출신 거장 피아니스트 . 2017.07.26. (사진 = 도이치 그라모폰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크리스티안 지메르만, 폴란드 출신 거장 피아니스트 . 2017.07.26. (사진 = 도이치 그라모폰 제공) [email protected]

1975년 쇼팽콩쿠르 우승···폴란드 거장 피아니스트
25년만에 도이치 그라모폰과 솔로 앨범 9월 발매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녹음된 음악을 온전한 음악이라고 말하기 어렵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리스트, 슈베르트와 쇼팽의 시대였던 19 세기에는 음악가들이 연주할 때면 늘 청중이 존재했습니다."

25년 만에 도이치 그라모폰과 손을 잡고 솔로 레코딩을 발매하는 폴란드 출신의 거장 피아니스트 크리스티안 지메르만(61)은 26일 유니버설뮤직을 통한 뉴시스와 e-메일 인터뷰에서 앨범 발매가 늦어진 이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1990년대 초에 첫 솔로 앨범을 발매했던 지메르만은 오는 9월8일 유니버설뮤직 산하의 세계적인 클래식 레이블 도이치 그라모폰을 통해 솔로 앨범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D959 & D960'을 내놓는다.

자신의 음반에 대해서 엄격한 편이라는 지메르만은 시중에 나와 있는 많은 음반들 가운데 굳이 자신의 음반까지 추가해야 할 의미를 찾지 못했었다고 했다.

"지금까지는 제가 만족할 만한 것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제야 비로소 '그래, 이 정도면 되겠어'라는 결론을 내렸죠"라는 것이다.

그의 완벽주의가 묻어나는 앨범이다. 청중들이 귀로 음악을 감상할 뿐만 아니라 눈으로도 음악을 연주하는 장면을 봤다는 것을 감안했다.

"음향 녹음기기를 개발한 후, 우리는 음악을 소리라는 차원에서 녹음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음악이 단지 소리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공유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앨범에는 슈베르트가 36세 젊은 나이로 세상을 뜨기 직전에 작곡한 '피아노 소나타 No. 20 A장조 D959', 그리고 '피아노 소나타 No. 21 B 플랫 장조 D960'을 담았다.

지메르만이 1991년 슈베르트의 8개의 즉흥곡을 담은 앨범 이후 26년만의 슈베르트의 음악을 담은 앨범이기도 하다.

도이치 그라모폰 사장인 클레멘스 트라우트만은 "슈베르트가 마지막으로 남긴 두 곡의 소나타에 대한 크리스티안 지메르만의 이해는 수년에 거쳐 완성됐다"며 "이번 앨범에 담긴 모든 음 하나하나에 깊숙이 반영돼 지메르만의 절묘한 섬세함과 강렬한 음조, 시적인 표현은 물론 곡의 대담한 구조와 놀라운 명료함을 드러낸다"고 들었다.

지메르만은 "나는 늘 슈베르트와 베토벤의 유작이 된 소나타 작품들에 경의를 품어왔지만, 그와 동시에 걷잡을 수 없는 두려움도 느꼈다"며 "인생에서 또 한 번 새 시기를 맞이하면서 이들 유작 소나타를 마침내 연주해볼 용기를 가져야 할 때가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폴란드 출신으로 안드레이 야진스키르 사사한 지메르만의 특징은 독일, 러시아 음악뿐만 아니라 프랑스에서 공부한 스승 밑에서 공부를 하면서 프랑스 음악에서도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다.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레너드 번스타인, 주빈 메타, 세이지 오자와, 클라우디오 아바도 등 다양한 국적의 지휘자와 협업도 했다.

"어린 시절, 다문화권 지역에서 자란 것을 아주 행운으로 여기고 있어요.  적어도 네 개 이상의 문화권에서 자란 셈이지요. 제게 더 이색적으로 다가왔던 것은 제 개인적 감정에서 우러나온 음악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20세기 쇼팽'으로 통하기도 하는 지메르만은 1975년 쇼팽 국제 콩쿠르 우승 이후 국제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콩쿠르에 출전하는 수많은 후배 연주자들에게 당부해줄 말을 부탁하자 "조언을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크리스티안 지메르만, 폴란드 출신 거장 피아니스트. 2017.07.26. (사진 = 도이치 그라모폰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크리스티안 지메르만, 폴란드 출신 거장 피아니스트. 2017.07.26. (사진 = 도이치 그라모폰 제공) [email protected]

다만 자신의 경험을 통해서 도움이 될 부분이 있다면 "공연을 할 때와 마찬가지의 자세로 콩쿠르에 임한다"고 했다.

"사람들에게 기쁨과 즐거움을 안겨주겠다는 목표를 갖고, 그 누구와도 경쟁하겠다는 마음을 갖지 않고 콩쿠르에 나갑니다."

그러면서 콩쿠르에서 우승한지 2년 후 당시 심사위원들 중 한 분을 만나 '왜 저를 뽑으셨습니까?'라고 물었던 일화를 들려줬다.

"그 분은 '다른 피아니스트들은 아주 절박하게 연주하고 경쟁하느라 안간힘을 쓰는데, 당신은 콩쿠르에 나와서 연주를 즐기더군요. 너무나 다른 태도였고 그래서 당신을 뽑았다'라고 말씀하셨다"는 것이다.

"그게 바로 제가 보여주고자 하는 방향이었기에 그 말을 듣고 너무나 기뻤습니다. 저는 경쟁자에 관한 아무런 정보도 없었고 그들의 연주를 의식하며 연주하지도 않았습니다. 이런 야망을 갖고 계시다면 우승하거나 좋은 인상을 남기는 데에는 무리가 있을 겁니다."

2015년 쇼팽 국제 콩쿠르 우승자인 조성진에 대해서는 아주 좋은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지메르만은 당시 심사위원이기도 했다. 지메르만의 음반을 듣고 자랐다는 조성진은 평소 그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냈다. 지메르만은 조성진이 콩쿠르에서 우승한 이후 축하 e-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지메르만은 조성진이 우승할 당시를 떠올리며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 역사상 처음으로 그의 우승에 관해서는 아무런 논란이 없었다"고 했다.
 
"때때로 국제 콩쿠르에서는 우승자 외에 다른 참가자가 우승했어야 한다는 뒷말이 나오는데 이번 콩쿠르에서는 조성진이 단연 최고였고 만장일치로 우승했습니다."
 
조성진에 대해서는 "음악에 대해 매우 진지하게 임하는 피아니스트이며 음악가로서의 커리어를 구축해가는 태도 또한 아주 책임감이 있어서 높이 사고 있다"고 했다. "앞으로도 조성진이라는 이름은 오랫동안 널리 기억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메르만의 연주는 무결점으로 통한다. 그에 대해 완벽주의라고 말하는 이유다. 지메르만은하지만 "현재 수준에서 만족하지 않고 더 발전하고자 하는 모습을 두고 완벽주의라 일컫는 것은 터무니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저는 그런 행동이 완벽주의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예술에 완벽한 상태가 존재 한다고 생각지도 않습니다. 물론, 저는 연주할 때 늘 최선을 다합니다. 그러나 개선할 점을 발견하게 되면 그 가능성을 탐구하고 발전하고자 더욱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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