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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상을 응시하다]'할인가 주화에 향수까지'···민족주의 마케팅 어떻게 봐야하나

등록 2017.08.20 07:30:00수정 2017.08.22 09: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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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손대선 박대로 임재희 기자 = 광복 72주년을 맞아 전국적으로 '평화의 소녀상' 건립 열풍이 뜨겁다.

 건립 7년만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아픔을 상징하면서 동시에 조선을 침탈한 일본 제국주의의 반인륜적 범죄를 상기시키는 상징물이 된 '평화의 소녀상'. 뉴시스는 소녀상 열풍의 의미와 그 이면에 깔린 또다른 의미를 짚어본다.<편집자 주>

 소녀상 열풍이 뜨거워질수록 소수지만 소녀상에 지나치게 모든 것이 집중되고 있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소녀상을 매개로 한 '민족주의 마케팅'이 과하다는 게 이 비판의 주를 이룬다. 일본대사관 앞을 벗어나 전국 방방곡곡에 세워지는 소녀상이 또 하나의 이승만 동상, 이승복 동상이 돼 의미가 희석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미술가 A씨는 한 운수회사의 아이디어로 14일부터 서울의 시내버스에 소녀상이 설치돼 운행되는 점을 문제 삼았다. 이 버스의 운행노선에는 일본대사관이 껴 있어 화제를 모았다.

 그는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하지 가장 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이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는 백범 김구 선생의 말을 전하며 "조형물은 상직적 위치에 세우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같은 비판은 평화의 소녀상 작가인 김운성·김서경 부부에 집중되고 있다. 소녀상 버스는 대학 동기인 운수회사 대표와 김운성씨가 의기투합한 결과물로 알려졌다.

 김씨에 따르면 첫번째 소녀상을 제작한 이래 현재까지 국내에 51점, 외국에 7점, 일본에 반입됐지만 설치되지 않은 2점까지 합하면 60개 가까운 소녀상이 자신들의 손을 거쳐 제작됐다. 7년 여 동안 전국에 세워진 90여개의 소녀상 중 60여개가 김씨 부부 작품인 것이다.

 김씨 부부가 소녀상 건립의 원조인만큼 이 대목에서 '과점'에 대한 논란은 무의미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미술계, 그것도 진보 미술계에서는 김씨 부부가 너무 많은 작품을 하는 게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작품의 예술성과는 별개로 짧은 기간내 사실상 동일한 콘셉트의 작품을 연이어 내놓는 게 과연 옳은 것이냐는 지적이다. 

 김씨는 지금까지 해온 작품이 다 동일한지를 묻는 질문에 "다른 것도 있고 같은 것도 있다"면서 "주로 동상이 제일 많고 익산에 세운 것은 완전히 다른 게 또 나왔다. 소녀가 돌판에 손을 짚고 있다. 돌판에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진상규명, 책임규명, 사후대책 마련 등을 국제법상 배상 등을 (한국정부가) 교과서에 실으라는 게 있다. 발에 밟힌 것은 2015년12월29일 굴욕적인 합의문을 발로 깨뜨리는 모습을 형상화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일종의 업그레이드된 작품이 부부의 작품 중 "7~8개 된다"고 전했다. 

 이와관련 B작가는 "공동작업이라고 해도 단순히 숫자로만 보면 1년에 10개 정도의 소녀상을 만들었다는 것인데 이를 어떻게 봐야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작가는 "작가는 복사기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김씨 부부의 다작이 반드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너무 많은 작품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김 씨는 고개를 저으며 다음과 같이 반박했다.

 "광주에서 (소녀상) 5점이 한꺼번에 8월14일에 나왔다. 우리 것은 하나도 없다. 그리고 경상도는 다른 분들이 한다. 우리한테 경남지역에서 맨 처음 소녀상을 제작하고 싶다는 연락이 왔다. 그래서 우리 말고 지역작가를 알아보라고 했다. 지역 작가가 마음이 맞으면 우리가 정대협과 하는 것처럼 그 시민사회단체도 그 작가와 할 수 있으니 작가를 활용하라고 해서 다른 작가를 한 것으로 안다."

 김씨는 특히 독과점에 대한 의식도 하느냐는 질문에 "독과점이라는 부분은 막 하는 것이다. 우리가 다 할 수도 없다. 우리한테 의뢰가 들어오는 것 속에서 되는 것도 있고 안 되는 것도 있다. 그런데 이것을 독과점이라면 경제용어를 잘못 갖다 붙이는 것"이라며 "우리가 원해서 (소녀상을) 세운 것은 한번도 없다. 시민사회단체에서 요구가 와서 상의하면서 한 것 뿐"이라고 말했다.

 과유불급의 논란은 사실 소녀상보다 김씨 부부가 기획한 소녀상 '파생상품'에서 비롯됐다.

 김씨는 그동안 평화의 소녀상을 기반으로 한 미니어처, 에코백 등을 기획했다. 이미 저서 출간도 했다.

 위안부 피해자 팔찌, 위안부 뱃지 등 관련 상품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는 가운데 김씨 부부가 비판을 받는 것은 아무리 상술이라 해도 지나치게 민족주의에 기댄 게 아니냐는 의구심에서 비롯됐다.

 김씨 부부는 최근 위안부 피해자 기림주화를 기획하면서 '평화의 소녀상 네트워크'란 온라인 쇼핑몰을 외주로 줘 개장했다. 이름만 놓고 보면 특정단체 홈페이지 같지만 온라인 쇼핑물이다. 이 쇼핑물을 통해 김씨 부부가 펼치는 마케팅은 여러 모로 눈길을 끈다.

 해당 쇼핑몰을 살펴보면 초기 화면에 '일본측 압력으로 발생 취소', '절대 굴복하지 않겠습니다'라고 적혀 있다. 9월10일까지 2차 국민 공모중' 등의 문구가 우선 눈에 들어온다.

 이어 '어려운 경제사정과 넓은 보급을 위해 8만7000원이라는 '할인 공모가'를 책정했고 2만5000원 상당의 작은 소녀상도 함께 제공한다'고 적시했다. 여기서 8만7000원은 정가 12만7000원에서 할인된 것으로 작은 소녀상은 일종의 서비스(선물)로 제공된다고 알렸다. 이는 인터넷 쇼핑물의 전형적인 상술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당초  작가의 친필사인도 제공한다고 적시했지만 뉴시스 취재가 시작되자 삭제됐다.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평화의 소녀상 네트워크는 제공되는 작은 소녀상과 관련 보도자료를 통해 "일본대사관 앞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의 미니어처 버전"이라며 "평화의 소녀상 철거에 대응해 전 가정에 평화의 소녀상을 세우기 위한 확산 프로젝트로 기획됐으며 2016 크라우드 펀딩 최고 매출 상품이자 억대의 기부금을 조성한 히트상품"이라고 선전했다

 프로젝트 참여자를 소개하는 첫머리에는 "공이 있다면 모두 다 위안부 할머니들과 관련 단체의 몫입니다"라며 "고맙고, 죄송하고, 또 고맙습니다"고 되어 있다.

 이어 "죄송합니다. 극비리에 진행되었던 프로젝트의 특성 상 초기부터 함께 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위안부 할머니와 관련단체가 이 프로젝트의 실질적인 주역이며 하기의 참여자들은 단순 조역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여기서 하기는 김씨 부부와 이들의 돕는 조력자들이 전부다. 기림주화는 현재 상표 출원중이다. 

  이와 관련 정대협 등 관련 일본군 '위안부' 단체 관계자는 기림주화 프로젝트와 위안부 피해자들간의 관련성을 부인했다. 이로 인한 수익과도 전혀 상관없다는 입장이다. 작가 개인의 활동이라고 정대협측은 선을 그었다.

 김운성씨는 일본측 압력으로 기림주화 발생이 취소됐다는 선전문구의 진위를 묻자 "심증이다. 구체적 물증은 없다"고 말했다. 팩트와 다른 내용을 임의로 적시한 것이다.
 
 하지만 그는 마케팅이 과하다는 지적에 대해선 동의하지 않았다.

  김씨는 "보통 주화를 하나 만들어내는데 예산이 많이 들어갈 것 아닌가. 이런 주화를 보통 12만원에 한다. '이것은 너무 과하지 않냐'고 해서 우리가 언제 한번 선물 하나 해야지 않냐해서 하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가  끝나면 다시 12만원으로 간다"고 말했다.

 소녀상의 취지를 널리 알리기 위한 차원에서 취해지는 다양한 마케팅으로 이해해달라는 의미다.

 그는 나아가 "작은 악세사리도 필요하고 고교생들이 만든 배지도 필요하다. 블로그도 만들고, 향수도 만든다고 누가 가져왔다. 규모 프로젝트를 하면 이런 게 굉장히 많이 다양해진다"며 "이게 일본과 우리가 다른 점이다. 일본은 반대하고 멸시만 하고 우리 정부는 아무 일을 안 해도 우리와 일반사람들은 참여해서 다 진행하는 것이다. 그런 부분에서 보면 우리가 훨씬 문화적 예술적으로 진일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소녀상 건립으로 얻은 수익의 일부를 기부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전쟁, 평화 등을 주제로 한 공익적 전시에 회당 1억원씩을 쏟아붓고 있다고 주장하며 실질적인 이득은 다른 예술가들에 비해 다소 나은 수준이라고 전했다.

 ◇정대협, "소녀상의 종착역이 아닌 새로운 시작"

 윤미향 정대협 상임대표는 개인의견을 전제로 소녀상 자체가 목적이 되는 것은 문제라는 입장이지만 다양한 마케팅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봤다.

 그는 "소녀상을 통해 다시 앞으로, 어떻게 우리의 평화 역사를 기억하는 활동으로 이어가는 게 중요하다. 소녀상은 종착역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표는 "다양한 연구파트에서 정책은 정책대로, 문화는 문화대로, 지식운동은 지식운동대로 각자 열심히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전국적인 소녀상 건립 열풍은) 작가의 작품이고 지역의 행사다"라며 "위안부 할머니들한테는 도움이 전혀 안 되고 있다"고 상업적인 연관성을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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