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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훈·조성진·원코리아의 베토벤으로 하나된 쾌감

등록 2017.08.19 10:5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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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조성진·정명훈, 18일 롯데콘서트홀 개관 1주년 공연 '음악으로 하나 되는 곳' 중. (사진 = 롯데콘서트홀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성진·정명훈, 18일 롯데콘서트홀 개관 1주년 공연 '음악으로 하나 되는 곳' 중. (사진 = 롯데콘서트홀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베토벤이라는 위대한 대양(大洋)을 마음껏 여행하며 쓴 견고하고 웅장한 항해일지였다.

지휘자 정명훈(64) 전 서울시향 예술감독과 피아니스트 조성진(23) 그리고 프로젝트성(性) 교향악단인 '원 코리아 오케스트라'(OKO)가 합작했다.

18일 밤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롯데콘서트홀 개관 1주년 공연 - 음악으로 하나 되는 곳'은 정 지휘자와 조성진이 국내에서 2년4개월 만에 펼치는 협연 무대라 일찌감치 화제가 됐다.

정 지휘자가 서울시향 예술감독으로 재직하던 시절 두 사람은 수차례 호흡을 맞췄다. 하지만 조성진이 2015년 10월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한 이후에는 인연의 끈이 닿지 않았다.

정 지휘자·조성진의 협연 단골레퍼토리인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 연주는 그새 더 단단해졌다. 서울시향에서뿐만 아니라 2011년 정 지휘자가 지휘한 체코 필하모닉 일본 투어에서도 수차례 협연했던 곡이다.

【서울=뉴시스】 조성진, 18일 롯데콘서트홀 개관 1주년 공연 '음악으로 하나 되는 곳' 중. (사진 = 롯데콘서트홀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성진, 18일 롯데콘서트홀 개관 1주년 공연 '음악으로 하나 되는 곳' 중. (사진 = 롯데콘서트홀 제공) [email protected]

베토벤이 구축한 피아노 협주곡 세계에서 가장 그답게 견고하다는 평을 듣는 '황제'를 정 지휘자와 조성진 그리고 이른바 드림팀 교향악단인 원 코리아 오케스트라는 깊숙한 곳까지 탐색해갔다.

특히 조성진은 1악장에서 냉정한 건반 터치에도 이야기가 있는 해석으로 따듯함을 불어넣는 장기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이 객관적인 시선은 베토벤 특유의 견고한 요소의 구조를 명징하게 드러냈다. 온화하게 영적(靈的)인 2악장에서는 조성진의 피아노 음색은 변화무쌍했다.

2악장에서 바로 연결된 3악장은 베토벤이라는 대양에서 폭풍을 만나는 지점이었다. 피아노의 독주 못지않게 관현악이 존재감을 발휘하는 이 악장에서 발톱을 감추고 웅크렸던 관현악, 그 우렁찬 기세에도 전혀 눌리지 않고 압도하듯 연주한 조성진의 피아노의 시너지는 블록버스터 영화 같은 쾌감을 안겼다.

조성진이 앙코르로 들려준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8번 '비창' 2악장은 지난 5월 통영국제음악당에서도 연주한 곡인데 역시나 고통스럽지 않게 저릿했다. 느릿한 정적(靜寂)이 주는 여운의 모범답안이었다. 

【서울=뉴시스】 지휘자 정명훈 커튼콜, 18일 롯데콘서트홀 개관 1주년 공연 '음악으로 하나 되는 곳' 중. (사진 = 롯데콘서트홀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지휘자 정명훈 커튼콜, 18일 롯데콘서트홀 개관 1주년 공연 '음악으로 하나 되는 곳' 중. (사진 = 롯데콘서트홀 제공) [email protected]

평소 겸손하기로 유명한 조성진이지만 연주 무대에서는 날이 갈수록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격렬한 연주 때마다 휘날리는, 한껏 기른 머리카락은 성숙한 청년의 표상이었다. 세계를 도는 와중에 갖는 조성진의 국내 연주는 성장일지이기도 하다.

지난 6월 이번 콘서트의 예매 오픈에서 2000여석을 단숨에 매진시켰던 조성진의 인기는 여전했다. '황제' 연주를 끝내고 커튼콜을 이어가는 무대 위 그에게 선물을 전해주려던 관객을 콘서트홀 직원이 정중하게 제지하기도 했다. 이번 공연의 포스터가 세워진 포토존에서 기념 사진을 촬영하기 위한 줄은 오랫동안 줄어들지 않았다. 특히 조성진의 팬들 중 홀로 공연장을 찾은 젊은 여성 관객들은 서로 사진을 찍어주기도 했다.

2부에서 들려준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은 정 지휘자 특유의 웅장한 해석이 돋보였다. 곡의 구조와 거기서 풍기는 정서가 역동적인 이 곡을 카리스마 넘치게 지휘하며 압도해나갔다.

지난 16일 열린 간담회에서 정 지휘자가 청자의 마음을 두들겨서 활짝 여는 것이라고 표현한, 그 유명한 '운명의 동기'를 신호탄으로 전광석화 같은 연주가 이어졌다. 

【서울=뉴시스】 18일 열린 롯데콘서트홀 개관 1주년 공연 '음악으로 하나 되는 곳' 로비 풍경. (사진 = 롯데콘서트홀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18일 열린 롯데콘서트홀 개관 1주년 공연 '음악으로 하나 되는 곳' 로비 풍경. (사진 = 롯데콘서트홀 제공) [email protected]

지난해 롯데콘서트홀에서 라 스칼라 극장의 오케스트라 & 합창단,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 세계적인 교향악단을 지휘하며 매끈한 사운드를 들려준 정 지휘자는 프로젝트 오케스트라에서도 못지않은 음색을 뽑아냈다.

악장인 바이올리니스트 이경선을 비롯해 비올리스트 김영도(NDR 엘프 필하모니 오케스트라 단원), 첼리스트 송영훈(경희대 음대 교수)과 이정란(전 서울시향 부수석), 오보이스트 올리비에 두아즈(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수석) 등 정 지휘자와 인연이 있는 걸출한 연주자 84명이 모인 원 코리아 오케스트라는 3일 간의 짧은 리허설에도 견고한 화음을 쌓았다.

특히 팀파니스트 아드리앙 페뤼숑(전 라디오 프랑스 필 수석)이 빛났다. 그의 두드림은 4악장에서 화려한 피날레 전 심장박동처럼 두근거렸다.

정 지휘자는 커튼콜에서 원코리아를 상징하는 듯 양손의 검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기립 박수가 이어졌고, '운명' 4악장을 다시 들려주는 것으로 앙코르를 대신했는데 한층 더 역동적이었다. 베토벤의 힘은 자유를 위해 싸운 것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던 정 지휘자는 '운명' 역시 활짝 열어놓고 그 안에서 싸우듯 지휘했다.  

【서울=뉴시스】 조성진·정명훈 허그, 18일 롯데콘서트홀 개관 1주년 공연 '음악으로 하나 되는 곳' 중. (사진 = 롯데콘서트홀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성진·정명훈 허그, 18일 롯데콘서트홀 개관 1주년 공연 '음악으로 하나 되는 곳' 중. (사진 = 롯데콘서트홀 제공) [email protected]

이날 객석에는 손석희 JTBC 보도부문 사장,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국민통합위원장, 엄기영 전 MBC 사장, 강용석 변호사, 이시형 정신의학박사, 조성진의 스승인 피아니스트 신수정 등 유명 인사들이 대거 앉아 이날 공연에 대한 높은 관심도를 반영했다.

'음악으로 하나 되는 곳'은 19일 같은 장소에서 한 차례 더 열린다. 1부에서는 정 지휘자가 지휘와 동시에 피아노 연주도 선보인다. 이경선, 송영훈과 베토벤 삼중 협주곡을 들려준다. 2부에서는 역시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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