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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유엔 연설에서 '주권' 표현 19번 사용

등록 2017.09.20 11:3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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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제72차 유엔 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2017.9.20.

【뉴욕=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제72차 유엔 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2017.9.20.

【서울=뉴시스】박상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의 유엔총회 기조연설이 국제 외교무대에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제72차 유엔총회 일반토의 무대에 올라 핵무기 개발을 하고 있는 북한 및 이란에 대해 직설적인 경고를 전하고, ‘아메리카 퍼스트’를 노골적으로 옹호했다.

 미국 정치전문 매체인 ‘더힐’은 이날 42분간 걸친 트럼프 대통령의 유엔총회 첫 연설은 “전투적(combative)”이고 “때론 논쟁적인(sometimes controversial)” 내용이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북한의 핵 개발에 대해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의 “자살행위(a suicide mission)”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더힐은 트럼프 대통령의 유엔총회 기조연설과 관련된 ‘핵심사안 5가지’를 정리해 보도했다.

 ◇ 직설적인 대북 압박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을 또 다시 '로켓맨'으로 비하하면서 핵무기 개발을 비난했다. 그는 “로켓맨은 자신과 자신의 체제에 대한 자살행위를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더힐은 “비하적인 별명을 사용하는 건 유엔연설의 표준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트럼프는 그러나 그런 경계선을 넘어서는 걸 좋아한다. 널리 알려진 일”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만일 미국이 자국 혹은 동맹국들을 방어해야 한다면 우리는 북한을 완전히 파괴하는 것 이외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라고 위협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직설적인 비난에 대해 북한으로부터는 즉각적인 반응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 내에서는 강한 비난들이 쏟아져 나왔다. 민주당 다이앤 파인스타인 상원의원(캘리포니아)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기조연설을 “과장된(bombastic)” 내용이었다고 평가 절하했다. 파인스타인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평화를 도모하기 위해 설립된 유엔을 “전쟁을 위협하는 무대로 사용하고 있다”라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러시아에 대해서는 칭찬과 비난을 한꺼번에 안겼다. 그는 최근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의 강력한 대북 제재안을 지지해 준 것에 대해 감사를 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일부 국가들이 북한과 무역거래를 하거나 재정적으로 지탱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면서 이는 “격분(outrage)”할 행위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특정국가의 이름을 지칭하지는 않았지만 분명히 북한과 거래를 하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한 비난이었다.

 ◇ 이란 핵협정 파기 시사?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핵협정도 비난했다. 그는 이란을 “타락한 독재(a corrupt dictatorship)”라고 규정하면서 “이란 핵협상은 우리가 준수할 수 없는 협정”이라고 말했다.
【뉴욕=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뉴욕 유엔 본부에서 유엔 총회 연설을 진행하고 있다. 2017.9.19.

【뉴욕=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뉴욕 유엔 본부에서 유엔 총회 연설을 진행하고 있다. 2017.9.19.

이란 핵 협정이란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인 지난 2015년 7월 14일 미국과 중국, 러시아, 프랑스, 영국, 독일 등 6개국이 이란과 체결한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oint Comprehensive Plan of Action)’을 뜻한다. 이란의 핵무기 개발 중단을 대가로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를 푸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트럼프는 그러나 그동안 이란 핵협정을 “미국 역사상 최악의 거래이자 가장 한쪽으로 치우친 거래였다”라고 비난해 왔다.

미국 행정부는 이란의 합의 준수 여부를 90일마다 의회에 통보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유엔총회 기조연설은 이란 핵협정을 파기할 수도 있다는 강경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는 이란 핵협정에 서명을 한 오바마 대통령의 행위는 “미국에 골칫거리(an embarrassment to the United States)”를 안겼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이 자신의 강경한 발언들과 항상 들어맞는 건 아니지만 스스로 ‘미국 역사상 최악의 거래’라고 표현을 한 이란 핵협정을 제대로 이어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더힐은 전망했다.

 ◇ 국제무대에서 노골적인 ‘아메리카 퍼스트’
 
트럼프 대통령은 200명에 가까운 전 세계 지도자들 앞에서 자신의 '아메리카 퍼스트'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국제협력을 논의하는 유엔총회 자리에서는 어울리지 않는 발언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대통령 자리에 있는 한 그 어떤 것보다 미국의 이해관계를 보호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다자주의(multilateralism)에 대한 자신의 불신을 분명히 밝혔다. 다자주의가 개별 국가들의 주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견해를 보인 것이다.

 그는 "우리는 모든 국가가 두 가지 주권적 의무를 이행하길 기대한다. 자국인의 이익과 다른 주권국가의 이익을 존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주권(sovereign)'이라는 표현을 19번이나 사용했다. 2분마다 한 번꼴로 사용한 셈이다. 그는 유엔의 고상한 의도에도 불구하고 “국가는 국민들의 삶의 여건을 개선시키는 최선의 수단(the nation state remains the best vehicle for elevating the human condition)”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의 배후에는 강경 우익 보수주의자인 스티븐 밀러 미 백악관 수석 정책고문이 자리하고 있다. 다자주의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불신은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미국사회의 분위기와 놀랄 만큼 흡사하다고 더힐은 전했다.

【유엔=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앞줄 가운데)이 18일(현지시간) 유엔 개혁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17.09.19

【유엔=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앞줄 가운데)이 18일(현지시간) 유엔 개혁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17.09.19

트럼프 대통령은 “폴란드 사람은 폴란드를 구하기 위해 죽었다. 프랑스인들은 자유 프랑스를 위해 싸웠다. 영국인들은 영국을 위해 굳세게 일어섰다. 애국심 때문이었다”라고 말했다.

 ◇ 하룻만에 돌변한 트럼프의 연설 톤

 트럼프의 연설은 하룻만에 크게 바뀐 연설 톤으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앞서 18일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개혁포럼에서 차분하고 점잖은 목소리로 자신의 주장을 개진했다. 그는 이날 “유엔이 관료주의에 발목이 잡힌 탓에 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개혁을 호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면전에서 “유엔은 진정으로 숭고한 목표에서 세워졌다. 그러나 관료주의와 관리 미숙 탓에 최근 몇 년 동안 유엔은 완전한 잠재력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2000년 이후 유엔 예산이 140% 늘었고 직원 수도 2배가 됐지만 “우리는 최근 투자에 걸맞는 결과를 보고 있지 않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처럼 유엔에 대한 뼈아픈 지적들을 이어갔지만 시종 절제를 잃지는 않았다.

 그러나 트럼프의 이런 점잖은 기조의 목소리는 24시간 만에 표변하고 말았다. 그는 다음날 유엔총회 일반토의 기조연설에서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로켓맨”으로 비하하는 등 거친 말들을 쏟아냈다.

 ◇ 싸늘한 반응

 유엔총회 일반토의 현장의 반응이 우선 미적지근했다. 뉴욕타임스(NYT)의 피터 베이커는 “대부분 사람들이 주의깊게 듣기는 했지만 얼굴 표정은 굳어 있었다”라고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당시 반응을 전했다.

 베이커는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위협하는 대목에서는 웅성거림이 일기도 했다. 연설이 끝난 뒤 점잖은 박수를 받았지만 열렬한 반응은 아니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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