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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열풍'에···고액연봉 은행가들, 줄줄이 벤처行

등록 2017.07.26 17: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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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열풍'에···고액연봉 은행가들, 줄줄이 벤처行

【서울=뉴시스】 박영환 기자 = 올 들어 비트코인, 이더리움을 비롯한 가상화폐 노다지를 찾아 잘나가던 은행을 박차고 나가 홀로서기를 시도하거나 벤처업체로 이동하는 인력이 중국, 미국, 영국, 홍콩 등지에서 증가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26일(현지시간) 미국의 블룸버그통신은 홍콩부터 런던, 베이징에 이르기까지 각국의 은행가들이 고소득의  일자리를 그만두고 화폐공개(Initial Coin Offerings·ICO) 시장에 뛰어드는 사례를 조명했다. ICO는 블록체인 스타트업들 사이에서 올들어 큰 폭으로 늘고 있는 새로운 자금 조달 방식을 뜻한다.

통신에 따르면 중국의 유명 투자자문회사인 차이나 르네상스(China Renaissance)를 다니던 리처드 류는 최근 직장을 그만두고 화폐공개(Initial Coin Offerings·ICO) 컨설팅을 하고 있다. 블록체인 스타트업들이 가상화폐를 팔아 투자 재원을 조달하는 과정을 돕고 있다는 뜻이다.

류는 전 직장인 차이나 르네상스에서 100만 달러 이상의 급여를 받던 잘나가는 경영자였다. 이 은행에서 중국 최대의 기술 기업 인수·합병 거래를 알선하는 등 전성기를 구가하며 주목을 받았다. 그런 그가 이 은행을 그만둔 것은 ICO영역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라고 통신은 전했다. 그는 “당신이 가급적 빨리 로켓에 합류한다면, 매일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될 것”이라고 이 분야의 잠재력을 평가했다.

블록체인 스타트업 사이에서 올 들어 빠른 속도로 확산되는 ICO는 기업공개(IPO)를 대체하는 새로운 재원조달방식이다. 금융리서치업체인 오토노머스에 따르면 이 부문 스타트업들은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56차례에 걸쳐 ICO로 모두 12억7000만 달러를 조달했다. 이는 지난해의 2억2200만 달러에 비해 무려 6배 가까이 증가한 규모다. 스타트업 경영자들은 창업 후 투자를 받는 대가로 지분을 제공하고, 이어 기업공개를 통해 상장하는 수순을 거쳤으나 가상화폐 바람이 불면서 이러한 공식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블록체인 스타트업 사이에서 ICO가 증가하는 배경은 이 기술의 범용성 때문이다. 블록체인 기술은 상품이나 서비스 거래 당사자들이 은행이나 인증기관 등 제3의 중앙 관리자를 거치지 않고 피투피(P2P) 방식으로 직접 거래하면서도 관련 기록을 모든 당사자의 컴퓨터에 남겨 위조나 변조를 막을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거래 당사자들이 이 기술을 활용해 수수료를 취하는 중간거래자(middlemen)를 배제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금융권은 물론 엔터테인먼트 업계, 미디어 등 다양한 부문에서 블록체인을 주목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출신의 저스틴 쇼트의 사례도 조명했다. 쇼트는 BoA에서 전자거래 알고리즘을 새로 만든 주역이지만 직장을 그만두고 스타트업 ‘노우스(Nous)'를 차렸다. 그는 현재 ICO를 준비하고 있다. 가상화폐 자산을 다양하게 구성해 운영하는 시스템 구축에 드는 재원을 조달하기 위해서다. 그는 ICO의 등장을 지구에서 생명체가 태동하던 시기에 비유하고 있다.

홍콩상하이은행(HSBC)에서 와환 거래 시스템을 구축한 휴 매든도 통신이 주목한 또 다른 인물이다. 그는 홍콩에 있는 에이앤엑스 인터내셔널(ANX International)의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이 스타트업이 ICO를 통해 1870만 달러(약 209억원 6270만원)를 끌어모으는 데 한몫을 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월가 출신의 론 체르넨스키도 미국의 주식 거래 시스템을 블록체인 기반으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는 “우리는 지난 3년간 해온 모델(자금조달)을 사실상 포기했고, 지금은 가상화폐를 바라보고 있다”면서 “(ICO를 통한 자금조달은) 투자에 이르는 새로운(millennial) 수단”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가상화폐를 통한 자금 조달 규모는 지난 2014년 만해도 2600만 달러(약292억 2400만원)에 불과했다. 또 2015년에는 1400만 달러(약157억 3600만원)로 전년에 비해 거의 반 토막이 났다. 하지만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세를 탄 2016년 들어 2억2200만 달러(약 2495억 2800만원)로 급증한 데 이어 올 들어 가파른 상승 곡선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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