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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아웅산 수지, 군부의 앵무새" 맹비난

등록 2017.09.19 17: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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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피도=AP/뉴시스】미얀마의 실질적인 최고 지도자인 아웅산 수지 국가자문역 및 외교장관이 19일 수도 네피도에서 로힝야 사태에 대해 TV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2017.09.19

【네피도=AP/뉴시스】미얀마의 실질적인 최고 지도자인 아웅산 수지 국가자문역 및 외교장관이 19일 수도 네피도에서 로힝야 사태에 대해 TV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2017.09.19

【서울=뉴시스】이혜원 기자 = 미얀마의 사실상 최고통치자 아웅산 수지(72) 국가고문이 이슬람 소수민족 로힝야 사태에 대해 입을 열었다. 하지만 미얀마의 민주주의를 위해 군사정권에 항거했던 그는 거기에 없었다.

19일 AP통신에 따르면 수지 고문은 이날 오전 수도 네피도에서 공개연설을 통해 "절반 이상의 로힝야족이 폭력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마을의 대부분은 온전한 채로 남아있다"며 "왜 모든 곳에서 분쟁이 일어나지 않았는지 이해하는게 중요하다. 진정한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조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얀마는 국제 조사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며 "방글라데시 국경을 넘어 수많은 무슬림들이 도망치고 있다는 소식은 우려스럽다. 우리는 왜 이러한 탈출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내고 싶다"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수지 고문은 30분짜리 연설을 영어로 진행했으며, 그 모습은 TV를 통해 방영됐다. 그 자리에는 군 고위관계자들과 외국 고위관리들이 있었다. 이러한 형식을 두고 NYT는 수지 고문이 억압받는 소수민족에 대한 레퀴엠(진혼곡)을 전달할 것으로 기대했던 사람들을 실망시켰다고 표현했다. NYT는 영어로 한 그의 연설이 국제 청중들에게 생생하게 전달됐을지는 모르지만, 메시지는 로힝야에 대한 동정심이 거의 없는 불교도들에게 적합했다고 해석했다.


【발루칼리=AP/뉴시스】미얀마 로힝야 난민들이 17일 방글라데시 발루칼리 난민 캠프에서 위생용품 배급을 기다리고 있다. 2017.09.19

【발루칼리=AP/뉴시스】미얀마 로힝야 난민들이 17일 방글라데시 발루칼리 난민 캠프에서 위생용품 배급을 기다리고 있다. 2017.09.19

지난달 25일 미얀마 라카인주에서는 수십명의 로힝야로 구성된 무장단체 '아라칸로힝야구원군(ARSA)'이 동시다발적으로 군·경 초소를 공격했다. 군은 곧바로 반격했다. 그들은 로힝야에 총을 겨누고 강간, 방화, 지뢰 매설 등의 방법으로 약 40만명의 로힝야를 국경밖으로 내쫓았다. 유엔은 이를 두고 '인종청소', '인종청소의 교과적 사례'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수지 고문은 미얀마 군부를 비난하길 완강히 거부했다. 그는 "미얀마 정부는 책임을 포기하거나 비난을 전가하려는 의도가 없다. 우리는 인권침해와 불법적인 폭력을 비난한다"는 원론적인 말만 되풀이 했다. 이를 두고 NYT는 수지 고문이 20년동안 자신을 가둬놓은 군부의 언어를 앵무채서럼 그대로 흉내냈다고 비난했다.

오히려 고문실은 로힝야가 국제 여론의 관심을 받기 위해 자신들의 집을 불태웠다고 비난했다. 고문실과 관련된 페이스북 페이지는 국제구호 단체가 로힝야 무장단체와 결탁했다는 내용의 성명을 게재하기도했다. 성명에서 고문실은 반란군이 '잔인한 테러 행위'라는 꼬리표를 붙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 쿠투팔롱=AP/뉴시스】미얀마 로힝야족 남성이 8일 방글라데시 쿠투팔롱 난민 캠프에서 생후 이틀 만에 사망한 아기의 시신을 천으로 싸 안고 있다.2017.09.19

【 쿠투팔롱=AP/뉴시스】미얀마 로힝야족 남성이 8일 방글라데시 쿠투팔롱 난민 캠프에서 생후 이틀 만에 사망한 아기의 시신을 천으로 싸 안고 있다.2017.09.19

영국 가디언은 "수지 고문은 로힝야를 옹호하고 군사 작전을 비난하길 거절했다"며 "군부에 대한 오랜 투쟁으로 노벨상을 수상한 수지 고문을 우상화한 전 세계의 많은 지지자들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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