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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의 요정' 아리아나 그란데, 그렇게 '팝의 디바'가 된다

등록 2017.08.15 22:5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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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아리아나 그란데, 첫 단독 내한공연 포스터. 2017.06.26. (사진 =현대카드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아리아나 그란데, 첫 단독 내한공연 포스터. 2017.06.26. (사진 =현대카드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섬웨어 오버 더 레인보(Somewhere over the rainbow) / 블루 버드스 플라이(Bluebirds fly) / 버드스 플라이 오버 더 레인보(Birds fly over the rainbow)."

미국의 팝스타 아리아나 그란데(23)가 들려준 뮤지컬 영화 '오즈의 마법사'(1939) 삽입곡 '오버 더 레인보(Over the Rainbow)'는 희망의 노래였는데, 놀라웠던 건 화려한 보컬 능력에도 기교의 과시가 느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노래가 울려 퍼지는 동안 대형 스크린에는 그란데의 트레이드마크인 토끼 귀와 함께 검은 리본이 결합된 이미지가 걸렸다. 지난 5월22일 영국 맨체스터에서 열린 그란데의 콘서트에서 희생당한 22명과 부상자들을 위한 것으로 투어를 도는 나라 또는 도시마다 이 리본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그란데가 광복절인 15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펼친 첫 내한공연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25 아리아나 그란데'는 '하이틴 스타'가 팝의 디바'가 돼 가는 과정을 증명한 자리다.

본격적인 공연을 시작하기 약 10분40초 전부터 화려한 미모를 자랑하는 그란데가 공연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공연장 내 수은주를 점차 높인 건 그녀가 쌓아온 이미지에 기반한 것이다.

그란데는 어린이 전문 채널 니켈로디언 채널 출신의 하이틴 스타다.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아델과 머라이어 캐리 등의 노래를 커버해 올리면서 주목 받았다. 화려한 미모를 지니고 있지만 키 153㎝의 단신이라 '팝의 요정'으로 통한다.

【서울=뉴시스】 아리아나 그란데, 팝스타. 2017.08.14. (사진 = AP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아리아나 그란데, 팝스타.  2017.08.14. (사진 = AP 제공) [email protected]

이 작은 체구에도 폭발적인 고음 등 파워풀한 가창력을 자랑하는 그란데는 이날 무대에서도 만만치 않은 내공을 뽐내여 자신이 팝의 요정을 넘어 왜 차세대 디바로 꼽히는지를 증명했다. 
 
첫곡 '비 올라이트(BE ALRIGHT)를 시작으로 매끈하면서도 강렬한 보컬로 변화무쌍한 음색을 들려줬다. 단거리 스프린터처럼 시원하게 고음을 쭉 뽑아내다가도 섬세하고 미세한 감각으로 넘어가는 호흡의 전환은 마치 마라토너가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를 느끼듯 상쾌했다.

지난 13일 일본에서 투어를 마친 뒤 공연 당일인 이날 오후 입국, 제대로 된 리허설 없이 무대에 오른 그녀는 3옥타브 G#(솔샵)까지 올라가는 폭발적인 고음을 뽐내며 무리 없이 공연을 이끌었다. 포효하는 고음, 그 뒤를 받쳐주는 안정감 있는 저음을 내는 사이도 무대를 종횡무진하며 화려한 퍼포먼스도 선사했다.

하지만 마냥 화려할 수만은 없는 공연이다. 그란데 공연장 테러는 올해 2월 시작된 이 월드투어 '댄저러스 우먼'가 세계를 한창 도는 가운데서 벌어진 일이었다. 그날인 5월22일 이전과 이후는 다를 수밖에 없었다.

【서울=뉴시스】 아리아나 그란데, 팝스타. 2017.08.14. (사진 = AP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아리아나 그란데, 팝스타.  2017.08.14. (사진 = AP 제공) [email protected]

그란데는 자신의 공연에서 폭탄 테러를 겪은 아픔을 겪은 보름 뒤에도 6월5일 맨체스터를 다시 찾아가 다른 팝스타들과 함께 '원 러브 맨체스터'라는 타이틀로 자선공연을 열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생존자들을 위로했다.

연약해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부당함에 적극 대응하는 그녀의 모습은 뮤지션을 넘어 가수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모범을 보인 것으로 평가 받는다.

이날 특히 그란데와 팬이 합창하는 노래인 '원 라스트 타임'은 테러 당시 마지막 순간을 보낸 이들을 위한 송가였다. 이 곡은 테러 이후 재발매돼 수익금이 희생자들을 위한 자선사업에 보태지기도 했다.

그란데는 다른 곡 무대에서는 철저하게 프로였다. '터치 잇(TOUCH IT)'과 '리브 미 론리(LEAVE ME LONELY)'에서는 감정을 분출하듯 다시 한번 고음을 폭발시켰다.

흥겨운 레게리듬이 몸을 절로 들썩이게 한 '사이드 투 사이드(SIDE TO SIDE), 그란데와 제시 제이 그리고 니키 미나즈가 함께 부른 곡으로 국내에서 가수들이 자주 커버하는 '뱅뱅(BANG BANG)', 고음이 난무하는 '프라블럼(PROBLEM) 등 히트곡 무대에서 객석은 한층 뜨거워졌다. '문라이트'를 부를 때 2만여 팬들이 스마트폰 불빛으로 객석을 활짝 밝히자 "아름답다"고 말하기도 했다.

【서울=뉴시스】 아리아나 그란데, 팝스타. 2017.08.14. (사진 = AP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아리아나 그란데, 팝스타.  2017.08.14. (사진 = AP 제공) [email protected]

공연이 끝난 직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이 장면을 담은 짧은 영상과 함께 '서울, 유 워 매지컬. 생 큐 포 유 뷰티풀, 러빙 에너지 투나이트*Seoul, you were magical. Thank you for your beautiful, loving energy tonight)'라고 적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다만 그란데가 국내 팬들과 소통이 부족했다는 지적을 하고 나섰다. 기상 상황 등의 악화로 예정보다 늦은 이날 오후 5시께 입국, 국내 공연기획사가 아닌 그란데 측이 스스로 준비하기로 한 미팅 행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한 팬은 "실력이 좋은 건 인정하지만, 리허설을 안하는 것이 공연을 기다리는 팬들을 위한 가수의 진정한 태도인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리허설을 하지 못해서인지, 음향의 질이 좋지 않아 귀가 편안하지 않은 점도 있었다. 그란데는 공연 직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화장실에서 리허설을 하는 사진을 게재하기도 했는데, 위치가 고척스카이돔이 아닌 이 공연장 옆에 위치한 '구로성심병원'이 찍히기도 했다.

하지만 다른 내한공연보다 까다로운 입장 절차에 대해서는 불편하다는 목소리는 거의 없었다. 그란데는 폭탄 테러의 후유증으로 최근 일본 공연까지 테러 이후 공연에서 관객들의 공연장 입장 시 다른 공연보다도 철저한 보안 검색 강화를 요청하고 있다.

이날 첫 내한공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공항 수준의 보안대가 운영됐고 모든 종류의 가방의 반입이 불가했다. 원하는 관객만 물품을 맡긴 다른 내한 공연과 달리 모든 관객이 물품보관소에 가방을 맡겨야 했다. 내용물을 확인할 수 투명 가방에 담긴 물건만 반입이 허용됐다. 이날 장우산 역시 공연이나 다른 관객들에게 위협의 소지가 있어 반입이 금지됐다.

【서울=뉴시스】 아리아나 그란데, 팝스타. 2017.08.14. (사진 = 그란데 인스타그램 캡처)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아리아나 그란데, 팝스타.  2017.08.14. (사진 = 그란데 인스타그램 캡처) [email protected]

관객들은 그란데의 마음을 이해한다며 이 같은 조치를 수긍한다는 입장이다. 우비를 입고 대기 줄을 기디리던 여고생은 "그란데가 투어를 계속 이어나가줘서 고맙다"며 "상처가 빨리 더 아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란데의 인기를 반영하듯 엑소, 방탄소년단, 워너원 등 톱 아이돌 그룹이 공연한 고척스카이돔 2만여석은 일찌감치 마감됐다. 더구나 이날 폭우가 쏟아졌음에도 불구하고 공연시작 5시간 전인 약 오후 3시부터 굿즈(스타들의 캐릭터 상품)를 사기 위한 줄이 길게 늘어섰다.

패셔니스타인 그란데의 상징인 토끼 귀 또는 고양이 귀 머리띠를 쓴 10~20대 여성 팬들뿐 아니라 남녀노소, 연령대가 다양했다. 최근 데뷔 18년 만에 고척스카이돔에서 첫 단독 내한공연한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이곳의 절반가량만 청중을 채워 아쉬움을 샀었는데 팝 디바의 세대교체로도 읽혔다.

이날 공연의 마지막곡은 이번 투어 타이틀이기도 한 '댄저러스 우먼.' 앳된 이미지의 하이틴 스타는 아픔과 논란 등을 겪으면소 그렇게 팝의 디바의 길로 나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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