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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소리 "영화를 너무 사랑해서 영화를 만들었다"

등록 2017.09.06 09:30:20수정 2017.09.12 09:4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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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소리 "영화를 너무 사랑해서 영화를 만들었다"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트뤼포가 영화를 사랑하는 세 단계가 있다고 했잖아요. 첫 번째가 같은 영화를 여러번 보고, 그 다음에는 영화 비평을 하고, 결국에는 영화를 직접 만드는 것이라고요. 저도 그래요."

 배우 문소리(43)는 "연극에 미쳤던 적은 있지만, 영화 마니아였던 적은 없었다. 어쩌다보니 영화배우가 됐고, 그렇게 십여년이 흘렀다. 그 사이 영화가 좋아졌다. 진짜 좋아하니까 고민하게 됐고, 영화까지 만들게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연출은 내가 영화를 사랑하는 또 다른 방식"이라고 덧붙였다.

 1998년 김지운 감독의 단편 '사랑의 힘'으로 영화계에 발을 디뎠고, 이창동 감독의 '오아시스'(2002)에서 충격적인 연기를 선보이며 단번에 이름을 알려 이후 대한민국 최고 배우 중 한 명으로 살았던 문소리가 데뷔 20년 만에 감독으로 데뷔했다.

 그의 첫 번째 연출작 '여배우는 오늘도'는 '문소리'라는 배우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영화는 배우로 아내로 엄마로 딸로 며느리로 생활인으로 살아야 하는 여성의 삶을 유머러스하면서도 날카롭게 포착한다. "영화가 좋아서 공부가 더 하고 싶었기 때문에" 2013년 9월 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에 입학한 그는 2년 간 학위를 이수하며 3편의 단편을 만들었다. 우연찮게도 모두 '문소리'라는 배우가 주인공인 작품이었고, 이 작품들을 묶어 장편영화로 만든 게 '여배우는 오늘도'다.

문소리 "영화를 너무 사랑해서 영화를 만들었다"


 문소리는 "여전히 배우로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고민한다. 여전히 인생에서 연기가 연출보다는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면서도 "내가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고, 그것이 세상에 필요한 이야기라면 연출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작품에 대해, "'당신들이 모르는 배우의 이야기를 들려줄게'라는 게 아니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게 다 비슷하다는 것, 이런 비슷한 느낌을 누구나 한 번쯤 가진 적이 있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고 했다.

 영화는 시종일관 코믹하게 진행되지만, 이야기가 담은 것들은 가볍지 않다. 한국 영화계에서 점점 줄어드는 이른바 '여배우'의 입지에 관한 시선, 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에 관한 여성주의적인 관점, 또 대중에 노출된 채 살아야 하는 연예인의 괴로움이 한 데 뒤엉켜 궁극적으로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내보인다.

 문소리는 "영화를 만들면서 '이런 영화가 왜 존재해야 하는지'에 관한 질문을 끊임 없이자신에게 던졌다"고 했다. 그는 "촬영 하면서 영화 존재 이유에 관한 생각을 했다. 내가 내린 답들을 일일이 말할 수 없겠지만, 고민은 계속 이어졌고 그 과정이 즐겁지만은 않았다. 불편한 진실들과 마주해야 할 때도 있었다. 다만 무언가를 만들어낸다는 것 자체가 주는 만족감이 있었다. 고민과 만족감을 오가며 영화를 완성했다"고 했다.

 사실 그의 필모그래피 자체가 '고민의 행보'다. 문소리는 주연과 조연과 단역을 오갔고, 이창동·임상수·임순례·홍상수·박찬욱 등과 작업했으며, 흔히 말하는 예술·독립영화는 물론 오락영화에도 출연했다. 게다가 이제 영화를 만든다.

 "저라는 사람이 안정을 추구해본 적이 없어요. 팔자라고 생각하는 거죠. 뻔히 보이는 길로 가면 편하긴 하겠죠. 전혀 보이지 않는 길을 가는 게 얼마나 힘이 드는 일인가요. 그런데 저는 누가 닦아 놓은 길을 따라가고 싶지 않아요. 전 '제2의 무엇', '한국의 무엇'이 되고 싶지 않아요. 이런 거 필요없어요. 전 저만의 길을 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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