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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블라인드 채용' 한다는데…실효성 있나?

등록 2017.10.22 06: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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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그래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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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하반기 '대규모 채용' 주요 시중은행들 서류전형서 '스펙' 기재
 은행들 "심사할 때는 가린다"…지원자들 "다 블라인드 아닌 듯"
 "블라인드 채용이 오히려 인사청탁 노출 우려…인사담당자 역량 강화해야"

【서울=뉴시스】조현아 기자 = 우리은행의 특혜채용 의혹으로 은행권이 도입한 '블라인드 채용'에도 불똥이 튀었다.

은행권 '블라인드 채용' 한다는데…실효성 있나?


 블라인드 채용을 실시한 우리은행마저 인사 청탁에 노출된 것으로 알려지자 블라인드 방식 자체에 대한 유명무실 논란이 번지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공공기관과 달리 자발적으로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한 은행들이 서류전형에서는 여전히 출신학교와 전공, 학점, 자격증 등 이른바 '스펙'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은행들이 정부의 '블라인드 채용 확대' 기조에 맞춰 구색만 갖춰놓고, 기존 방식과 큰 차이없이 채용을 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논란이 불거지자 금융당국은 사상 처음으로 은행권 채용 시스템 전반에 대한 점검에 나섰다.

 22일 은행권에 따르면 올 하반기 공채에서 블라인드 채용 방식을 적용하는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들은 입사지원서에서 출신학교와 전공, 학점, 나이, 성별 등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일부 은행들은 사진도 제출받았다.

 애초 은행들이 학력과 나이 등을 보지 않고, 열린 채용을 실시하겠다고 공언한 것과는 다소 차이가 나는 것이다. 입사 지원서에서부터 차별적인 요소를 없애 지원자들 모두에게 공정한 기회를 주고 실력을 바탕으로 인재를 뽑는 블라인드 채용 취지와도 크게 어긋난다.

 금융권 취업 카페에는 블라인드 채용에 대한 취업 준비생들의 불만 글들이 적지 않다. 한 취업 준비생은 "은행에서 블라인드 채용을 한다는데 어디에서부터 어디까지 블라인드 처리되는 건지 도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른 준비생은 "지난번 최종 면접에서 (학력, 전공 등) 다 자료를 갖고 있었다"며 "블라인드 적용이 다 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모든 채용 과정이 '블라인드'로 진행된다는 입장이다. 입사 지원서에 학력이나 학점 등을 제출토록 했지만, 입사 이후 참고자료로 활용하기 위한 차원일 뿐 서류와 면접전형 과정에서는 관련 정보를 가린 채 심사를 진행한다는 것이다.

  A시중은행 인사팀 관계자는 "입사 지원서에 출신 학교나 학점 등을 기재해야 하는 것은 지역인재채용 차원에서 연고지를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고, 입행 이후 학력 등에 따라 기본급을 매겨야 하기 때문"이라며 "면접뿐만 아니라 서류심사 과정도 다 블라인드로 진행된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합격자들을 대상으로 받아야 할 자료를 지원자들 모두에게 받고 있는 셈이다.

 인사 청탁 관행에 대해서도 은행들은 난색을 표하며 괜한 불똥이 튈 것을 경계했다. B은행 관계자는 "예전에는 거래실적 등을 고려해 청탁을 받고 채용하는 사례가 간혹 있었던 걸로 알지만, 요새는 블라인드 채용이 도입됐기 때문에 불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이번 일로 은행권 전체 채용에 대한 불신이 커질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블라인드 채용이 오히려 인사청탁에 노출되기 쉬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한다. 우리은행 특혜 의혹을 제기한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면접관들이 연필을 사용했다"며 "연필로 메모해놨다가 최종 판단할 때 다 지우고 고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박한준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발표한 '공공기관 채용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소고' 보고서에서 "전문적 채용 역량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인적 정보가 차단된 블라인드 채용이 진행될 경우 사적 관계에 의존하거나 청탁에 의한 선발 압력, 부정에 노출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블라인드 채용이 애초 취지에 맞게 이뤄지려면 인사 담당자들의 전문적인 역량 강화와 지원자들의 능력을 제대로 판단할 수 있는 조직화된 시스템이 제대로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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