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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재활용악기 오케스트라 단장 "꿈 없던 아이들에게 기회 주고파"

등록 2017.09.17 11:4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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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파라과이 '카테우라재활용오케스트라' 음악 교사 파비오 차베스가 16일 서울 광화문 시네큐브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09.16.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파라과이 '카테우라재활용오케스트라'  음악 교사 파비오 차베스가 16일 서울 광화문 시네큐브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09.1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강지은 기자 = "꿈도, 희망도 없이 살아가던 아이들이 음악을 접하면서 꿈을 꾸고 노력을 하는 등 놀라운 변화가 생겼습니다."

 16일부터 24일까지 31개국 70개 단체 4400여명의 아마추어 음악인들이 참여하는 '제4회 서울국제생활예술오케스트라축제'에는 눈길을 끄는 오케스트라가 있다.

 바로 쓰레기를 재활용해 만든 악기로 연주하는 '카테우라재활용오케스트라'다. 이미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유명한 이들은 이번 축제를 기획한 서울문화재단의 초청으로 한국을 처음 방문, 연주를 선보이게 됐다.

 '카테우라재활용오케스트라' 단장을 맡고 있는 파비오 차베스(41)는 지난 16일 오후 광화문 시네큐브에서 뉴시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오케스트라의 배경이 된 카테우라를 먼저 소개했다.

 카테우라는 파라과이의 수도 아순시온 외곽 쓰레기 매립지에 자리 잡은 빈민촌 마을이다. 수도에 있는 모든 쓰레기가 이곳으로 다 모인다. 마을 사람들은 쓰레기 더미에서 고물을 팔아 근근이 생계를 유지한다.

 12년 전인 2005년 당시 환경기술가였던 차베스는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 카테우라를 찾았다가 큰 충격을 받았다.

 "상황이 너무 안 좋았어요. 마을은 물도 부족했고, 전기도 안 들어왔고, 집도 없었어요. 집조차도 쓰레기로 만들어졌죠. 마을이라기보다 '버려진 공간' 같았어요."

 차베스는 특히 이러한 환경에서 꿈도 없이 하루하루 살아가는 아이들이 너무나 안타까웠다고 전했다.

 그는 "부모들이 밖에서 일하느라 방치된 아이들은 쓰레기를 가지고 놀고 있었다"며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면서 자연스럽게 마약 등 범죄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떠올렸다.

 환경기술가로서 음악에도 관심이 많았던 차베스는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음악을 가르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문제는 '악기'였다. 악기 하나가 집 한 채 값보다 비싼 이곳에서 악기를 구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차베스는 목수이자 쓰레기 작업자인 니콜라스 고메즈의 도움을 받아 쓰레기로 악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버려졌던 쟁반은 바이올린이 되었고, 드럼통은 첼로가 됐다. 색소폰과 트럼펫은 낡은 배수관과 병마개, 동전으로 만들어졌다.

 그는 "카테우라는 환경이 너무 열악해서 모든 것을 쓰레기로 만드는 데 익숙해져 있었다"며 "여기에서 아이디어를 착안해 '악기도 쓰레기를 재활용해서 만들자'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카테우라재활용오케스트라. 2017.9.12(사진=서울문화재단 제공)

【서울=뉴시스】카테우라재활용오케스트라. 2017.9.12(사진=서울문화재단 제공)


 악기를 마련한 다음에는 아이들을 모았다.

 차베스는 우선 음악을 전혀 접해본 적이 없는 아이들의 흥미를 끌기 위해 바이올린, 첼로, 비올라 등으로 파트를 나눠 쉽고 단순하게 연습을 시켰다. 그리고 이후 여러 악기가 모이면 아름다운 소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했다.

 음악을 배우고 싶어하는 아이들은 점점 늘어났고, 마침내 2006년 지금의 '카테우라재활용오케스트라'가 탄생하게 됐다. 12명으로 시작한 오케스트라는 현재 28명으로 활동 중이다.

 이들의 이야기는 2015년 다큐멘터리 영화 '랜드필 하모니'로 만들어져 전 세계에 알려지기도 했다.

 오케스트라는 아이들의 삶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차베스는 "처음에는 아이들이 연주할 때 5분도 서 있기 힘들어 했다"며 "그런데 지금은 오랜 시간 집중하는 등 정신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다. 특히 음악을 접하면서 꿈이 생기고, 연습도 스스로 열심히 하게 됐다"고 전했다.

 그는 이 중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여학생 아다(19)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아다는 폐지를 줍는 할머니에 등떠밀려 차베스에게서 바이올린을 처음 배우게 됐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뛰어난 실력으로 오케스트라 내에서 수석 바이올리니스트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내년에는 음대에 진학할 예정이며, 파라과이의 한 오케스트라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도 받은 상태다.

 차베스는 음악을 통해 아이들에게 '노력해야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근본적으로 가르치고 싶다고 했다.

 "요즘 아이들은 모든 것을 스마트폰 등을 통해 빨리빨리 배우려고 하는데 솔직히 좋아보이지는 않아요. 그런데 음악은 다르죠. 음악은 인내심을 갖고 꾸준히 배워야 해요. 밤에 배워서 아침에 바로 잘할 수 있는 게 아니죠. 음악은 빠르게 갈 수 있는 지름길이 없어요. 노력하는 만큼 발전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그런 것을 배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파라과이 '카테우라재활용오케스트라' 음악 교사 파비오 차베스가 16일 서울 광화문 시네큐브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2017.09.16.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파라과이 '카테우라재활용오케스트라'  음악 교사 파비오 차베스가 16일 서울 광화문 시네큐브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2017.09.16. [email protected]


 앞으로도 계속 재활용 악기로 연주할 것이냐는 질문에 차베스는 잠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그는 "사실 초반에만 재활용 악기로 오케스트라 활동을 하고 나중에는 '진짜 악기'로 하고 싶었다"며 "그러나 음악을 배우고 싶어 하는 어린 아이들이 계속 들어오고 있다. 이 아이들에게도 '기회'를 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현재 카테우라에는 '음악학교'가 만들어졌으며, 약 300명의 아이들이 음악을 배우고 있다. 차베스와 함께 25명의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카테우라재활용오케스트라의 규모가 커지고 유명세도 탔지만 차베스는 '초심'을 끝까지 지키고 싶다고 전했다.

 그는 "쉬는 날 아이들을 조금씩 가르쳐보자고 시작한 게 이렇게 커질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며 "지금의 유명세는 잠깐의 허황이라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카테우라재활용오케스트라의 목표는 '전문 아티스트 육성'이 아니다. 그저 재활용으로 환경문제를 해결하고, 아이들에게 꿈꿀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 이 두 가지"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차베스에게 언제 가장 행복하냐고 묻자 이렇게 답했다.

 "카테우라 길거리에서 아이들이 연주하는 모습을 볼 때요. 음악도, 문화도 없던 곳이었는데 길거리에 음악이 흐르는 모습을 볼 때 정말 행복합니다."

 카테우라재활용오케스트라는 17일 오후 3시 광화문광장에서 서울시 교육청 산하 435개 학생 오케스트라를 대상으로 모집된 학생들과 함께 '1000인의 오케스트라'로 협연한다.

 차베스는 "한국 학생들과의 합동 리허설에서 언어와 문화, 종교가 서로 다르고 처음 만났는데도 금세 친해지는 것을 보다 정말 신기했다"며 "음악은 인간과 인간을 연결해주는 통로라고 생각한다. 공연에서도 관객과 오케스트라가 함께 소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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