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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남한산성' "김윤석이 불을 쏘고 이병헌이 얼음 쏜 현장"

등록 2017.08.23 13:4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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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남한산성' "김윤석이 불을 쏘고 이병헌이 얼음 쏜 현장"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김윤석 선배가 불을, 이병헌 선배가 얼음을 쏘는 그런 현장이었죠."

 배우 박해일은 영화 '남한산성'(감독 황동혁)을 촬영할 때를 떠올리며 이같이 말했다. '남한산성'은 1636년 인조 14년, 청나라의 침략을 피해 남한산성으로 피신한 왕과 신하들이 조선의 미래를 논하는 과정을 담은 작품이다.

 김윤석이 맞서싸워야 한다고 주장하는 척화파 예조판서 '김상헌'을, 이병헌은 굴욕을 견디고 살아서 후일을 도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주화파 이조판서 '최명길'을 연기했다. 박해일은 두 사람의 논쟁 속에서 나라의 운명을 결정해야 하는 왕 '인조'를 연기했다.

 박해일은 "두 인물의 신념이 팽팽하게 맞서는 매우 긴장된 장면을 연기하는 두 선배를 보면서 혹여나 폐를 끼치지 않을가 오히려 내가 더 긴장하며 연기했다"고 말했다.

영화 '남한산성' "김윤석이 불을 쏘고 이병헌이 얼음 쏜 현장"


 이번 작품에는 이병헌·김윤석·박해일 뿐만 아니라 연기 좀 한다는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다. 고수가 근왕병을 끌어모으기 위해 왕의 격서를 전달하는 중책을 맡은 대장장이 '서날쇠'를, 박희순은 묵묵히 남한산성을 지키는 수어사 '이시백'을 맡았다. 조우진은 조선 천민 출신의 설움을 청의 역관이 돼 풀어내는 '정명수'를 책임졌다.

 조우진은 "어벤져스 아닌가. 이 배우들이 모두 출연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 작품에 함게하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연출을 맡은 황동혁 감독은 "이 배우들이 해주지 않으면 제작 자체가 불가능한 프로젝트였다"며 "제가 예전부터 워낙에 좋아했던 배우들인데, 역시나 기대했던 것 이상의 연기를 보여줬다"고 했다.

 이번 작품의 가장 큰 긴장감은 역시 오랑캐에게 무릎을 꿇을 수는 없다는 김상헌과 치욕을 견디고 백성을 지켜야 한다는 최명길의 대립이 만들어낸다. 두 인물을 한국영화계 거목인 김윤석과 이병헌이 맡았다는 점에서 제작 단계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쉬지 않고 작품 활동을 해온 두 배우이지만, 한 작품에서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병헌은 김윤석의 연기에 대해, "뜨거운 열을 느꼈다. 매 장면을 저렇게 모든 걸 실어서 던져내니 관객이 그 열기를 느낄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윤석은 배우 이병헌을 "말 그대로 정통파"라며 "굉장히 정제된 정석 그대로의 연기를 보여주는데, 그게 오히려 더 신선하게 다가왔다"고 말했다.

영화 '남한산성' "김윤석이 불을 쏘고 이병헌이 얼음 쏜 현장"


 한편 '남한산성'은 김훈 작가가 2007년 발표해 70만부 이상 나간 동명 베스트셀러를 영화화한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김 작가가 '칼의 노래' '현의 노래' 등 역사 소설에서 보여준 특유의 문체와 무게감이 이 작품에도 그대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황 감독은 "혹독한 겨울, 모든 게 부족한 상황 속에서 남한산성에서 47일 동안 버티는 고통을 영상으로 구현하고, 김 작가가 써놓은 멋진 대사들을 배우들의 연기를 통해 되살리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영상의 사실감을 위해 어떤 장면도 실내 세트장에서 촬영하지 않고, 강원도 평창 허허벌판에 직접 세트를 지어 작업을 진행했다. 황 감독은 "당시 남한산성에 있던 사람들의 고통과 슬픔을 최대한 재현하기 위함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소설 속 인물들이 뱉는 말들에는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고어(古語)들이 많은데, 황 감독은 이 대사를 최대한 살려 배우들에게 던져줬다. 그는 "함축적면서도 힘이 있는 대사들의 아름다움과 멋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황 감독은 이번 작품 출연 제안을 받고, 김 작가의 소설을 읽기 시작했다고 했다. 이 소설을 읽고나자 병자호란과 남한산성에 대해 얼마나 단편적인 지식만을 가지고 있는지를 알게 됐다고 했다.

영화 '남한산성' "김윤석이 불을 쏘고 이병헌이 얼음 쏜 현장"


 그는 "단순히 인조가 삼전도에서 청나라에 항복했다는 사실 뛰어넘어 당시 백성을 살리고 나라를 구하기 위해 자신 만의 방식으로 노력한 사람들의 고민을 알게 됐다. 그 고민들이 다시 현재 우리가 처해 있는 현실과 또 다르지 않았다. 이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어서 대중에게 보여줌으로써 우리의 과거와 현재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고민하게 하고 싶었다"고 했다.

 영화는 다음 달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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