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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비정규직 제로' 압박에도 증권업은 '찔끔' 줄었다

등록 2017.08.20 06: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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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임태훈 기자 = 코스피 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3.30포인트(0.14%) 내린 2358.37에 코스닥 지수가 1.47포인트(0.23%) 오른 643.58로 장을 마감한 18일 오후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2017.08.18. taehoonlim@newsis.com

【서울=뉴시스】임태훈 기자 = 코스피 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3.30포인트(0.14%) 내린 2358.37에 코스닥 지수가 1.47포인트(0.23%) 오른 643.58로 장을 마감한 18일 오후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2017.08.18. [email protected]


 10대 증권사 비정규직 4892명…文대통령 취임 후에도 94명 감소에 그쳐
 국내 증권사 직원 26.8%는 비정규직…"업종 특성상 고액 계약직 많아"

【서울=뉴시스】김형섭 기자 = 문재인 정부가 '비정규직 제로'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증권업계의 비정규직 비율은 거의 변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 특성상 고액의 연봉을 받아가는 계약직들이 많고 이직도 잦아 일률적인 정규직 전환이 어렵다는 게 증권업계의 입장이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자기자본 상위 10대 증권사의 전체 직원수는 2만2336명으로 이 가운데 기간제 근로자는 4892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문 대통령 취임 전인 지난 3월 말(4986명)과 비교하면 기간제 근로자 수는 94명 줄어드는데 그쳤다. 그나마도 같은 기간 전체 직원수 역시 78명 감소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간제 감소가 정규직 전환에 따른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별로 메리츠종금증권(-96명), 미래에셋대우(-64명), 하나금융투자(-26명), 신한금융투자(-19명), NH투자증권(-15명), 대신증권(-9명), 키움증권(-2명) 등은 기간제 근로자가 줄었지만 KB증권(96명), 한국투자증권(34명), 삼성증권(7명) 등은 오히려 늘었다.

 기간제 비중이 가장 큰 곳은 메리츠종금증권으로 1424명의 직원 가운데 64.8%(923명)가 기간제였다. 직원수가 1537명인 하나금융투자가 기간제 비율 32.7%(504명)로 뒤를 이었으며 직원수 592명인 키움증권도 기간제 비중이 30.7%(182명)나 됐다.

 이어 KB증권(25.9%), 한국투자증권(25.8%), 대신증권(19.5%), NH투자증권(19.1%), 신한금융투자(17.0%), 미래에셋대우(14.2%) 등의 순이었다. 다만 삼성증권의 경우 2174명의 직원 가운데 해외인력을 중심으로 21명(0.96%)의 기간제 근로자만 두고 있었다.

 10대 증권사 뿐만 아니라 중소형 증권사들까지 더해 범위를 넓히더라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33개 증권사의 2분기 기준 임직원은 총 3만4219명으로 이 가운데 계약직 비중은 평균 26.8%에 달했다. 이는 3월 말과 비교해 0.2%포인트 줄어드는데 그친 것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증권업계가 고용불안 해소를 위한 정부의 비정규직 축소 정책을 제대로 따르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그러나 증권업계는 성과에 따른 임금체계와 잦은 이직이라는 업종 특성상 비정규직이 많을 수 밖에 없다고 항변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과거부터 증권업종은 실적에 비례한 수당이나 성과급을 받아가는 시스템이 가장 활발하게 정착돼 있어 정규직보다는 비정규직 비중이 높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일반적으로 비정규직이라 하면 정규직과 동일노동을 하고도 급여 등에서 차별을 받는 근무형태인데 증권업의 비정규직은 정규직보다 더 많은 임금을 받아가기 때문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전했다. 정부가 보는 비정규직은 사회적 약자의 개념인데 반해 증권업의 비정규직은 계약직 고액 연봉자여서 성격 자체가 다르다는 얘기다.

 실제 기간제 직원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메리츠종금증권의 경우 타 증권사에 비해 임금 수준도 매우 높은 편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메리츠종금증권의 임직원 1인당 평균 급여는 7100만원으로 10대 증권사 가운데 가장 많았으며 2위인 한국투자증권(평균 5855만원)과 1200만원 이상 차이가 났다.

 메리츠종금증권 관계자는 "기간제의 40~45% 정도는 고연봉을 받는 전문직이며 통상적인 개념의 비정규직은 20%도 채 안되는 수준"이라며 "이같은 특성 때문에 평균 임금도 다른 증권사보다 높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文정부 '비정규직 제로' 압박에도 증권업은 '찔끔' 줄었다


 '증권사의 꽃'이라 불리던 애널리스트가 채용되는 리서치센터나 전문성이 최우선시되는 투자은행(IB), 실적이 연봉으로 직결되는 영업부문 및 자산운용 부문에 고액 연봉을 받는 계약직이 집중돼 있다. 이들 중에는 인센티브를 더 많이 받기 위해 정규직 전환을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임금 조건에 따른 이직이 잦아 장기근속을 찾아보기 힘든 증권업의 특성도 비정규직이 많은 요인 중 하나라는 설명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업계에서는 굳이 이 회사가 아니더라도 갈 곳이 많다는 인식이 퍼져 있고 인센티브에 따라 개인 단위를 넘어 팀 단위로 옮겨 다니는 인력들도 많다"며 "그런 경우는 비정규직이라고 해도 고용불안에 시달리거나 할 일은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는 하지만 비정규직 비중이 높은 것도 사실인 만큼 증권업계는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 정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견 증권사 인사담당자는 "국회와 금감원, 금융위, 관련 협회 등에서 수시로 비정규직 분포 조사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는 오는 9월 금융권 일자리 창출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일자리 창출에 대한 금융권의 기여도 분석도 실시한다.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민간부문의 비정규직 축소는 아직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나오지 않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어쨌든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라며 "다음달 금융권 일자리 창출 방안이 발표되면 비정규직 대책을 마련하겠지만 일단 정부가 저임금·노동약자와는 거리가 먼 금융업종의 비정규직 특성을 대책에 반영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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