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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디스플레이, OLED에 20조 베팅…'대형' 주도권 강화 '중소형' 영향력 넓힌다

등록 2017.07.26 17:2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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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디스플레이, OLED에 20조 베팅…'대형' 주도권 강화 '중소형' 영향력 넓힌다

차세대형 10.5세대 OLED 선행 투자 나서, 광저우에는 8.5세대 구축
새로운 도약 위한 승부수…"양산 자신감·고객 긍정적 반응이 결정 요인"

【서울=뉴시스】최현 기자 = LG디스플레이가 새로운 도약을 위해 OLED에 승부수를 걸었다. 향후 디스플레이 시장이 LCD에서 OLED로 전환될 것이라는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하다.

 LG디스플레이는 26일 2020년까지 국내에 15조원과 중국 광저우에 5조원 등 총 20조원을 투입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015년 예상했던 10조원 투자에 비해 2배나 늘어난 규모다.

 투자 계획을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국내에선 대형 OLED에 10.5세대 OLED 선행 투자 및 P10 건물 및 E4-2 투자건을 포함해 약 5조원의 투자를 진행하게 된다.

 중국 광저우에 들어서는 공장은 8.5세대 OLED다. 이미 국내에서 8.5세대 OLED 설비를 운영 중인 가운데 늘어나는 글로벌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포석이다. 10.5세대 OLED 투자는 말 그대로 시장 선점을 이어가기 위해서다.

 세계 OLED 시장은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가 각각 대형과 중·소형을 중심으로 주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LG는 TV용 대형 OLED 패널 시장을 독점하고 있고, 삼성의 중·소형 OLED 시장점유율은 97.7%에 달한다.

 시장조사기관 IHD마킷에 따르면 OLED는 프리미엄 시장에서 급성장하며 판도를 흔들고 있다. 글로벌 OLED 시장은 2014년 7만7000대에서 올해는 138만대, 2023년에는 1040만대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지난 1분기 OLED TV 출하량은 21만8000대를 기록했다. 중국의 콩카와 스카이워스, 네덜란드의 필립스, 일본의 파나소닉 등이 시장에 진출한 가운데 최근 소니까지 합류를 발표하면서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특히 2500달러(약 280만원) 이상 고가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OLED TV 비중은 2015년 15.5%에서 지난해 35%로 늘어났다. 프리미엄 시장에서 호평을 받으며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 있다는 말이다.

 김상돈 LG디스플레이 CFO(최고재무책임자)는 이번 투자와 관련 "미래 성장에 대해 여러가지 가능성을 놓고 오랜 기간 고민해왔다"면서 "OLED는 기회 포착을 위한 투자 시기도 중요하지만 LCD 대비 설비투자가 높다는 점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방면에서의 검토를 거쳐 양산에 대한 자신감, 고객의 긍정적인 반응 등을 보고 경제적인 스케일을 늘려야겠다는 결정을 하게 됐다"며 "OLED 양산 효율성이 충분히 향상되면서 캐파 확대 운용에 대한 자신감도 커졌다"고 덧붙였다.

LG디스플레이, OLED에 20조 베팅…'대형' 주도권 강화 '중소형' 영향력 넓힌다


 빛을 내기 위해 백라이트를 사용하는 LCD와는 달리 OLED는 백라이트 없이도 소자 하나하나가 빛을 내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특히 자유자재로 디자인 구현이 가능한 플렉시블 디자인을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LCD에서 넘어가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인 셈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타이밍이다. 수조원의 막대한 비용을 선투자해야 하는 디스플레이 사업의 특성상 적절한 시기를 맞추지 못하면 시장에 대응하기 어려워 엄청난 타격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OLED에 막대한 비용을 투자했다가 LCD에서 OLED로 넘어가는 시간이 길어지면 이는 적자로 이어진다. 반대로 LCD에 집중했다가 OLED로 빠른 전환이 되면 경쟁서 뒤쳐질 수 있다는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LG디스플레이가 이번에 내린 결정은 과감한 선행투자로 볼 수 있다. 먼저 다가오는 8.5세대로 물량을 늘리고, 합판기술 안정화, 양산 등 시간이 좀 더 필요한 10.5세대로 대형 OLED 시장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의미다.

 10.5세대의 경우, 8.5세대에 비해 기판(마더글래스)이 2배가량 크다. 4K 해상도의 60인치 이상 초대형 패널 생산에 최적화되어 있는데다 효율성과 생산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공격적인 투자지만 리스크도 대폭 줄였다. 중국 광저우 정부로부터 약 30~40%의 자본금을 유치해 투자에 대한 리스크 및 투자금 지출을 줄일 예정이다. 또 시장의 움직임에 따라 기존 LCD 라인을 OLED로 전환한다는 계획도 있다.

 LG디스플레이는 P10 공장에서 10.5세대 양산을 하기까지 15~18개월의 장비발주 및 셋업기간을 거쳐 6~12개월의 테스트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계획에 차질이 생긴다면 10.5세대 LCD를 우선 도입할 수도 있다. 이에 LCD에서 OLED로 전환 투자가 가능하도록 장비를 설계했다.

 LG디스플레이가 노리는 것은 대형 OLED 시장뿐만이 아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장악하고 있는 중소형 OLED 패널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LG디스플레이가 이번에 신규 발표한 생산캐파와 현재 투자 진행 중인 E5·E6 라인을 더하면 총 10조원 가량을 투자하게 된다. 이번 신규 투자로 중소형 6세대 POLED 생산능력은 월 3만장이 늘어나 총 6만5000장에 달하게 될 전망이다. 이는 6인치 크기 스마트폰 패널을 연간 1억2000만장 만들 수 있는 규모다.


 ◇구글과의 협력도 강화

 이같은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구글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 구글은 차세대 스마트폰에 탑재할 예정인 OLED 패널의 원할한 수급을 위해 LG디스플레이에 1조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하는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또 국내 최초로 VR용 마이크로디스플레이 구동칩을 자체 개발 중인 LG디스플레이에 구글이 6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투자한다는 소식도 있다. 양사는 구체적인 투자 계획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디스플레이는 구글과의 투자협상이 완료되면 경북 구미공장의 플라스틱 OLED 패널 생산라인(E5)에서 VR용 마이크로디스플레이 양산에 들어갈 전망이다.

 이날 진행된 컨퍼런스콜에서도 회사 측은 "고객과의 협력관계 등을 고려했다. 고객과의 약속을 전제로 POLED 3만장 추가를 결정하게 됐다"라고 언급하는 등 이미 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한편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은 "OLED가 미래라는 확신으로 TV와 POLED 동시 투자라는 의미 있는 결정을 하게 됐다"며 "이번 투자는 국내 일자리 창출 및 국내 디스플레이 전후방 산업 발전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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