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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이슈]'학교 무관심에 자살까지' 끊이질 않는 울산 지역 학교폭력, 대책은 없나

등록 2017.09.20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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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이슈]'학교 무관심에 자살까지' 끊이질 않는 울산 지역 학교폭력, 대책은 없나


【울산=뉴시스】박일호 기자 = 최근 부산과 강릉에서 벌어진 청소년 폭력사건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울산에서도 학교폭력에 시달린 중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잇달아 발생해 지역 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경찰 수사 과정에서 학교폭력대책위원회(이하 학폭위)의 부실 검증과 함께 학교장이 학교폭력 사실을 은폐하려 한 정황까지 드러나면서 논란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학교폭력 전담기구와 학폭위, 117학교폭력신고센터, 전문상담기관, 시교육청, 경찰 등 학교폭력 피해방지와 후속조치를 담당하는 사회 안전망의 구조적 개선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 중학생 자살로 내몬 학교폭력

 울산시 동구의 한 중학교에 진학한 이모(13)군은 입학 직후인 지난 3월부터 4월까지 동급생들로부터 집단 괴롭힘을 당했다.

 동급생들은 책상에 엎드려 있는 이군을 향해 침을 뱉거나 툭툭 치고 지나가는 한편 모자를 잡아당기거나 옷을 뺏어 짓밟았다.

 또 말투를 따라하며 놀리고 자리에 앉으려는 이군의 의자를 빼서 넘어지게 하기도 했다. 타 지역 출신인 이군이 경상도 사투리를 쓰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1차례 자살 시도까지 한 이군은 인근 정신건강증진센터에 학교폭력 피해 사실을 털어 놓으며 도움을 요청했지만 어떤 도움도 받지 못했다.

 지난 5월16일 열린 학교폭력대책위원회에서도 동급생들을 대상으로 받은 진술서 내용을 봤을 때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장난'이라는 점, 이군이 초등학생 시절 정신과 치료 전력이 있고 돌발행동을 자주 했다는 이유로 학교폭력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는 결론이 났다.

 대신 학폭위는 이군에게 정신과 치료와 함께 대안학교에서 수업을 받도록 하는 '병원진료 및 학업중단 숙려제 실시'를 통보했다.

 이후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한 이군은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내용 등이 담긴 유서를 남기고 지난 6월 울산의 한 청소년문화센터 옥상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이군의 아버지는 아들의 억울함을 풀어달라며 울산시에 재심을 요청했지만 이마저 기각됐다.

 지난 7월14일 울주군의 한 중학교에 다니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A(14)군도 동급생들로부터 뒤통수를 맞거나, 가해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수치스러움을 참아가며 용변을 봐야하는 등 괴롭힘을 당해왔다.

 두 사건 모두 경찰 수사에서 동급생들의 지속적인 학교폭력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울산=뉴시스】박일호 기자 = 울산지방경찰청과 시교육청이 12일 오후 울산 중구 성안동 울산지방경찰청 대강당에서 학교폭력 및 청소년 자살 예방 정책포럼을 개최한 가운데 황운하 청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7.09.12. piho@newsis.com

【울산=뉴시스】박일호 기자 = 울산지방경찰청과 시교육청이 12일 오후 울산 중구 성안동 울산지방경찰청 대강당에서 학교폭력 및 청소년 자살 예방 정책포럼을 개최한 가운데 황운하 청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7.09.12. [email protected]

◇ 학교폭력 전담기구-학교폭력대책위의 구조적 문제

 울산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울산지역에서 신고된 학교폭력 사범은 1860명에 달한다. 지난 2013년 393명, 2014년 447명, 2015년 393명, 2016년 322명이며 올해는 7월까지 205명이 적발됐다.

 매년 정부와 교육계, 수사기관 등의 지속적인 근절 대책에도 학교폭력은 개선되지 않고 꾸준히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울산지방경찰청과 시교육청은 이같은 문제에 대한 해법 마련을 위해 지난 12일 경찰청 대강당에서 '학교폭력·청소년 자살 예방 정책 포럼'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최근 일어난 사건과 관련, 학교폭력 전담기구와 학폭위의 역할과 구성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학교장은 학교폭력 사태를 인지한 경우 교감과 전문상담교사, 보건교사, 책임교사로 이뤄진 학교폭력 전담기구를 구성해야 한다.

 학교폭력 전담기구는 학교폭력 사안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고, 요청이 있을 경우 조사 결과를 학교장과 학폭위에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학폭위의 경우 교감과 학생생활지도 경력의 교사, 법조인, 학교전담경찰관, 학부모대표 등 5인 이상 10인 이하로 구성된다.

 이 과정에서 학교폭력 전담기구와 학폭위의 참여 위원이 중복돼 전담기구의 조사 결과가 학폭위 결과로 이어지는 등 독립성과 객관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학교폭력에 대한 부실 검증이 반복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이에 따라 학교폭력 전담기구와 학폭위에 참여하는 위원을 철저하게 분리하고, 학교전담경찰관도 평소 학교와의 관계를 고려해 해당 학교 담당경찰관이 아닌 경찰관을 학폭위에 참석하게 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또 전문상담기관의 형식적인 심리상담과 교육으로 인한 실태파악의 한계, 경찰의 미온적인 대처, 대안학교의 역할 등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울산지방경찰청 김영준 여성청소년 수사계장은 "학교폭력전담기구는 학교폭력 사안에 대해 초동조치를 취하는 기구"라며 "전담기구에서 중립적인 조사를 실시한다면 학폭위 결과도 객관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학교폭력 대책 '처벌'보다는 '예방'

 전문가들은 징계와 처벌 위주의 학교폭력 대책보다는 예방과 치유 위주의 대책 마련이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가해학생의 강제전학과 가해사실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CCTV 설치 등 처벌 및 감시 등 통제 위주의 대책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

 이에 따라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춘 전문적인 예방교육이 중요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제도적 정비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또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교사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도 여건 개선이 절실하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울산시교육청 학생생활교육과 하인숙 장학사는 "학교나 외부기관에서 학교폭력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 어떠한 결과를 내도 피해자와 가해자는 만족하지 못할 것"이라며 "학기초부터 학교폭력이 사전에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책임교사 연수나 홍보활동 등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발생 후에는 청소년상담복지센터 등 전문기관과 연계해 피해자 입장에 맞춘 치료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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